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호] 돌아온 불멸의 여인_송진주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9-05-09 조회수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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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불멸의 여인

- R.E.X(Return. Eternal. X-Factor) : 불멸의 힘 [쇼케이스]

통신원 송진주

 아주 먼 고대 한반도 땅에서는 전설로 남아있는 한 여인이 있었다.
 죽음을 맞이하고도 다시 천계에서 부활하는 천녀, 천둥이. 그녀는 천녀이지만 벌을 받고 이승에서 추녀로 환생하게 된다. 무술에 능하고 괴력을 가진 천방지축 그녀는 천계의 막강한 힘을 받아 불멸의 여인으로 거듭나면서, 관객들에게 어떠한 힘을 보여줄 수 있을까? 


 지난 4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극장1에서 < R.E.X (Returen, Eternal. X-Factor) :불멸의 힘 > 쇼케이스 공연이 진행되었다. 이번 공연는 2019년 12월에 진행될 시범공연을 위한 쇼케이스로, 고난도 무대기술과 예술을 접목하여 보다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글로벌 킬러 콘텐츠로 기획되었다.

 
△아치형의 독특한 R.E.X.무대

 본 공연은 미디어아트(media art)와 키네틱 아트(kinetic art)의 이색적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 한층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장면들을 연출하였다. 특히 연극, 무용, 뮤지컬 등 기본 극장 공연의 개념을 완전히 벗어나, 공간 전체를 하나의 사이트로 활용하여 새로운 개념의 장소특정 몰입형(Site Specific Immersive Theater) 무대를 경험가능하게 했다. 기다랗게 펼쳐진 아치형 무대는 천장과 바닥까지 모든 공간을 활용하여 한국 전통곡예, 마샬아츠, 아크로바틱, 플라잉 와이어 퍼포먼스 등 실행하기 적합하도록 설계되었다. ACC만의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접목한 독창적인 무대는 예술과 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판타지가 현실에 가깝도록 구현했다.


R.E.X. 속 캐릭터들 

 공연 <R.E.X : 불멸의 힘>은 각 신화나 설화 속 캐릭터들을 한 데 모아 신 고전 판타지로 재해석하여 새롭게 부활하였다. 기존 아시아 신화 캐릭터들 중 15명을 복원하고 4월 쇼케이스에서 이들 중 9명의 캐릭터를 선보였다. 이들은 관객들과 무대에서 실물로 마주하면서, 보다 입체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천둥이, 계화, 이시백, 홍대권, 한락궁이 등 각각의 설화나 신화에만 존재했던 캐릭터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지면서 색다른 이야기 속 인물들로 탄생했다. <박씨부인傳>, <장사 홍대권>, <산해경> 등 아시아 신화 및 설화들은 익숙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한다. 실제화 된 캐릭터들은 무대를 통해 관객들에게 보다 친숙한 영웅, 신화 속 슈퍼 히어로 캐릭터로 인지하게 된다.

“비어 있으면 채우고, 셋이면 둘을 버리고, 나누면 합쳐진다.”

 의미심장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이 문장은 판타지 속 캐릭터들의 비범함을 보여준다.
인간 세상을 지배한 수명장자가 하늘 세상과 전쟁을 일으키고, 이를 천지왕이 제압하면서 수명장자의 육신은 멸하고 혼은 흑빛 쇠우리에 봉인해 세상 가장 깊은 곳에 숨겨 버린다. 이후 한반도 땅에는 ‘흑빛 쇠우리를 차지하는 자. 인간 세상의 지배자가 된다’는 전설이 떠돌고, 불멸의 여인, 천둥이는 쇠우리를 찾아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갖게 된다.


저승차사 무리의 군무

 본 공연의 시작은 다채롭고 역동적인 미디어 영상과 함께, 저승차사 무리가 집단으로 등장한다. 염라대왕의 명을 받아 이승의 죽은 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그들은 절제된 군무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에 등장하는 이시백과 그의 호위무사 홍대권이 등장하면서 저승차사 무리와 대결구도를 펼친다. 다수의 저승차사들과의 싸움에서 이시백과 홍대권의 세력이 약해지자, 불멸의 여인, 천둥이와 그녀의 호위무사 계화가 하늘에서 와이어를 타고서 화려하게 등장한다. 네 명의 영웅들이 저승차사를 물리치면서 황천수로 이어지는 워터게이트를 통과하여 결국 승리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이어서 말갈족 악대가 등장한다. 천하 지배를 꿈꿔온 3대의 욕망으로, 악대는 그의 책사 주술사 부간과 함께 정예부대를 이끌고 쇠우리를 찾아 떠난다. 포효하듯 거칠고 남성미가 넘치는 악대와 부간은 마신으로 우사첩과 울루를 불러낸다. 인간과 신의 중간자로 양손과 귀에서 뱀의 형상을 하고 있는 우사첩은 요염하고 앙칼진 캐릭터다. 이와 함께 장대한 신장의 울루는 입에서 갖가지 독벌레를 쏟아내면서 악대 무리를 따른다.


서천꽃밭의 한락궁이

 2막의 <서천꽃밭>에서 나비 한 마리와 형형색색의 무수한 꽃들 사이에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한락궁이가 등장한다. 인간의 환생을 담당하고 서천꽃밭을 거닐면서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과 애오욕(愛惡慾을) 관장하는 한락궁이는 향긋한 꽃향기를 맡으며 행복을 맛보기도 하고 때로는 슬퍼하거나 화내기도 한다. 이어 염부의 관문을 열어 천둥이 일행이 쇠우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대에서는 건장한 체격의 여장 남자배우가 한락궁이를 맡아 무대를 활보하면서 환상적인 장면들을 연출하는데, 관객들에게는 독보적인 신화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준다.

저승차사의 등장

 서양에 태양의 서커스가 있다면, < R.E.X : 불멸의 힘 >은 한국 전통곡예, 무술 기술을 드라마에 녹인 퍼포먼스 공연이다. 이는 고대 신화 속 각자 캐릭터가 지닌 능력과 무술에다가 환상적인 무대 메커니즘과 독창적인 미디어아트를 더해 관객의 몰입을 이끌었다. 이번 쇼케이스에서는 스토리보다 퍼포먼스에 중점을 두어, 관객들이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혁신적인 무대를 연출하였다. 아직은 시범단계에 있어 쇼케이스 이후에 관객들에게 설문을 받아 부족한 부분을 개선할 예정이다.
 본 공연은 익숙하지만 잘 알지 못했던 아시아 신화 및 설화에 대해서 콘텐츠적 가치를 알게 하고, 예술과 기술이 융복합되어 여타 다른 공연들과 차별된 이색적인 무대를 선보임에 큰 의의가 있다. 아시아 문화 스토리를 소재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창‧제작한 이번 공연은 관객들의 뇌리에 깊이 남는 참신한 무대였다. 12월에 완성도 높은 공연을 위해 더 많은 작업과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쇼케이스에서 보인 최첨단 기술력과 무대연출은 앞으로 기대할 만한 가치가 있다. 2019년 12월, 불멸의 여인, 천둥이의 귀환을 고대하며 관객들에게 최고의 공연을 선사하길 바란다.​

 

송진주 (10기 통신원)
하늘과 땅 사이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 이를 ‘문화’라고 쓰고 ‘인생’이라 읽는다. 우리는 매순간 깨달으며 배워나간다.
문화 또는 인생은 끊임없이 배우면서 재미나게 살아야한다. 그러므로 난 ‘유희하는 인간(Homo ludens), 송진주’로 살고자 한다.
나도 모른 사이에 문화와 함께 숨쉬고, 삶 속 깊이 스며들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로 인해 문화예술기획을 전공하며, 앞으로 나를 포함한 모든 이가 유희하는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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