7기 통신원 역량강화 워크숍 현장입니다 :-) _ 김다령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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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08-08 조회수 906

전남과 문화 예술의 만남,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워크숍 현장 담다.

-7기 통신원 역량강화 워크숍-

 

7기 통신원 김다령

 

   문화 예술의 깊은 전통과 뿌리를 간직한 전남, 그 중에서도 영암과 강진에 가기 위해 이른 아침 광주문화재단 건물 앞에 모였다.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7기 통신원 역량강화워크숍 장소가 영암과 강진에서 이루어졌다. 영암과 강진은 남도 답사 1번지로 불릴 만큼 전라도의 여행지로 사랑 받는 곳.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 국보급 청자 80% 가 생산된 고려청자 도요지를 비롯해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저술한 다산초당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월출산과 바다의 고즈넉한 풍경 아래 수많은 문화유산이 살아 숨 쉬는 영암과 강진, 그 첫 번째로 향한 곳은 영암 문화원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영암 도기 박물관이었다.

 

자유로운 교육을 꿈꾸다. 영암 문화원의 철학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자기란 도기와 자기의 개념을 결합하여 만든 합성어이다. 통일신라시대에 이르기까지 도기문화가 전개되었고 청자의 발생을 계기로 도기와 자기로 분화되면서 도자 문화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후에 도기는 자기와의 경쟁에서 밀려나게 되지만 그 독립성을 인정받아 주로 장거리 운행에 필요한 물을 담거나 많은 양의 음식을 담는 그릇으로 활용되게 된다. 이러한 도기의 종류와 특성에 대한 설명을 듣던 도중, 오늘 만나게 될 영암 문화원 아이들이 도기 제작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 보았다. 1층에 위치한 도기 공방 교실에서 30명가량의 아이들이 집중하여 도기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영암 문화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영암 문화원의 담당자님을 통해 문화원이 어떤 신념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다.

 

     
 

 

 

  영암 문화원의 철학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많이 먹는다.’ 이었다.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 있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는 큰 설득력이 있었다. 먹는다는 것은 같이 향유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그 즐거움이 많을수록 내면에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여유가 있을수록 아이들이 즐기면서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지자체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식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신념이 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모든 것이 실전이라는 것. 그림 하나를 그리더라도 실제 작가가 되어 하나의 작품으로서 완성될 수 있게끔 한다. 그 증거로, 벽화 그림에 직접 작가의 이름이나 현판을 붙인 사진들을 볼 수가 있었다. 그러한 신념 때문인지 실제로 아이들이 도기를 만드는 모습에서도 그러한 사명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세 번째는 연령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었다. 제도권 안의 교육은 참여 대상을 연령, 신분 등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암 문화원은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대상이 바로 참여 대상이라고. 한계를 두고 제한을 하는 것이 과연 문화예술 교육의 올바른 방법이냐 하는 물음을 담당자님은 던지시는 듯 했다. 고정관념을 깨는 확고한 담당자님의 철학을 느낄 수가 있었다.

   또한 더 놀라웠던 점은, 영암의 이미지를 문화콘텐츠로 제작하는 모든 과정을 아이들에게 맡긴다는 점이었다. 영암은 수많은 문화 예술의 소스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뚜렷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지 못했다. 따라서 남원의 춘향이처럼, 영암에서 전해 내려오는 홍랑의 사랑이야기에 착안하여 홍랑의 이미지를 아이들이 직접 상상하여 그리게 하고 그것을 영암의 이미지로 개발하고 싶다는 게 담당자님의 생각이었다. 도기 제작을 마친 뒤, 홍랑의 사랑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회사정에 앉아 홍랑의 얼굴을 직접 그리는 시간은, 문화 콘텐츠 개발이라는 지역 발전적 명목 이외에도 아이들이 지역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러한 점에서 영암 문화원의 진보적인 교육 방식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민화와 콘텐츠의 결합, 한국 민화 뮤지엄

 

 

   두 번째로 향한 곳은 강진의 한국 민화 뮤지엄이다. 국내 최초의 민화 전문 박물관인 조선민화박물관의 자매관이기도 하며, 생긴 지 약 1년밖에 되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전통 민화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찾아가는 박물관, 일반인 및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학생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중, 아이들을 겨냥한 민화 체험장은 직접 민화를 그려보게 한다는 점에서 아이들도 민화라는 전통문화에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긍정적으로 보았다. 특히, 강진의 풍경을 콘텐츠화 시켜 4D로 체험할 수 있게 마련한 시스템이 인상 깊었는데, 삼국지의 적벽대전 현장, 월출산과 강진군 상공의 패러글라이딩 체험 등으로 구성되어있었다. 강진의 아름다움을 보다 구석구석 체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획기적이라고 느꼈다.

 

 

   1층은 전통 민화를 그 특성별로 분류하여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는데,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호랑이와 까치가 보이자 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진다. 이렇게 친근한 작품도 있는 반면, 흔히 볼 수 없었던 책거리도, 모란도 등의 민화도 볼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사씨남정기>를 저술한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이었다. 병풍 속 아홉 명의 선녀가 곱게 차려입은 비단 옷을 휘날리고 있는 모습이 구운몽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렇듯 고전문학에서 접할 수 있는 한 장면 장면이 민화로 그려졌다고 생각하니 참 새롭다. 2층에는 이러한 민화와 생활 소품을 결합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당장 팔아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의 작품성이 있었다. 또한 성인들만 볼 수 있는 춘화전시관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 보다 폭넓은 민화의 세계를 볼 수 있었다. 이제는 민화하면 단순히 호랑이와 까치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이제는 콘텐츠 시대다. 민화의 전통성과 아름다움만을 강조한다면 쉽게 흥미를 끌지 못한다. 작품의 특성을 콘텐츠와 결합시켜 창출해내는 가치가 이제는 주목받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민화 뮤지엄은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문화 예술 교육의 흐름에 맞춰 구성되어 있다고 느꼈다. 민화하면 어렵게 느꼈던 아이들도 이러한 다양한 참여 형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가까이 우리 문화유산을 느끼고 향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려청자 연구의 메카, 고려청자박물관

 

   한국 민화 뮤지엄의 바로 옆에 위치한 고려청자박물관은 우리나라 청자의 발생과 발전, 쇠퇴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청자의 보고라고도 한다. 고려 초기부터 후기까지 고려청자를 만들었던 가마가 위치한 강진의 환경적 요소 때문에 청자가 강진의 키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1층에는 고려청자의 명문과 강진의 청자요지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획전시실이 위치해 있고, 2층에는 고려청자의 생산과 소비, 유통, 변천 과정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상설 전시실, 3층에는 꽃과 청자라는 테마로, 모란, 연꽃, 국화 등 계절의 흐름에 맞추어 꽃문양을 전시한 특별 전시실, 옥상에는 강진에서 실제로 발굴된 청자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야외전시실로 구성되어 체계적으로 청자의 흐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꽃무늬 참외모양 주자인데, 지방 유형문화재 292호로 무려 10억을 호가하는 유물이라고 한다. 참외모양처럼 곡선으로 뻗은 옆모습과 그 안에 새겨진 꽃문양이 고급스러움과 단아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또한 배 모형을 전시하여 실제로 청자를 운반했던 모습을 재현한 점이 사실적이면서 참신했다. 다만, 오디오 설명을 통해 관람객들 모두 자세한 설명을 들었으면 하는 부분이나, 당대 그릇을 사용했던 사람들의 모습도 배처럼 실제로 재현했으면 보다 더 흥미롭게 감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강사님의 설명을 듣지 않았으면 참외모양 주자가 10억을 호가한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물론 청자의 가치를 값으로 모두 따질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 예술의 산실이자 그 시대의 유품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때로는 가격을 통해 그것이 현대에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그 값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청자라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금 깨달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영암과 강진을 방문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풍경이 참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지난 밤 내린 비 때문인지, 구름 깔린 하늘은 짙은 회색빛이었고, 그 하늘을 뚫을 듯이 솟아있는 월출산은 근엄한 아버지의 모습과 같았다. 그 산 너머 뻗어있는 안개 낀 바다의 모습도 고요한 어머니의 품처럼 평화로웠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 속에서는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이슬 머금은 초록빛 잔디와 청자의 푸른 빛 속에서 같은 인상을 받은 것도 이 느낌과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영암과 강진의 모습을 보며 문득 김승옥의 무진기행이 생각났다. 무진에서의 안개가 신비함과 몽롱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면, 영암과 강진의 안개는 따뜻하고 평화로운 고향의 품과 같았다. 다산 정약용의 작품과 청자, 도기와 같은 문화예술의 산실들이 이곳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평화로운 풍경이 한 몫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화 예술에서 모든 교류는 발전적이다. 그리고 그 발전을 더 발전시키는 것은 포용력일 것이다. 전남 문화예술 교육의 현장 방문을 바탕으로, 우리 광주에서도 보다 발전적이고 진보적인 문화예술 교육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우리 통신원들의 포용력과, 광주에서 만난 강사님들의 열정과 철학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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