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호] 교육과 문화예술의 링크, 작은무도회_'교과연계 통합예술교육 워크숍'_최류빈 모담지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8-08-07 조회수 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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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문화예술교육 기획자양성사업]

 

교육과 문화예술의 링크, 작은 무도회

창의예술교육연구소: 교과연계 통합예술교육 워크숍

 

                                                                      최류빈 모담지기

 

 지난하기만 한 교육현장에 문화예술의 향기가 밴다면 얼마나 좋을까? 교육 종사자들이 문화예술을 교과과정에 녹여내 부드럽게 전달한다면, 교실마다 분명 예향이 가득할 것이다. 지난 30일, 교단에 예술의 빛을 담아내려는 선의의 회동이 빛고을 아트스페이스 5층에서 있었다.

 교원대상 문화예술교육 워크숍, 이 과정을 참관한 뒤의 느낌은 단순한 ‘교육’으로 기억에 남진 않는다는 것이다. 강의와 춤, 음악이 어우러진 하나의 퍼포먼스 같은 흐름, 문화예술교육의 주체가 되는 교원들이 팔을 벌려 저마다의 순간을 한 움큼씩 형용하는 이 전례 없는 워크숍을 여기 풀어낸다.

  교육은 서울문화재단 T.A의 도움으로 진행되었다. 각각 무용, 시각, 연극을 전공한 세 명의 강사들이 한 호흡으로 수업을 이끌어 가는 것이 큰 틀, 다양한 분야가 통섭적으로 융화되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고 분야 간 시너지도 발생했다. 수업은 우선 이론적 지식의 전달에서 출발했다. ‘방법론’을 표방하는 워크숍이기에 해당 분야 강사들의 실제 경험을 듣고 재생산될 수 있는 효용이 클 것이라 공감했다. 수업을 듣는 참가자들은 주로 각 분야의 교사, 강사, 심리상담사, 공예가부터 해당 분야를 공부하는 전공자, 심지어 초등학교 교장선생님까지 다양했고 자신의 삶과 직결되는 자발적 학습이기에 눈이 빛났다.

 

  

▲ 교과연계 통합예술교육 1일차 워크숍 진행하는 서울문화재단 예술가교사(T.A)


  강연이 끝나자마자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강당 안에서는 음악이 흘러 나왔다. 처음엔 데면데면하던 교육생들은 이윽고 음악에 맞춰 서로 손을 맞잡았다. 마치 예술과 교육이 결속하는 것처럼 강사가 이끄는 대로, 서로는 함께 몸짓이 되고 기꺼이 추상적인 것들을 춤으로 구체화하는 상호간의 ‘도구’가 되었다. 서로 마음이 소원하면 마음 속 깊게 품고 있는 예술을 표출하기 힘들 것,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멀었던 마음을 곁으로 당겨오고 진심어린 사유를 표현하기 위한 워크숍의 초록(抄錄)이라 느껴졌다. 자유롭게 움직이다가도 멈추고 또 흩어졌다가 모이는 물결 같은 움직임,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공통분모를 사는 서로라는 것을 사뭇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 몸의 감각을 여는 체험워크숍

 

  춤 다음은 그림이었다. 지친 몸을 잠깐 멈추고 교육생들은 ‘움직임 지도’를 그림으로 형상화하는 미션을 받고 움직임과 멈춤, 곡선과 직선, 원과 평면을 넘나드는 움직임들을 나타냈다. 다양하게 표현된 그림들을 보며 잠깐 다양성 같은 걸 생각하게 되었다. ‘문화예술교육’의 특장(特長)은 여기에 있는데, 특히 같은 내용을 교육받더라도 천편일률적인 오답이 없고 모든 해답이 정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그룹으로 묶인 교육생들은 같은 그림을 보고도 다른 몸짓을 자아내고, 다른 이미지를 유사한 형태로 풀어내기도 했다. 앞으로 현장에 나가 학생들을 마주할 그들이 우선 예술의 자유분방한 선을 인정하고, 무경계성과 이채로운 색감을 몸으로 느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각각의 작품들은 ‘환경의 특성’이라 명명되는 것들을 담고 있었는데, 상호관련성, 비가역성, 광역성, 퍼짐,모임 등 다양한 무용의 기본요소를 춤에 담고 있었다. 용어적 정의를 모르고 교육을 처음 접하더라도 몸짓으로 이해가 되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네 그룹은 처음 겪어보는 무용이라는 과제 앞에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강사와 다른 참가자들끼리 협응하며 점차 근사한 모습을 갖춰갔다. 무려 세 시간 여 진행한 이 예술적 춤판에서 누구 하나 낙오자도 없었고 찌푸린 얼굴도 없었다. 강당 내부가 더워질 때까지 이 색다른 춤의 향연은 계속되었고 교육생들은 뛰고, 팔을 벌리고, 둥글게 손을 잡고 돌기도 하며 가까워졌다. 나이나 직업, 전공이나 성별 따위는 이 곳에서 중요하지 않은 듯 보였다. 다만 끊이지 않고 흐르는 음악, 또 ‘예술’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열정의 불꽃을 점화하는 사람들의 협연이 이어질 뿐.

  

 ▲ 움직임 지도를 그리고 이를 춤으로 표현하는 모습들


 말미에는 이 춤판이 신비하게까지 느껴졌다. 예술, 그 중에서도 몸짓은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가장 강한 고리일까? ‘환경의 특성’으로 정의했던 그림활동과 몸짓언어를 결부하여 각 조마다 일종의 댄스경연을 벌였다. 첫 조는 ‘ing-’ 이라는 제목으로 shake it 노래에 맞춰 춤을 추었다.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쳤다가 밖으로 뻗어 나가는 역동적인 춤사위였다. 다음은 ‘reflection’이라는 음악에 맞춰 전위적인 춤사위를 표현했다. 나선형으로 서로 손 잡고 뻗어나가며 하나의 흐름을 여섯 명이 살았다. 다음 팀 또한 강렬했는데 폭탄처럼 뭉쳤다가 퍼져 나가는 것을 순식간에 몸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였다. 언어 이전, 선사시대에는 이런 형식으로 소통하지 않았을까 하는 환상적 생각까지 닿았다.




  

 유년으로 돌아가 춤을 추었던 모든 활동은 실제 교과연계 통합예술교육에서 실행할 것을 미리 체험해보기 위함이었다. 활자로만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고 실제로 활동을 해봄으로써 피교육자와 교육자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긍정적 효과까지 닿고자 함이었다. 그 깊은 교육적 함의에 놀랍기도 했고 딱딱한 워크숍보다는 저마다가 주도자가 되어 워크숍을 이끌고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은 이 활동들을 갈무리하며 진솔한 이야기로 정리되었다.

  예술교육이 교과과정과 연계하여 통합적으로 전달되는 것은 중요하다. 진정한 나를 알게 되고 나와 타인이 생각하는 방식의 접점을 깨닿게 되니까... 팀티칭을 통해 체득한 더운 날 춤판의 교훈이, 저마다의 역량과 방식으로 표출될 것이라 본다.  

 

 

  

최류빈 (9기 모담지기)                                                                                                                          내가 내뱉는 말들이 누군가에게 울림이 된다면 좋을 텐데, 만약 그런다면 나는 하얗게 밤을 새우면서라도 무슨 말이든 해줄 거다. 단 한 사람과 공진하기 위해서라도 자꾸만 활자들을 내뱉는 지독한 버릇, 나는 단어로 언어적 문신을 그려댄다. 그렇지, 언어라는 건 정말 재밌다 내 앞에 잔뜩 차려진 재료들 같아. 나는 여기선 한철 모담지기라는 이름을 살 예정이고, 분명 또 우린 활자로 언제 어디선가 만날 거다. 이렇게 짧은 소개가 될는지- 모든 건 이름 모를 활자 밖 당신에게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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