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낯선 풍경을 만나는 세 가지 감성여행 – 아모틱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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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5-07-10 조회수 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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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내 안에 낯선 풍경을 만나는 세 가지 감성여행

광주, 얼마나 걸었니?  최종 보고회 -  아모틱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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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이었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그치기를 반복하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조선대학교 후문의 한 카페에서 ‘광주, 얼마나 걸었니?’팀을 만났었다. 양림동 지도를 제작하고, 현지와 관련된 미션을 풀어가는 방식의 여행프로그램을 기획했던 청춘여행기획단 1기를 인터뷰 했었다. 당시 광주시 지도를 탁자에 두고 다음 여행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어이던 청춘들의 고민하는 표정이 지금도 선하다. 이후 상반기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9월부터 12월까지 하반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1기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보다 번뜩이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보강되었다. 두 번째 ‘광주, 얼마나 걸었니?’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날은 2기 청춘여행단의 최종 보고회가 있던 날이었다. 아모틱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문화공간 에포케에서 이루어진 보고회에서는 하반기에 진행했던 3가지 테마의 여행 소개 뿐 아니라 좋았던 점이나 아쉬웠던 점, 느낀 점 등에 관한 피드백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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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 있었던 3가지 여행의 특징은 모두 ‘감성’을 테마로 했다는 것이었다. 일상에 유감을 느끼는 20-30대 청년을 대상으로 한 ‘유감여행’, 시의 ‘ㅅ’도 모르는 젊은 시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작여행 ‘詩작, 아무 날의 시’, 고민, 걱정, 스트레스가 많은 20대-3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힐링여행 ‘Talk to us’를 진행했다. 11월 넷째 주에서 마지막 주에 걸쳐 진행되었고, 참여한 여행객들의 공간을 얻어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각 여행의 특징과 참여자들의 소감에 대해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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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여행은 쳇바퀴처럼 돌아가고 있는 일상이 지겨운 이들에게 오늘만큼은 답답함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감각, 감정, 감성을 일깨우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했다. 같은 고민을 안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과의 만남과 유감을 공유하는 시간을 통하여 자신만 뒤쳐지는 것 같은 불안감과 자괴감을 해소하는 여행이었다. 시험, 스펙, 취업, 연애, 출근, 결혼 등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중외공원에서 진행했다. 남성 6명, 여성 2명이 참여해 유감없는 시간을 보냈다. 실외와 실내 두 가지 환경에서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유감여행을 소개하고 사회에서 통용되는 특징 없는 자기소개 대신, 자신의 장점과 특기를 반영한 이름을 만들었다. 참여 경로나 동기, 유감스러운 이야기 등을 꺼내며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갔다. 소개를 마친 후, 스텝이 미리 모아둔 낙엽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유감스러웠던 일을 생각하며 낙엽을 던지는 일명 ‘유감 날리기’를 진행했다. 실내에서는 타인과의 공유를 통해 유감을 털어내고 감동으로 마음을 채우기 위해 특별한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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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기타 연주를 듣고, 인생의 속도계를 만들어 자신의 속도와 가고 싶은 속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느린 우체통에 자신에게 쓴 편지를 부치기도 했다. 여행 참가자가 쓴 편지는 한 달 후에 각자에게 보내질 계획이다. 여행을 기획했던 ‘유감여행 조’는 무엇보다 다른 성향의 조원들 덕분에 시너지가 발생했고, 팀워크가 좋아 프로그램이 잘 마무리 된 것 같다는 평가를 했다. 구성과 장소에 섭외가 잘 이루어졌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었지만, 반면 프로그램 진행시 시간조절이 조금 더 잘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리허설을 해봤다면 진행에 완성도가 높았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럼에도 참여자와 기획자 간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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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詩作)여행은 저마다의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여행이다. 거대한 피로에 짓눌려 일상생활에서는 어떤 감흥이나 내면의 감수성을 발견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일상의 ‘일상적 흐름’을 잠시 정지시키는 여행이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참여자 내부에 숨어있는 감흥(감수성)을 여유로운 자연 속 여행을 통해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여행이었다. ‘詩작, 아무 날의 시’는 광주호수생태공원에서 진행되었는데, 참여자들이 마음껏 걷고 경치를 누리며, 기획된 공간에 불쑥 참여하고, 자유롭게 다른 공간들로 이동해가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각 공간마다 이 공간을 설명하는 설명문들이 붙어 있어 여행을 참가자 스스로 이끌어가도록 했다. 여행 기획단과 스텝이 공간마다 배치되어 약간의 도움을 줄 뿐이었다. 이 밖에도 별도의 안내문을 배부하여 참가자가 혼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여행에 젖어들도록 했다. 여행경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감성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했다.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를 써보고, 자신이 느낀 최근의 감정을 거기에 표시했다. 이후, 여행자는 스텝에 간단한 안내를 받아 광주호수생태공원을 산책했다. 산책로는 감성언어 전시회였다. 감성을 자극하는 글귀가 붙어있어 여행자는 산책하는 내내 글을 읽으며 자연을 접할 수 있었다. 작은 정자에 도달했을 때 참여자는 노트북을 통해 영화를 한 편 감상하게 된다. 바로 ‘노트북영화관’이었다. 스텝은 영화를 감상하는 여행자들에게 따뜻한 차를 제공하였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감성 표현하기였다. 감정단어 목록을 살펴보고, 오늘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고 이야기 나누었다. 여행을 마치며 참여자들은 “지난 며칠간 자신을 돌아볼 틈도 없었다. 오늘 여행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듯이 나를 만났다.” 라고 평가했고, “다시 태어난 것 같다.”고 했던 참여자도 있었다. 기획자들은 직접 감정을 공유하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여행을 통해 참여자들과 나누고 싶었던 생각들이 잘 전달된 것 같아서 뿌듯했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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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여행 “Talk tous”는 그야말로 마음속에 있는 고민을 털어놓고,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었다. 토요일 오후 2시 30분에 광주역에 집결해서 밤 9시에 남광주역에 도착하는 일정이었으나 실제 여행은 예상보다 길어져 11시에 끝이 났다. 광주역에 모인 참가자들은 나이, 학력, 전공을 제외한 독특한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별명, 미래가족계획, 예상수명, 이상형 연예인, 좋아하는 냄새, 5초 자기어필 등 다양하고 참신한 소재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푸른길을 걸으며 다양한 친밀감 놀이를 했는데, 설치된 운동기구와 관련된 게임이나 기찻길 잇기 놀이 등을 팀별로 진행했다. 게임 결과에 따라 ‘평화 왕’, ‘이탈 왕’ 등 게임을 잘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 아니라 가장 못한 사람에게 상을 주었다. 망토와 왕관을 주고, 그에 알맞은 권한을 주었는데, 다음 팀을 미리 고를 수 있는 특권이나 다음 게임에서 프리패스할 수 있는 등 게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겨우 이거?’퍼레이드는 잊지 못할 추억꺼리라고 소개했다. 평소 아무 것도 아니었던 장기들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는데, 지퍼를 빨리 올리는 장기라든지, 100미터를 빨리 달리는 장기 등이었다.

상품 붕어빵을 두고 벌어진 치열한 경쟁에서는 모두가 승리자가 되어 붕어빵을 나누어 먹기도 했다. 대화의 거리에서는 고민별로 걷기를 통해 자신의 고민을 함께 나눌 동반자를 얻었다. 차를 한 잔 마신 후에는 질문 카드 시간이 있었다. 질문에 대답을 하며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남광주 시장 일대에 도착 후에는 저녁 식사를 하고, 푸른길 공원 안에 있는 기차에 들어가서 전국 고민자랑을 진행했다.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고민을 선뜻 이야기 할까?’하고 생각했던 것이 노파심으로 여겨질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 놓는 시간이었다. 잉여선물교환 시간에는 자신이 쓰지 않는 물건인데, 상대방에게 필요할 것 같은 물건을 가져다가 추첨을 통해 선물을 받아갔다. 자취하는 학생 참가자에게는 커다란 멜론이 주어졌고, 건장한 남자 여행자에게는 뽀로로 오카리나가 주어져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후에도 야식을 먹거나 간단한 음주를 통해 서로의 깊은 이야기를 더 많이 할 기회가 주어졌다.

‘감성’을 발견하고, 건드리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여행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여행에 대한 만족감은 함께하고 싶은 시간에 대한 욕구로 이어지는데, 참가자들의 뒷풀이 참석률이100%에 가까웠던 점이 이를 보여준다. 최종보고회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고 각자 자신이 소견을 말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아모틱 협동조합의 추민수 대표가 스테프로 참여했던 여행을 복기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세 여행 모두 좋았어요. 참여하면서 정말 재미있는 사건들이 많았다고 생각하는데, 프리젠테이션 시간에 모두 보여주지 못한 점이 너무 아쉽습니다. 영상 발표회가 기대됩니다. 일 년 동안 여행기획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예상보다 수준 높은 여행프로그램이 다섯 개나 탄생했고, 그 과정에서 청년들 뿐 아니라 아모틱에도 성장이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여행에서는 로고도 스스로 만들고, 참여자와 기획자가 하나가 되어 정말로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내년에 보완을 해서 더 완벽한 여행 기획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추민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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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여행 기획을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해서 따로 대본이나 스크립트를 챙겨 두지 않았고 즉흥적으로 진행하려고 생각을 했었던 것이 실수를 낳았던 것 같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여행을 진행 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진행 미숙으로 전체 여행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해서 침울해 있었는데, 나중에 참가자들이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박보경_유감 여행 조)

 

“저는 스스로 이 시간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서로 친해지고 부대끼는 과정에서 모르던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술자리를 많이 갖길 바랐는데, 결과적으로 다들 친해진 것 같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재미있게 잘 논 것 같아요.” (곽호빈_유감 여행조)

“저는 1학기와 2학기 모두 여행기획에 참여를 했었어요. 1학기에는 아직 경험이 없어서 조금 힘들었고, 저 스스로도 큰 성장의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2학기 때는 조금 더 발전된 모습으로 참여했고, 팀원들간의 협동도 잘 이루어져서 완성도가 높은 여행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내년에도 프로그램이 있다면 꼭 참여하고 싶어요. 재미있었던 만큼 아쉬움도 남는 여행이었습니다.” (유지웅_시작 조)

 “저도 1학기에 참여했었는데, 2학기에는 모임에 자주 참여하지 못해서 조원들에게 미안했어요. 그래서 여행을 할 때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치 여행자처럼 참여를 했던 것 같아요. 처음 만났던 사람들이 진솔하게 말을 꺼내면서 이야기하는 게 감명 깊었고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다면 또 참여하고 싶어요.” (김진혁_용휘일링조)

 “여행 프로그램에 처음 진행을 맡았는데, 자기 파트가 다가오니 긴장이 많이 됐어요. 그래서 차라리 즐기면서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남았습니다. 프로그램 후반에 인간관계 대화 파트를 맡았을 때는 편해져서 오히려 좋았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체된 게 조금 아쉬웠는데, 프로그램을 너무 타이트하게 욕심내서 그랬던게 아닌가 싶어요. 진솔한 얘기 꺼낸거, 선물 같이 나눠 주신 것, 마지막 까지 해준 것, 마지막 문자에 답장을 주신 것 등 참가자들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슬아_용휘일링조)

 여행기획팀의 코칭을 담당했던 김병용 강사는 그간의 시간을 회상하면서 말을 이었다.

“여행 기획과 토론 과정에서 무언가를 리드하기 보다는 스스로 발견하고 깨달아가는 과정을 중요시했습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감성’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주제가 탄생했고, 우리가 함께 했던 여행 속에서 모두가 하나의 ‘연결고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수고 많이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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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 시간에 여행로고송을 만들었던 추민승 씨의 노래를 듣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로고송 대신 자신의 자작곡을 연주하며 노래를 해 주었는데 ‘Just do what you want to do’라는 곡이었다. 노래의 제목처럼 청춘여행기획단 ‘광주, 얼마나 걸었니?’1기와 2기는 자신이 원하는 여행을 기획하고, 그것을 해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는데 그들은 붉은 청춘답게 그들의 생각을 삶으로 이뤄낸 이들이다. 시간이 흘러도 그들의 마음이, 생각이 삶을 이끌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프로그램 개요]

* 사 업 명 : 2014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 교 육 명 : 광주, 어디까지 걸었니?

* 취재일시 : 2014년 12월 4일(목)

* 장 소 : 문화공간 에포케

* 운영단체 : 아모틱 협동조합

* 취 재 : 제5기 통신원 송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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