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호] 역사 속 베일에 감춰진 여성의 멜로디 - 송진주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0-11-06 조회수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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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베일에 감춰진 여성의 멜로디  

빛고을LECTURE콘서트

 

송진주 통신원

 

 모차르트, 슈만, 말러. 이들이 가진 공통점은 무엇일까?
흔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천재 남성 작곡가들의 이름으로 추측될 것이다. 하지만, 이 이름에는 여성 작곡가들 또한 숨겨져 있다. 바로 그들은 나넬 모차르트, 클라라 슈만, 알마 말러이다. 아마 대부분 생소한 인물들로 느껴지는 이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본래 이름이 잊히고 남성의 성을 따라야 하는 현실에 역사 속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과거부터 이어온 이러한 사회적 통념으로 인해 월등한 실력이 있음에도 희생해야 했던 것이다. 과거에 비해서 현재의 여성음악가들은 어떨까? 대중에게 기억되지 못한 안타까운 여성 작곡가들을 두 아이의 엄마이자 극장 디렉터, 작곡가인 김희정 교수의 강연을 통해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집에서 브이로그처럼 강의를 시작하는 김희정 교수

 

 

 지난 15일 오후 7시 반, 빛고을렉처콘서트 6회차 <침묵의 소리, 침묵의 음악: 역사 속에 가려진 음악 속의 여성>이라는 주제로 김희정 교수 강의 녹화본이 유튜브 ‘광주문화재단TV'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었다. 마치 브이로그처럼 셀카봉을 들며 자신의 집에서 본인을 소개하는 그녀는 친근한 작은 이모처럼 유튜브 시청자들을 맞이했다. 김희정 교수는 같은 여성이자 작곡가로서 훌륭한 음악적 재능이 있음에도 과거 사회적 관념으로 인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여성 작곡가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의 음악 감상과 함께 강의 내용이 다소 무겁지 않도록 재미있게 진행했다.

 

 

▲7.여성 작곡가 이영자

▲임준희 작곡가


▲박영란 작곡가

 

 

 과거 서양의 여성 작곡가 나넬 모차르트, 클라라 슈만, 알마 말러에 이어서 현대 대한민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영자, 임준희, 박영란 작곡가까지. 김희정 교수는 그들과 같은 여성 작곡가로서 그 누구보다 사회적 관념과 인식으로 인해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어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Q. ‘여성’이 ‘남성’과 다른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강의 주제가 역사속의 여성작곡가입니다. 저도 작곡가이구요. 여성작곡가와 남성작곡가가 무엇이 다르냐, 음악에서의 여성성과 남성성은 무엇이냐는 사실 미학적인 문제라 답이 없습니다. 보통 웅장한 작품은 남성적이라 말하고, 부드러운 선율은 여성적이라고 말합니다만, 이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네요. 이 강의에서는 미학적인 문제보다는 기회의 문제에 대해 말하고자 했습니다. 좀 오래됐습니다만 2001년 논문에서도 거론한 바 있는데, 작품 활동 기회에서 불균형을 경험하기 때문에 발전의 기회가 당연히 적다, 그런 맥락으로,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강의를 진행하고자 했습니다.   

 


 
▲남성, 여성 작곡가의 성비 차이

 



 Q. 보통 역사 속 ‘여성’은 ‘뮤즈’로만 인식되어, 단지 ‘애인’의 존재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실력이 뛰어남에도 저평가되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A. 앞의 질문에서 두 번째 질문까지 답을 했네요 (웃음)다시 말하지만, 기회의 불평등이 가장 큰 문제였구요. 특히 "소리창작"이잖아요? 오선지에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이 소리로 실현이 되어야 합니다. 그 연습을 통해서 훌륭한 작곡가로 성장하는 것이구요. 그런데 그 연습기회를 얻지 못하면 재능을 펼치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자질이 없어서가 아닌 것이죠. 그리고 고정관념도 원인입니다. 흔히 웅장하고 규모가 큰 작품은 남성작곡가가 써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만약에.... 한 나라의 국가를 여성작곡가가 작곡한다면? (물론 그런 커미션은 기회를 주지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어떻게 반응할까요? 저도 궁금하네요.

 

 Q. 지금껏 나온 음악 속에서 기억되는 여성들은 어떠한 여성인가요?

A. 사실 한국의 기방문화에서 기억되는 여성들이 있습니다만, 이번 강연은 '클래식 음악'으로 국한해서 얘기합니다. 세 명의 여성작곡가 나넬 모차르트, 클라라 슈만, 알마 말러를 다뤘습니다. 남성 가족에 의해 그늘이 된 작곡가들이 되겠네요.  

 

 


▲남동생에 의해 빛을 보지 못했던 나넬 모차르트


▲남편으로 인해 자기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요리만 해야 했던 클라라 슈만


▲육아와 살림으로 집안일만을 해야 했던 알마 말러

 

 

Q. 시대가 달라지면서,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현시대의 음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창작계에서 여성의 기회를 만드는 일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워킹우먼의 어려움은 작곡가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똑같이 어렵지요. 다만 다른 점은 시간이나 에너지 소모 면에서 불규칙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요. 제 경우만 해도 갑자기 닥치는 데드라인 때문에 한 달씩 밤을 꼴딱 새우면서 작업할 때가 있거든요. 그러면 가족은 희생을 해야 하거나 제 몸이 부서지거나.... 

 

Q.’여성’에 대한 주제로 음악활동을  하면서, 같은 여성으로서 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실까요?

A. 제가 특별히 '여성'을 특별히 주제로 창작을 한 것은 아니고, 휴머니즘 시각의 작품들을 해 왔습니다 - 반전, 환경 등이요. 그 맥락에서 전쟁과 민족적 갈등의 희생자인 여성, 환경의 어머니인 여성들을 다루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들이 세계여성음악제, 캐나다환경음악제, 독일 쾰른 여성영화제 등으로 초청되면서 알려지게 되었구요. 저는 페미니즘적 접근으로 작품을 한다기보다는 화해, 그리고 자연의 구원과 그의 어머니로서의 여성성에 관심이 있습니다.  

 

Q.이번 강연이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요. 강연을 진행하면서 어떠셨나요?

A. 사실 이 강연은 오프라인으로 구상된 것이기 때문에 저의 작품들이 광주시립교향악단 단원들에 의해 직접 연주 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강연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시간도 50분으로 줄고 주제만 다루기에도 바쁘게 됐네요(웃음) 그래서 클래식 역사속의 여성 작곡가와 한국의 여성작곡가만 간략하게 소개하는 내용으로 변경을 했습니다. 혹시 다음에 기회에 또 있다면 꼭 제 작품을 연주로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과거부터 여성으로서 남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집안일을 하며, 아이들을 양육해야 하는 현실로 인해 대중에게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작곡가들. 이번 강의를 통해 급격히 바뀌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잘못된 의식을 전환함으로써 대중이 알지 못했던 그녀들이 재조명되어 길이길이 기억되길 바란다.  ​

 

 

 

 

 

송진주 (11기 통신원)

하늘과 땅 사이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

이를 문화라고 쓰고 인생이라 읽는다.

우리는 매순간 깨달으며 배워나간다.

문화 또는 인생은 끊임없이 배우면서 재미나게 살아야한다.

그러므로 난 유희하는 인간(Homo ludens), 송진주로 살고자 한다.

나도 모른 사이에 문화와 함께 숨쉬고, 삶 속 깊이 스며들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로 인해 문화예술기획을 전공하며, 앞으로 나를 포함한 모든 이가 유희하는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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