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COLUMN] 비싼 약이 병을 낫게 하지 않는다 – 서영진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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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5-07-10 조회수 6,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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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약이 병을 낫게 하지 않는다

문화의 정글에 “하모니타워”를…

 

서영진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세상에는 다양한 목욕법이 있다. 로마의 멸망원인 중에 ‘호사스런 목욕문화가 있었다’는 역사학자의 분석도 있지만, 로마시대의 유적의 하나인 폼페이의 목욕탕도 입증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로마시대의 목욕문화는 귀족들의 방탕과 극에 달한 사치-노블레스 오블레주의 상실을 엿보게 한다.

지금도 세계의 대부분의 나라에는 다양한 목욕문화가 있다. 그리고 세월의 흐름과 유행에 따라 목욕행태도 각각이다. 식량이 없어 끼니를 거르기도 하고, 원조물자로 배급받은 분유로 배를 채우던 우리나라도 할 쪽에선 ‘우유목욕’이 보편화(?)됐다.

산유국 아제르바이잔사람들은 ‘원유목욕’을 즐긴다. 원유에 포함된 유황이 관절염과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는 때문이란다. 중국의 쓰촨성 다잉현에서는 관광객이 ‘진흙목욕’을 하는데 우리나라 충남 보령의 ‘머드축제’도 있으니 크게 신기한 일은 아니다. 컬럼비아 보고타에서 열리는 토마토축제에선 ‘토마토목욕’도 축제프로그램의 하나라고 한다. 먹거리 가지고 ‘장난’치는 것에 크게 화내시던 옛 어른들이 보신다면 대경실색할 일이다.

온천의 나라-일본은 습기가 많아 예부터 목욕문화가 크게 발달했다. 온천지마다 온천수의 성분이 달라 그 효능을 손님유치에 적극 활용하고, 돈벌이에도 활용하고 있다. 온천수를 활용해 온천수성분을 분말로 만들어 약국이나 수퍼 등에서 팔기도 한다. 이 분말은 온천여행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좋은 선물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온천지가 밀집된 지역일수록 다양한 목욕상품을 개발해 모객하고 있다. 카나가와현의 한 온천에선 ‘카레목욕’을, 이웃에서 ‘맥주목욕’을, 또다른 곳에선 ‘초콜릿목욕’탕으로 손님을 부르고, 휴양지로 유명한 하코네의 온천에선 ‘레드와인 목욕탕’도 운영한다고 한다. 대를 이어가는 ‘콘텐츠의 개발’이 이렇게 문화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크건 작건 우리들 일상생활의 주인은 ‘소비자-시민’이다. 문화예술도 당연하다. 시민이, 수용자가 인정하지 않는 문화예술은 그 가치를 크게 상실하고 만다. 세월이 흘러 뒤늦게 인정받고 평가받는 예술작품도 있지만, 여하튼 인정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작품은 수없이 많다.

세계 최고의 과학자로 평가받는 아인슈타인은 무척 탐구력이 강했다. 제자들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째서 배움을 멈추지 않는가?”고 묻자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원(동그라미)으로 생각한다면, 원밖에 있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원이 커지면 원의 둘레도 점점 늘어나 접촉할 수 있는 미지의 부분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고 했다. 그리고 “과거는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은 현재와 미래다.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광주문화재단에 오면서 이 말이 더욱 생각난다. 문화재단은 다른 장르의 재단-이를테면 학술재단이나 복지재단 등과는 달리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과 문화소비자를 대상으로 일을 한다. ‘백인백색’의 문화창조자와 취향이 각각인 수요자, 그리고 시대의 미래를 읽으면서 일해야 하는 조직이다.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영화, 연극 등등. 그 속에서도 문학은 시·소설·평론·희곡 등 수많은 형태로 나누어지는 다양함처럼 모든 장르가 그렇다. 예술인들의 개성과 특성은 또 어떠한가. 특성과 개성을 온전히 발휘해야 자기만의 작품세계가 구축되는 것이니 문화재단의 역할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우리 광주문화재단도 시급히 방향전환을 해야한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빛고을의 위상에 맞는 일을 하고 있는지, 지역문화예술교육의 중심에 설 수 있는지 부터 생각해야한다.

다양한 장르의 ‘문화정글’에서 서로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문화동산’을 만들려면 서로 이해하고, 스스로 조정 조절하는 시스템이 갖추도록 해야한다. 문화의 ‘컨트롤타워’가 아닌 ‘하모니타워’를 꾸며내는 노력을 하려면 세대와 계층을 잇는 선순환 작용을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소통의 단절-가정·학교·직장·사회에서 의사소통이 안 되고, 또 세대간 대화가 막히면 ‘고려장(高麗葬)일화’는 사라진다. 수영할 줄 모르는 사람이 수영장 바꾼다고 수영하게 되나? 일하기 싫은 사람은 직장을 바꿔도 해결이 안 된다. 건강을 모르는 사람은 비싼 약 먹는다고 병이 낫는게 아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나 자신이다. 내가 변하지 않고는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교육도 그렇다. 나 자신부터 바꾸는 것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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