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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의 감각을 통해 느끼는 인문학적 소양이 가득한 도시 ‘강진’
12기 통신원 역량강화 워크숍
통신원 전민수
늦가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11월, 추운 날씨와 비가 왔던 앞날과는 다르게 따뜻하고 포근한 날씨에 가는 곳마다 단풍이 우거진 곳들을 지나 12기 통신원들이 모여 ‘강진’으로 향했다. 강진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 교수가 ‘남도 답사 1번지’로 칭할만큼 남도에서 가장 먼저 들려야 할 곳으로 선정하여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많은 곳이다.
통신원 모두가 강진에 처음 간 만큼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도착한 장소는 ‘백운동정원’이었다. 백운동 정원은 담양의 소쇄원, 완도의 부용동과 함께 호남의 3대 정원으로 일컬어질 만큼 고즈넉한 풍경과 함께 영암과 강진의 명소라고 불리는 ‘월출산’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돈삼 기자님의 맛깔나는 설명과 함께 백운동 정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정원을 조성한 이담로가 각자 되어보며 월출산이 보이는 정자에서 잠시 경치를 구경했다. 숲속에 둘러싼 정원이 가진 여유롭고도 멋진 풍경들이 한꺼번에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백운동 정원에는 조그마한 연못이 있었는데 기자님이 알려준 방법대로 각자의 나뭇잎 배를 만들기 시작했다. 손재주가 없는 필자는 엉성한 배를 만들었지만 각자 나름대로 멋진 배 위에 풀꽃을 올려 배를 물에 띄웠다. 그냥 풍경만 구경하다가 지날 갈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잠시 멈추어 새로운 경험을 한 시간이었다.

백운동 정원을 거닐고 나오자 거대한 차밭이 이어졌다. 보성에만 있는 줄 알았던 차밭이 강진에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월출산을 배경으로 한 10만평의 차밭은 한눈에 담기도 힘들었다. 차꽃과 더불어 차 씨앗을 다 같이 찾으며 차와 관련된 배경지식도 함께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다산 정약용께서 강진에 유배 당시 기거하며 후진을 양성하고 우리가 익히 아는 목민심서등 다양한 책을 저술한 다산초당으로 향하였다. 험난한 산새를 조금 오르다 보니 다산 정약용이 18명의 제자를 양성했던 공간과 차를 다려 마셨다던 넓은 돌인 ‘청석’, 연못 뒤에 인공적으로 산을 만들어서 여유를 즐겼다는 곳 그리고 자신의 성인 정과 ‘돌 석(石)’ 자를 새긴 ‘정석’을 보았다. 이러한 것은 다산께서 기록으로 남겨놓아 현재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 천일각에서 강진앞바다를 바라본 풍경 ▲ 정약용이 새긴 정석
잠시 초당에 앉아 쉬고 있으니 정약용이 어떠한 생활을 했을지 자연스럽게 상상하게되는 계기가 되었다. 옆길로 잠시 가보니 정약용이 강진 바다를 바라보았다는 장소에 세워진 ‘천일각’이 나왔다. 천일각에 올라서니 기자님께서 탁 트인 강진 바다를 보며 정약용이 되어 그의 마음을 헤아려보라고 하셨다. 바다를 보며 저 멀리 흑산도로 유배를 가 있는 형 정약전을 생각했을 수도 있으며 풍류를 즐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하게 되었다. 그 옆길로는 백련사의 혜장선사와 수많은 이야기를 하며 걸었던 백련사로 가는 길이 있었다. 시간이 없어 그 길을 걷지 못하였지만 나중에 또다시 강진에 온다면 걷고 싶은 길이었다. 기자님께서 4월에 동백이 지면 그 길이 떨어진 동백꽃으로 가득하다고 말씀해주셔서 더욱더 기대가 크다.
강진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너 도착한 가우도에서 바다를 따라 걸으며 섬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가우도의 명물인 가오리빵도 먹으면서 거닐었던 섬은 잠시나마 여유를 주는 것 같았다. 올해 막 개통한 가우도 출렁다리에서 다 같이 사진을 찍으면서 섬의 정치를 한껏 느꼈다.


그다음 인상 깊었던 장소는 윤한봉 생가였다. 윤상원 등 당시 5.18 민주화 열사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5.18 마지막 지명수배자였던 윤한봉 선생님이 누구신지 몰랐다는 사실에 부끄러웠다. 누구보다도 아래에 있고자 했던 사람, 어떠한 직책을 맡기보다도 뒤에서 묵묵히 일을 도와주었던 사람이었다는 말이 인상 깊었으며, 합수라는 선생님의 호도 가장 아래에서 흘려 합쳐지는 물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70년대부터 쭉 민주화운동을 했던 선생의 일대기를 들을 기회여서 모두 귀를 쫑긋하고 들었던 것 같다.
이전까지 강진을 한 번도 와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웠으며 처음 경험한 강진이 이렇게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코로나로 기획회의때만 보았던 통신원들끼리 오랜 시간 함께 밥도 먹고 다양한 체험도 하며 더욱더 친밀해진 것 같았다. 서로의 소감을 들어보니 다들 뜻깊은 시간이었으며 강진의 곳곳을 체험하고도 많이 남았다는 사실에 다음에도 또 오겠다는 통신원들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강진을 그저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인문학적 소양까지 같이 겸할 수 있는 기회이여서 통신원들 기억속에도 오래오래 간직될 워크숍이었길 바래본다.
| 전민수 (12기 통신원)
예술을 좋아해서 시작한 공부가 끝이나고 아직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 방황하던 시기에 삶 속에서 예술을 경험하고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 지쳐있던 찰나에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도 오랜만입니다. 예술을 같이 공감하고 경험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이 미흡할지라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