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화예술교육에 담긴 희망
문화교육과 사회부총리
선재규
광주문화재단 정책기획실장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70여 일이 지났다. 그사이 요양병원 방화사건, 최근에는 군부대 총기 난동 사건도 발생했다. 안전한 대한민국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다. 신뢰할 만한 대책도 없다. 국민은 여전히 불안하다.
'위험사회(Risk Society)'의 저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한국 사회가 ‘위험사회’를 넘어 '재앙사회'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 국가적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언했다.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우리 사회가 ‘재앙사회’로 까지 불리우게 되었을까? 참으로 참담하다.
우리는 그동안 너 나 할 것 없이 금전 만능주의에 사로잡혀 돈만보고 달려왔다. 삶의 가치 체계가 금전적 가치에 침몰당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렇게 세월호는 우리의 가치체계와 함께 침몰당한 것이다. 성찰(省察)이 필요하다.
깊은 성찰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가치체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 문화의 역능(力能)에 눈을 돌려야 한다. 개인과 공동체들 사이의 신뢰, 우정, 사랑, 관용, 배려, 공감 등의 가치들이 공동체적 삶의 방식의 토대가 되는 문화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문화경제학의 창시자 존 러스킨(John Ruskin)은 이미 150여 년 전에 금전의 가치를 중시하던 당시의 경제학을 비판하면서 “인간의 ‘생명’과 ‘삶의 풍요로움’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경제학으로의 전환”을 촉구하였다.
이어령 선생도 최근 신작 <생명이 자본이다>를 통해 “이미 병들대로 병들어 혼자 일어설 수 없게 된 ‘돈’과 ‘물질’의 자본주의를 ‘생명’과 ‘사랑’의 자본주의로 바로 잡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 이제 문화의 힘으로 침몰당한 사회의 가치 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문화를 통한 교육, 즉 ‘문화교육’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교육 현실은 어떠한가? 창의의 세기, 문화의 세기, 생태의 세기가 도래한다고 떠들며 맞이한 21세기도 어느덧 14년이 흘렀건만, 우리의 교육은 20세기의 그것과 달라진 게 없다.
초ㆍ중ㆍ고교에서는 입시교육에 시달리고, 대학에서는 취업교육에 시달려 온 우리 학생들에게서 공동체 존속의 기반이 되는 문화적 역량을 기대하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사회적 폭력이다.
이제 주입식ㆍ암기식 교육으로 파괴된 우리 학생들의 인성과 감성을 살려 내 지성과의 균형 발달을 통한 창의력 증진으로 새로운 교육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세기가 요구하는 창의적 교육으로의 전환을 하루빨리 서둘러야 한다. 해답은 ‘문화교육’이다.
지금껏 ‘문화교육’이라는 용어의 해석으로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갑론을박’해 왔는데, 이것도 기득권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두 부처가 힘을 합쳐 “문화적 역능의 증진을 교육목표로 삼고, 문화를 통한 교육에 역점을 두는 교과 편성과 운영 방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통하여 통찰적 판단력과 창의력, 타인과의 풍부한 문화적 소통과 자기표현, 자연과 공생하며 타인과 호혜하는 지속 가능한 ‘문화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문화시민’을 길러내야 한다. 이것이 ‘문화교육’이며, 세월호 참사 후속대책으로 만들어지는 사회부총리의 제1의 임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