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호] 세상을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은 사람들에게_마민주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9-09-06 조회수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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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림책에 풍덩!> 원하전시작가 이지현 초청강연

통신원 마민주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넓은 광장에 낡은 자물쇠로 채워진 문이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사람들은 문을 발견하지 못한 건지 발견했으나 관심을 두고 싶지 않은 건지 문을 스쳐지나갑니다. 한 사람, 단 한 사람만이 문에 관심을 갖습니다. 문에게 다가갑니다. 자물쇠의 구멍을 눈여겨보니 거미줄까지 쳐져 있어 스산한 느낌입니다. 이 문은 오랫동안 열리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마도 사람들에게 잊혀져있는 것 같습니다. 문을 바라보는 사람은 문의 뒤편의 세계를 궁금해 합니다. 가늠도 되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생각합니다.
 이지현 작가님의 책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은 여름방학을 맞아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어린이도서관에서는 그림책 원화시 ‘2019 어린이책놀이터 너나들이 <그림책에 풍-덩!>’ 전시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5월 3일부터 8월 25일까지 진행되는 <그림책에 풍-덩!> 전시는 세상을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그림책 『수영장』 이지현 작가님과 나이·성별·장애 등에 구분 없이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수박 수영장을 배경으로 하는 그림책 『수박 수영장』 안녕달 작가님이 함께 ‘평화’를 주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림책에 풍-덩!> 전시연계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는 ‘손안에 작은 바다’ 프로그램은 그림책 『할머니의 여름휴가』의 스토리텔링을 그리며, 바다를 담은 소품을 만든 뒤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또 ‘조물조물~수박 비누에 풍덩!’ 프로그램은 『수박 수영장』의 스토리텔링을 그리며, 수박 클레이 비누를 만들며 나만의 수박 수영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지난 8월 10일, 어린이문화원 어린이극장에서 이지현 작가님과의 특별한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강연은 작가님과 그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책에 관한 내용을 토론하고 질문하는 시간을 가진 뒤, ‘나의 비치백 만들기’ 체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작가님은 강연을 통해 책을 쓰게 된 계기, 영감을 얻게 된 순간들에게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지현 작가님의 『수영장』은 조카와 함께 다녀온 워터파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사소한 순간조차 놓치지 않고 영감으로 받아들인 작가님의 관찰력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책은 소란스러운 수면 위와 상반되는 수면 아래의 고요함을 담고 있습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소년이 다이빙을 하는 장면입니다.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물놀이 속에서 소년은 가만히 선 채로 수영장의 한 곳을 응시합니다. 이내 물에 발을 담그는 소년의 표정은 차분합니다.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사람들 모습 속에서 소년은 홀로 결연하게 다이빙을 합니다. 물속은 물 밖과 대조적으로 고요합니다. 그림책에서는 흑백의 사람들의 모습과 원색의 소년의 모습으로 대조를 나타냅니다. 소년은 깊은 곳으로 내려가다, 한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작가님은 책의 마지막 장에 “세상을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은 사람들에게…”라는 말을 남깁니다. 수영을 끝낸 소년과 소녀가 수영장을 나옵니다. 불쾌한 사람들의 표정과 절대적으로 분리되는 만족스런 표정의 얼굴입니다. 마치, 자유를 만끽한 듯 행복한 모습입니다.

 또 작가님의 다른 책인 『문』은 여행을 하다가 광장의 낡은 문을 발견하면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광장에서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해 열쇠구멍에 거미줄이 쳐진 문의 모습은 어딘가 이질적입니다. 『문』은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아도 낯선 이방인에게 따뜻하게 다가서는 여러 동물들의 모습에 어느덧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 소년을 그리고 있습니다. 연필과 색연필로 묘사된 섬세한 그림뿐만 아니라 흑백과 색을 이용하여 소년의 마음을 짚으며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수영장』과 마찬가지로, 망설임 끝에  사람들로 비좁은 “수영장”에 다이빙 했던 소년처럼 “문”을 열고 들어가 미지의 세계와 조우하는 소년이 등장합니다.



 

  책을 읽은 뒤 아이들은 다양하게 자신의 소감을 이야기합니다. “소년이 대단해요!”, “수영장은 진짜 우리나라에 있어요?” 그러나 한 아이는 이렇게 묻습니다. “저도 그 문을 열 수 있나요?”
 아마 열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문 너머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소년이 문에서 나오며 열쇠를 꽂아뒀기 때문입니다. 선뜻 열기 힘들 수도 있으나 용기를 가지고 그 문을 연다면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의 세계가 반길 것입니다. 자신의 방법과 의지대로 그 무한한 공간을 다녀오며 깨달음을 얻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마민주 (10기 통신원)
예술과 함께 있다보면, 잠깐 우울이 날아가기도 합니다. 비록 다시 찾아올지라도 우울이 떠난 잠시동안, 저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그림을 그리며 위안을 얻습니다. 그렇게 예술은 가끔 깊고 오래된 상처를 소독해줄 때가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은 그런 예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예술은 삶과 분리되어선 안 됩니다. 삶 자체가 예술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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