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는 래퍼들의
꿈꾸는 미래를 담을 회사
SU:M RECORDS
- 민본웅 & 최대현 -
취업 준비생이라면 한번쯤 들어 봤을 이야기다. 대한민국에는 취업 스펙이 존재한다. 취업 3종 세트는 학벌, 학점, 영어점수. 취업 5종 세트는 어학연수와 자격증이 추가된다. 7종 세트는 인턴쉽과 각종 공모전 입상이 추가되며 9종 세트는 취업에 걸맞은 외모성형과 자원봉사가 포함된다.
또래 친구들은 취업을 준비하며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을 시기, 자신의 꿈을 위해 취업의 문을 스스로 포기한 젊은 래퍼들이 있다. 그들은 이력서에 한 줄 채울 자격증을 따는 대신 회사를 차렸다. 토익학원에서 토익점수를 올릴 비법을 듣는 대신 사업 계획서를 쓰고 있으며, 어학연수 대신 이제 막 공사 중인 연습실로 매일 출근하고 있다. 인테리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전기 드릴을 들고 롤러를 든 채. 그리고 이렇게 흥얼거린다.
대학생활 절반 홍도 아님 백도
토익 토플 텝스 대회활동 스펙 업
이런 것들이 나쁘다곤 안 해
허나 내 인생에 있어서는 Self Disrespect
8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 서구 화정동에 위치한 숨 레코드 회사를 방문했다. 지하에 위치한 연습실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전남대 흑인음악 동아리 su:m. 공연 후 동아리 멤버들과 함께 한 사진.
Q: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한다.
민본웅 (이하 민): 숨 레코드의 민봉웅이라고 한다. 전남대 동물 자원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이다. 2년 휴학 후 음악 활동을 하면서 군대에 다녀왔다. 현재 숨 레코드의 대표를 맡고 있지만, 사실 멤버 6명이 모두 함께 만들어 가는 회사다.
최대현 (이하 최): 전남대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최대현이다.
Q: 4학년이면 바쁘지 않나? 졸업 준비도 해야 하고 취업 준비도 해야 하지 않는가?
최: 취업대신 회사를 차리기로 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해도 힘들고 하기 싫은 것을 해도 힘든 세상이라면, 차라리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힘든 게 낫지 않은가?
Q: 부모님도 알고 계시나?
최: 곧 알게 되실 것 같다 (웃음)
Q: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등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다. 덕분에 힙합이라는 장르가 대중에게 인지도가 생겼지만, 여전히 관심 밖의 사람들이 더 많다. 어떻게 힙합을 시작하게 되었나?
민: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했다. 부모님의 반대가 있어서 대학교는 일반학과로 왔는데 미련이 남아 2년간 휴학하고 음악을 했다. 예술강사로 초등학교, 중학교 아이들을 가르치고 군대에 다녀왔다. 그렇게 계속 꾸준히 음악을 했다. 한 삼년정도 시간이 흐르자 부모님도 조금 이해해 주기 시작했다.
최: 초등학교 때부터 관심은 많았다. 고등학교 때 무대에 오를 기회가 생겼다. 그 때 지기 펠라즈의 ‘간지’라는 노래를 부르고 은상을 받게 되었다. 관객 호응과 하나 된 느낌이 좋았다. 혼자서 음악활동을 하는 게 어려웠는데 대학에 들어와 멤버들을 만났다. 전남대 흑인 음악동아리 ‘숨’ 활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숨 레코드 멤버들도 모두 이 때 만난 인연들이다.
Q: 아! 그러면 대학교 동아리 활동이 현재의 음악 활동으로 연결되고 회사 멤버들도 모두 이 때 만난 인연들인가?
민: 그렇다. 동아리에서의 인연으로 현재 회사까지 함께 만들게 되었다. 간단히 취지를 설명하자면, 동아리에서 만난만큼 동아리라는 제약에 갇혀 있었다. 단순히 학교 안에서만 활동하지 않고 조금 더 넓은 지역에서 힙합 문화를 알리고 싶었다. 더 많은 사람이 힙합을 알고 즐겨 주었으면 하는 목표로 활동하게 되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생겨나면서 힙합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힙합은 ‘춤’으로만 인식되어 있었다. 요즘엔 ‘춤’보다 ‘랩’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 우리는 ‘춤’, 또는 ‘랩’으로만 인식되는 힙합을 하나의 ‘문화’로 전해 주고 싶다.
Q: 힙합에 무지한 일인이 여기 있다. 나와 같은 힙합에 무지한 일반인들에게 힙합의 ‘문화’ 또는 ‘가치관’을 설명해 줄 수 있는가?
민 & 최: 힙합의 기본은 저항성, 자유다. 어찌 보면 건방져 보일 수 있다. 한국정서와 안 맞는 부분도 있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 정도로 봐주면 될 것 같다.
Q: 대학생 신분인데 회사를 차렸다. 어떻게 차리게 되었나?
민: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대학교 동아리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09년도에 전남대 흑인 동아리 ‘숨’이 만들어 졌다.
최: 내가 01학번인데 동아리 1기다. 창립 멤버라고 할 수 있다.
민: 나는 숨 3기다. 우리가 단체를 만들고 시스템을 만들어 가면서 고민이 생겼다. 동아리는 언젠가 후배들을 위해 넘겨줘야 하는데, 막상 우리들을 위한 음악을 할 곳이 없었다. 우리가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고, 더 나아가 음악을 계속 하고 싶은 후배들을 위한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Q: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고도 계속 음악을 하고 싶은 열정과 본인들처럼 음악을 하고 싶은 후배들을 이끌어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회사를 차리게 된 건가?
민: 우선은 우리가 먼저였다. 우리들을 위한, 우리가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두 번째는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는데 가장 좋은 모습은 나이가 들어도 음악을 계속 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졸업 후에도 음악을 계속 하고 싶은 후배들을 성장시켜 줄 수 있는 힘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었다. 회사를 만든 이유도 그들과 우리들에게 음악적 유통망이 돼 주고 싶다는 바램에서다. 우리는 선배가 없기 때문에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밑에 후배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
Q: 이쯤에서 회사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사무실 및 연습실을 얻었다. (현재 공사 중이다) 대학생 신분인데 사무실을 얻는 비용은 어떻게 조달했는지 정말 궁금하다.
민 & 최: 숨 동아리 멤버 중에 한 명의 어머님이 사무실을 얻는데 도움을 주셨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빠른 시일 안에 자립을 하는 것이다. 정말 운 좋게도 현재 지원을 받고 있지만 결국엔 우리 스스로 독립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다. 지금 연습실 인테리어 중이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인테리어도 우리가 직접 하고 있다. 사실은 일주일 전에 취재 전화를 받고 공사를 빨리 마무리 짓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할 게 많다. 아직도 정리가 안 됐다.
Q: 회사를 차렸으니 수익 구조가 필요하다. 수익은 어떤 식으로 낼 수 있나?
민: 이 부분에 대해서 멤버들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했다. 사업 계획서를 쓰면서도 많이 고민한 부분이다. 아이템은 많다. 스트릿 패션을 디자인해서 의류 사업을 할 수도 있고 각자의 음악 실력을 늘려서 프로듀싱 작업을 하던지 음악 레슨을 할 수도 있다. 우리가 직접 공연을 해서 공연비로 수익을 내는 방법도 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많은 부분이 사실 불확실하다. 그 불확실함을 현실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 또한 앞으로 우리의 숙제다.
Q: 회사를 안정화 시키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음악적 역량을 계속 키워야 할 것 같다. 어떤 식으로 음악성을 키워 나가는지 궁금하다. 래퍼들도 배우는 곳이 있는가?
최: 모든 래퍼가 그러하듯이 자기가 스스로 배우면서 실력을 늘려야 한다.
민: 다른 학문과 달리 힙합은 아직 학문적인 기초가 잡혀져 있지 않다. 래퍼가 하는 일은 모든 가사를 자기가 직접 쓰는 것이다. 래퍼는 남의 가사를 절대 쓰지 않는다. 가사 안에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묻어 나오고 리듬감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다른 누군가한테 배운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스스로 느끼고 알아가야 한다.
Q: 말만 들어도 어려워 보인다. 음악적 감각은 물론 있어야 하며 가사도 쓸 줄 알아야 하는데, 가사도 그냥 가사가 아니라 본인의 뜻을 정확히 전달해야 하지 않는가?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나?
최: 기초적인 틀이나 법칙은 배울 수 있다. 그 정도는 배울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스스로 노력해서 얻어야 한다. 일단 라임이 맞아야 한다. 마디가 4박자인데 거기에 맞춰서 쓰는 법을 알아야 한다. 정확한 가사 전달을 위한 글쓰기 능력도 필요하다. 인문학적인 감성이 필요한 작업이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최: 음악을 오래 하고 싶다. 음악을 오래하고 싶은 것이지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게 아니다. 랩이 좋고 꾸준히 하고 싶다. 그런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회사를 차렸다. 이 공간을 좀 더 키워가고 싶다. 성공적인 회사 운영을 하고 싶다. 인지도를 얻어서 앨범 수익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음악적인 주류가 되어 음악활동을 오랫동안 하는 것이 꿈이다.
민: 공연을 많이 하면서 숨 레코드를 홍보하는 것이 단기 목표이다. 장기적으로는 동아리가 오래 유지되고 운영되면서 나이가 먹어도 음악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환경 때문에 음악을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힙합을 널리 알리고 싶다. 숨 레코드의 음악을 많이 듣고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다.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회사로 만들면서 개인적으로 음악적 역량을 키워 나가고 싶다.
최선이 만들어낸 최고, 끊임없이 이뤄내지
지난날들이 만들어 낸 노력의 결과로 꿈을 얻지
재능은 교육 받지 않아도 스스로 해내
그런데도 어떤 애들은 자기네 라인을 타래
그렇게 말하는 새끼들은 이미 약자니
줄일 것도 없지 뭣 하러 일을 두 번해
fuck that 그럴 시간에
우린 진짜를 연구하느라 밥 먹듯이 밤을 새
미친 듯한 플로우 뱉느라 호흡이 멈춰도
숨을 쉴 수 없지 이 짓을 쉴 수 없으니
사진 촬영을 위해 공사 중인 지하 연습실로 내려왔다. 아직 미완성인 공간이지만 공간도 사람처럼 숨이 있다. 조만간 멋진 모습으로 그들의 꿈을 담아 줄 공간으로 변해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그들의 도전과 열정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 졌다. 공연 계획이 있으면 연락해 달라고 했다. 그들이 널리 전파하고 싶다는 힙합 문화도 궁금해졌고 지금은 미완성이지만 앞으로 하나씩 채워 나갈 회사의 모습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개인의 음악적 역량을 키워 나갈 여섯 명의 숨 레코드의 대표이자 래퍼들의 모습이 가장 기대된다.
최선이 만들어낸 최고, 끊임없이 이뤄내지
지난날들이 만들어 낸 노력의 결과로 꿈을 얻지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