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IN 천윤희] 교사들을 위한 치유의 워크숍 - 안전한 공동체 혹은 시공간이 전제되어야 한다.
운영자
날짜 2015-07-02 조회수 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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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힐링스쿨 운영사업 3차 교사워크숍 모니터링 취재>

학교, 예술과 치유를 만나다.

‘아트힐링스쿨’의 기획 목적은 문화예술을 통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교사, 학생 간에 자기성찰과 공감을 통한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있다. 이는 학교 내 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문제 상황을 예방 또는 극복하고, 이를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광주시교육청의 학교 내 학교 폭력 예방 치유 프로그램 안착을 목표로 한 Wee클래스와 연계하여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기획, 지역과 연계한 지속가능한 학급 내 프로그램 지원을 위한 특화된 프로그램 모델을 만들어내고자 실험 중인 역점 사업이다.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2012년 시범 사업 형태로 학생들을 위한 아트힐링스쿨을 실험한 후, 2013년 초기부터 광주시교육청과의 협업을 토대로 보다 밀도 있는 사업계획을 수립해갔다. 사전 계획 단계에서는 자문협의체를 마련, ‘문화예술교육’과 ‘치유’에 대해 유관 기관 및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함께 고민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기획 과정에는 전문가들의 평가 및 컨설팅이 있었다. 일회적 성과 중심형 프로그램이 아니라, 실제 교육 주체들의 근원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어 지역 사회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보다 폭넓은 고민이 있었던 것이다. 이는 아이들의 문제가 비단 ‘학교’ 안에서의 것을 넘어서 지역공동체의 문제라는 공동의 책임감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전체 사업의 구조 역시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일차년도인 2012년에는 교육의 수혜 대상으로서 ‘학생’을 위한 아트힐링 프로그램 실행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차년도인 2013년의 가장 큰 변화는 학습지원/모델개발/교사연수 세 카테고리로 진행되면서, 이 세 영역이 상호교차 하도록 중첩시켜갔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교실 안의 힐링의 시너지를 끌어내고자 했다는 것이다. 특히 ‘교사’를 조명하여, 당연하다고 여기기 쉬운 사회와 도덕적인 굴레 안에 또 다른 소외자가 되는 ‘교사’에게도 ‘힐링’이 필요함을 인식시키고, 그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 이번 사업의 주요한 터닝포인트라고 본다.

 

상처받은 치유자, 교사

 

 

 상담가들의 일치된 의견 중의 하나는 문제 아이나 청소년의 ‘행동’은 ‘징후’라는 것이다. 보통 통증이 생기면, 단순히 질병과 처방에만 초점을 두지면, 근원적으로 ‘몸’과 ‘환경’의 문제까지 더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는 단순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하물며 인간의 양육, 교육에 대한 문제를 이와 비견할까. 그래서 교사는 더더욱 어렵다.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각양각색의 문제들이 학교 안의 문제를 넘어,
첫 번째 사회인 가정, 부모와의 관계 등 개인적 차원이 밀접히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교사는 학교 안과 밖의 사회 또한 한 아이의 내면과 행동, 이 모두를 돌아보아야한다.
그러나 교사에게는 한명이 아니라 수십명의 돌봄의 대상이 있다.

기타의 모든 업무를 제외하고 말이다. 한편, 교사 역시도 한명의 개인으로서의 상처가 있다.
이것들이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에서 여러 차원으로 마주하게 될 때, 교사 역시도 큰 상처를 받는다.
아이들에게도 상처받고, 사회에서도 상처받는다. 그러나 이 상처는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도덕적 책임과 의무감이 강하게 짓눌러온다.
교사들의 상처와 소진, 이에 대해서 주목하는 것, 헨리 나우헨의 말처럼, 상처받는 자가 치유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트힐링스쿨의 기획에 있어 중요한 지점이다.
교사들이 먼저 본인의 내면과 상처를 깊이 들여다보고 위로하고 치유할 때, 비로소 새로운 에너지로 아이들을 재발견할 수 있으며, 변화의 매개자가 될 수 있다.

 

교사들을 위한 아트힐링스쿨 워크숍

이런 취지에서 이번 제2차 아트힐링스쿨사업은 학생 대상 아트힐링 프로그램 외 교사를 위한 워크숍을 별도 기획했다. 총3회, 30시간으로 구성된 이번 교사워크숍은 운영학교 담당교사, 운영 단체 주 보조 강사, 주관 주최 담당자들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연극치유 (역할극), 연극치유(심리극), 춤․몸치유 세 개의 과정이다.

 

 

 

 

 

 

  (2차 워크숍 사진1, 2)

 

 불로초등학교 교사이자, 심리극 주 강사인 서준호 선생님이 진행한 2차 교사 워크숍은 교사학생역할극을 중심으로 사회극을 재현했다.
그리고 이어서 집단 상담 프로그램의 활용방법까지 나아갔다. 3차 교사 워크숍은 춤추는 나무의 강혜림, 김정훈 두 강사가 진행한 몸치유 프로그램이다. 강혜림 선생님은 주로 춤테라피와 명상을 결합한 인성교육에 관심을 두고 있다. 춤을 통해 신체가 열리면서 통찰력이 열리는데, 이와 관련해서 마음챙김명상을 강조한다.
마음챙김명상은 신체 알아차림, 감정 알아차림, 생각 알아차림을 통해 자신을 깊이 이해할수 있으며, 모든 명상의 궁극적 주체인 나와 타인에 대한 사랑과 모든 생명이 하나로 연결되어있는 상호연결성을 배울 수 있다.

강혜림 선생님은 마음챙김명상이 아동과 청소년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학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춤을 통한 마음 챙김  명상 워크숍

 

 

 

교사와 강사들은 세 차례 워크숍을 통해서 심리극을 직접 체험 해 보고,
학생들에게 적용해볼 수 있는 방법도 배웠다.

그렇다면, 그들 자신은 어떠했을까.

개인적으로 참관한 세 번째 워크숍의 분위기는 생각보다는 편안했다. 보통 공조직에 있는 이들은 자기 표현을 극도로 절제한다. 특히 사회적 관계 속에서 진실어린 내밀한 이야기는 약점이 되어 타인들에게 회자될까 두려운 것이다. 처음에 이 수업을 참관하고자 했을 때, 나는 수업에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라 가정했다. 나 역시 공조직에 있기 때문에 춤, 명상의 기법만 보고 오리라, 또 보통 교사 연수에서 교사들은 체계적인 이론과 바로 적용가능한 용례를 요청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워크숍은 보다 깊이 들어갈 것을 요구했다. 아마도 깊은 알아차림의 단계까지는 가지 못할지라도 명상을 요구했기 때문일 것이다. 초반부에는 주로 신체 움직임 놀이를 통해서 그야말로 어른일지라도 어린이처럼 뛰고 웃으며 놀았다. 놀았다는게 정확한 말이다. 신체를 접촉하며 놀다보니 서로의 얼굴을 본, 그것도 사회에서 성인들 간의 처음 만남일지라도 친밀감이 느껴졌다. 감정인식과 친화적 관계형성을 위한 움직임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제4부에 해당하는 소중한 나, 자존감 형성을 위한 다시 태어나기 퍼포먼스에 들어가서는 보다 마음 속에 꼭꼭 숨겨놓은 이야기가 조금씩 표출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억눌러왔던 눈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나 역시도 처음엔 참관자였다가, 나중에는 함께 참여하며 급기야 분출하는 눈물과 함께 모두의 안아줌을 받게 되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 새내기 교사들의 이야기이다.
대학 졸업 후 첫 발령지인 현재의 학교에서 아트힐링스쿨의 담임교사가 되었다는 이십대 중반의 교사는,
아이들이 두렵고 학교라는 사회가 두렵다고 했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돌보는 보호자이자, 책임자임에 심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는 듯했다.
살짝 들어보니, 교사 개인적으로 학창 시절 경험과 현재 교사로서 학생들과의 맺는 관계 경험이 엉켜서 상처를 더 심화시켜가고 있는 듯 했다.
자신의 현재를 ‘눈물 방울’ 로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르른 나무로 숲을 이루어갈 것이라고, 잘 헤쳐나갈 것임을 스스로에게 격려하고 있었다.

 

 

치유를 위한 안전한 공동체 혹은 공간의 중요성

이 워크숍을 참여하고 난 후, 한동안 멍하고 다소 우울한 기분을 감출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나 역시도 12년여 직장생활을 하면서 극심한 소진상태에 있던 상황이었고, 내면적으로는 애써 눌러놓고 있는 그 어떤 것이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폭발할 것을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연히 참관한 워크숍에서 그 숨겨놓은 문의 열쇠가 찰칵 열림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 열림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폭발적인 에너지가 있어서 나 자신도 그것이 어느 방향을 튀어갈지 알 수 없어 두렵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 단계의 문에서 더 깊이 몰입하지 못하고, 거기서 멈추어버렸다. 왜냐하면, 치유를 위한 워크숍으로 모였지만, 이곳은 다시 또 다른 공적인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여파는 나의 일상에 깊은 파장을 일으켰다. 긴 침묵과 깊은 생각의 숙제가 남겨진 것이다.

나는 잠시간의 방문자였으나, 함께 모였던 교사들이나 강사들은 같은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은 어떠했을까. 물론 하루 동안 함께 웃으며, 눈물 흘리며, 진정으로 그 순간은 서로를 안아주었지만, 이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가서도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줄 수 있을까.
이들이 서로의 비밀을 ‘비밀’인 채로 지켜주고, 서로를 위해 지속적인 위로와 격려의 에너지를 보낼 수 있을까. 이 날의 워크숍을 통해 만들어진 일시적 공동체는 안전한 공동체였을까.
안전한 공동체가 되지 못할 때에, 명상과 치유 프로그램은 ‘치유’가 아니라 더 큰 ‘상처’가 되어 그나마 열린 문을 굳게 닫게 만든다.

간혹, 프로그램들을 진해하다 보면, 이 역기능이 발생함을 목격한다.
그래서 치유프로그램은 여타 프로그램 보다 섬세하게 여러 관계와 상황들, 힘의 역학 등을 고려해야한다. 특히 매개자나 활동가 등 선한 의무가 부여된 이들의 소진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더욱 그러하다.

 

안전한 공동체는 비단 구성원의 문제 일수도 있고, 특정한 시간과 공간의 차원 일 수도 있다. 이것은 더 나아가 교실 안 학생들의 문제를 다룰 때도 마찬가지 이지 않을까.
비밀을 지켜줄 수 있고 격려할 수 있는 지속성 있는 안전한 공동체 혹은 공간, 그것은 꼭 선행되어야 할 전제이지 않을까.

 

천윤희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정책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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