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호] 고유진 모담지기_우리는 모두 다 특별함을 가진 사람들이다_리드앤씽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2-09-02 조회수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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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다 특별함을 가진 사람들이다

 <리드앤씽>

취재 : 고유진(13기 모담지기)

인터뷰이 : 조을정(리드앤씽 대표)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를 같이 읽는 중

 

 

당신은 특별하나요?”라는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이 글을 읽기를 바란다.

 

 

단체와 자기를 소개해주세요

리드앤씽은 예술 융합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이에요. 저는 성악과 작곡을 전공하고 동요를 작곡하며 아이들에게 노래와 연주를 가르치는 평범한 음악 강사였어요. 그런데 쌍둥이를 낳고 삶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어요. 한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그래서 아이가 커나갈 세상이 편견이나 한계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했고 그게 예술이라고 생각했죠. 장애나 비장애 상관없이 아이들과 만나서 좋은 예술교육을 하고 그렇게 같이 행복해지길 바라요.

 

 

작가님이 오십니다에서 만나는 이들이 형제·자매·쌍둥이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 이야기에서 시작했어요.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인데 어떻게 배우고 익히게 해야 할지 엄청 고민스럽대요. 학습지를 푸는데, 첫째는 1학년 평균 수준이지만 둘째는 유아 수준의 학습지를 풀어요. 그러면 첫째가 나도 쉬운 거 하고 싶다라고 종종 투정을 부려요. 둘째가 그런 말을 들으면 주눅 들까 봐 첫째에게 왜 너는 항상 이렇게 비교하느냐.”라고 화를 냈어요. 올바로 대처하지 못하고 버럭 화내는 저를 돌아보다가, 느리다 빠르다 구분하지 않고, 정상 비정상으로 나누지 말고 그냥 자기가 가진 것이 고유한 특성이 될 수는 없을까 싶더라고요.

 

 

 

 

형과 함께 동화책 속 나의 모습을 그려요


 

그래서 저처럼 갈등하는 가족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했고, 발달하는 속도가 다른 쌍둥이나 혹은 평생 비교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형제 · 자매가 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상을 너무 좁히면 사람을 모으기 힘들 것 같아서 2학년부터 5학년 아이들을 모집했고 장애 어린이는 따로 선정했어요. 복지관에 알렸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어린이와 함께하게 되었죠.

되게 재밌게 보고 있는 웹툰, 열무와 알타리좀 보여드릴까요.

(발달장애어린이 육아일기이며, 카카오 웹툰에서 연재 중)


 

 

 

웹툰 열무와 알타리(출처 나무위키)



 

웹툰이 제 이야기가 되게 비슷하더라고요. 남자아이 쌍둥이가 1조금 넘었을 때 조산을 했고 둘째는 뇌출혈을 겪었어요. 제게 육아는 돌봄이 아닌 생존 문제였어요. 장애 어린이들은 치료를 받으러 다녀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친구 사귀기도 어렵고 배우고 놀고 예술을 느끼기가 더욱 어렵죠. 세상에서 이런저런 자극을 받기 어려운 편이네요.

 

 

 

 

속도에 갇히지 않고 같이 배워요

 

 

그래서 이런 아이들이 어떤 스펙트럼에 있는지, 이들을 어떻게 돕고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했어요. ‘예술이라면 이룰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저희는 독서 예술 융합 콘텐츠, 그러니까 같이 그림책을 읽고 동요를 부르고 무언가 만들면서 작가가 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느리다 빠르다 이런 속도에 갇히지 않고 한 사람으로서 강점을 찾아 발현하면서 작가로 데뷔하고 작품을 남들에게 소개하면서 세상과 연결되도록 하려고요. 선생은 그 길을 도울 뿐이고 결국 작가들(아이들)이 다 해내야 하죠.

 

 

왜 음악과 미술을 엮을 생각을 했나요?

둘째가 다섯 살이 지나서야 말을 했어요. 아주 어릴 때는 같이 노래를 부르기 힘들었죠. 그런데 촉감 놀이는 영유아 때부터 하잖아요. 오히려 미술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일찍부터 할 수 있겠더라고요. 또 음악과 미술은 융합할 수 있는 지점이 많아서 통합 교육을 하게 됐어요.

콘텐츠를 개발할 때 미술 치료사나 인지 치료사에게 자문해요. 이것은 장애군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저것은 가능할 것 같다는 식으로 피드백을 받죠. 그리고 특수교사, 비장애인 교육 경험이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소통하며 콘텐츠를 만들어 현장에 나가고 있어요.

 

 

 

 

작가님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그리고 있어요

 

 

 

올해는 실험 단계지만 아이들의 가능성이 참 엄청나다고 느꼈어요. 주원이에게 자기 모습을 그려보라고 했는데 계속 땅강아지, 오징어만 그리고 안 그렸거든요. 근데 마지막에 한 번 해보라고 다시 권하니 자기를 그렸어요. 선생님들 모두 울컥했어요. 기다려 주면 할 수 있구나. 지시 수행이 가능한 아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몇 번 해보고 얘는 안 되겠다며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마지막에 하더라고요. 그래서 고마웠고 제가 한 번 깨지는 순간이기도 했어요. 현장에서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단단히 체계를 잡기 위해 노력하려고요.

 

 

 

 

아이들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어울리며 배워요



 

아이들은 무언가를 가르거나... 편견이 없는 것 같아요.

첫 시간에 주원이가 자기만의 세계에서 갑자기 노래를 불렀는데 이럴 때 요즘은 돌발 행동이라고 하지 않고 도전 행동이라고 불러요. 그때 비장애 아이들이 한 번씩 뒤돌아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라고요. 저희는 주원이는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데, 주원이의 특별함 때문이다. 우리는 이해하고 그런가 보다 하면서 가볍게 생각하면 된다.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우면 되고, 우리는 모두 다 특별함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렇게 말하니까 오히려 미래가 주원이 그림을 보고 이거는 뭐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세빈이는 그림이 너무 귀엽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우리 교육이 너무 입시 위주라 장애인과 수업을 방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것은 우리 교육의 문제죠. 각자 속도가 다르고 모두 특별하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으면 그들은 평생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우느라 바쁘겠지요. 한 아이의 가능성을 우리가 재단할 수 없잖아요.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고 사람들과 섞여 사는 법들을 알아야 한다고 일찍 배우면 오히려 아이들은 편견을 금세 거두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늘 함께 고민하고 수업하는 리드앤씽선생님들께 감사하고요. 제가 장애 아이의 엄마지만 장애가 제 아이의 세상을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함께 꿈꾸고 기다리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는 개념이 아니라 그냥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아이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분명히 희망이 있어요. 그런 미래는 우리 아이들이 만듭니다. 어른들의 편견에 갇히지 말고 아이들이 생각한 그대로 투명하게 세상을 받아들이면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장애가 한 가정의 걱정이 되고, 위험이 되고, 불행이 되지 않는 모두가 가진 특별함이 되리라 믿고 기대해요.

 

나의 특별함을 존중받고 평등과 공평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당연한 내일이길 바란다. 우리는 모두 다 특별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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