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컴퍼니 원_ 일곱 빛 무지개
<장애우에게 새로운 세상 열어주다>
전경화 통신원
십 년 넘게 오랜 세월 동안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는 아트컴퍼니 원을 만나러 광산구 장애인 복지관으로 향했다.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기획 공모 프로그램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속 진행되고 있다. 기획 공모 프로그램은 단체의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구하며 운영할 수 있기도 하다. 지적장애인 교육은 사고하고 사유하는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육 철학을 갖고 있는 단체이다. 일부 지적장애인 대상의 문화예술교육이 단지 정신연령이 낮은 즉 아동교육을 변형해서 실시하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교육은 오히려 지적장애인의 자존심과 상처를 주는 사례를 만든다. 아트컴퍼니 원에서는 다른 방향이 있음을 제시하고 지적장애인 유형별 맞춤형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교안을 위해 시범교육 세 곳의 기관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의 대상자는 초등학생, 청소년이다. 오늘의 수업은 세 가지로 이뤄진다. 시 수업과 노래, 춤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활동들이다. 먼저 초등학생들의 수업이 진행되었다. 이해인 시인의 <파도의 말>로 시 수업을 시작하였다.
울고 싶어도
못 우는 너를 위해
내가 대신 울어줄게
마음 놓고 울어줄게
오랜 나날
네가 그토록
사랑하고 사랑받은
모든 기억들
행복했던 순간들
푸르게 푸르게
내가 대신 노래 해줄게
- 이해인 시인의 <파도의 말> 중에서
참 따뜻한 시다. 강사들은 이 시의 느낌과 감정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느낄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원광연 강사는 학생들과 다 같이 소리 내어 읽기를 먼저 시작하였다. 한 번 읽어보고 다시 한 줄 한 줄 아이들과 그 의미를 대화하듯이 찾아 나선다.
강사 : 내가 누굴까?
학생 : 당신. 나.
강사 : 내가 친구 대신 울어준단 말이야?
학생 : (고개를 끄덕인다)
강사 : 파도가 뭐일까요?
학생 : 파도요? 모르겠는데요.
강사 : 바닷가에서 철썩 철썩 하는 거 있죠? 바닷물이 철썩 철썩. 바닷가 가봤죠?
학생 : 네. 아하. 그거 철썩.
강사 : 이젠 알겠어요? 물이 움직이는 거. 파도가 대신 울어준대.
누구 대신? 우리 친구 대신해서. 좋겠네요. 우리 친구는.
학생 : (씩 웃는다)
강사 : 위안을 주는 시.
힘들 때 누군가 대신 울어주고 위로해준다면 힘이 나겠죠? 다 같이 읽어보자.
이러한 시 읽기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느낌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학생들은 강사와 소통하면서 이해를 하고 시에서 말하는 이야기들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이렇게 시를 읽고 거기에 맞는 몸동작으로 연결하였다. 행복했던 기억들과 사랑, 이러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어떻게 동작을 연결할까? 어떻게 표현할까? 또다시 질문과 대답을 바탕으로 다 함께 동작을 하면서 시를 낭독하였다. 이어서 노래 시간에는 ‘동물농장’ 동요를 개사해서 친구들이 좋아하는 동물들로 바꾸었다.
강사 : 닭장 속에는 암탉이 –강아지를 넣어볼게요. 그럼 강아진 어디에서 울까요?
학생들 : 마루 밑? 개집? 내 꿈속에? 우리 집?
강사 : 우리집 좋아요? 그걸로 할게요. 우리집에는 강아지 멍멍~~~
이런 식으로 생선 옆에는 고양이, 돼지는 내 뱃속도 나왔지만 애완이라 가장 좋은 걸로 선택해서 돼지 집으로 결정됐다. 햄스터는 자동차도 나왔다. 한 친구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하자 강사는 우리끼리 만드는 노래라 괜찮다며 시내버스를 말한 친구의 말을 반영하였다. 이렇게 직접 만든 노래를 부르면서 동물 소리도 내보고 그 중에 가장 동물 소리 흉내를 잘 내는 친구가 독창을 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직접 부른 노래 가사로 부르다보니 학생들은 더욱 즐거워했다. 마지막 시간은 댄스다.
‘댄스 파티와 그리고 캐리커처 그리기’ 시간은 원하는 댄스곡을 손들어 먼저 말하였다. 최신 가요 좋아하는 친구들이라 다양한 곡들이 나왔다. 흥겹게 리듬에 맞춰 춤을 추다가 정지하면 강사가 짝을 지어준다. 상대편을 마주보고 절대 내가 그리고 있는 종이를 바라보지 않고 그려야 하는 게 미션! 친구들은 “닮았나요?”의 질문에 아니요! 하며 웃기도 하고 시무룩해하는 친구도 있었다. 정말 닮았는지 계속 친구가 그려준 그림을 바라보기도 하였다. 이렇게 세 가지 활동을 중심으로 <연극 놀이 마당>의 시간은 마무리 되었다. 초등학생들의 시간이 끝나고 이어서 십대 청소년들은 더욱 더 자유롭게 자신들의 몸짓으로 표현을 하였다.
원광연 아트컴퍼니 원의 대표와의 인터뷰
Q 작년이 지적장애인문화예술교육을 해온 지 십년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 올해로 11년차인데, 다짐이 새로울 것 같다.
A 십 년 넘게 하다 보니 매너리즘 빠질 수 있을 수 있다. 다시 한 번 기획 공모 프로그램 통해 내실을 다지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걸어온 세월만큼 앞으로도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단체로 거듭나고자 한다.
Q 작년에 이어 연속 진행 중인 기획 공모 지원 사업이다. 단체 역량 강화를 위해
연구 개발하는 과정들이 계속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좋을 듯싶다. 올해는 이러한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프로그램이 진행 되는가?
A 대상자 프로그램을 자체 운영을 했다. 그러다 십년이 되는 만큼 뭔가 역량 강화가 필요했고, 거기에 맞는 사업을 공모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 이제껏 해온 지적장애인문화예술교육의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하였다. 좀 더 업데이트를 하고, 그 과정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작년에는 선호 유형을 연구했다. 5차시로 네 군데 단체에서 실행하였다. 여성 , 청소년, 성인, 남녀, 등등 다양한 대상자별 진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제일 재밌는지 인터뷰 기록 바탕으로 조사 연구를 하였다. 2년차인 올해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프로그램 단위별로 10차시를 단체별로 운영하였다. 그 과정을 통해 최적화된 매뉴얼을 개발하고자 한다. 내년 3년차 계획은 최종 성과를 만들고 정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Q 엠마우스 산업교육원은 30-40대 연령층 이였다면, 다솜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서는 20대 연령층이 중심이었다. 오늘 만난 광산구장애인복지관은 10대 청소년, 아동들인데 조금 접근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A 광산구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난 대상자는 처음 만난다. 10대 청소년이다 보니 아무래도 성인보다는 쉽지 않다. 정체성 정립기 형성 시기와 가정의 보호 아래 있다 보니 조금 사회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프로그램은 잘 따라오는 편이나, 약간 자기 고집이 있는 편이다. 자기중심적이 강하다. 통제가 조금 어려울 뿐,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목표는 세상 밖으로~! 가 가장 큰 목표이라 조금이라도 사회성을 기르길 바란다. 초등, 아동 대상이 가장 어렵다. 예민한 시절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변화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 어떻게 성장하게 될까? 반면에 청소년층 대상자는 잘 따라오는 편이다.
장애인예술교육은 비장애인예술교육과 다를 바는 없다. 하지만 분명히 차이점이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자유로운 표현과 창작 및 감상을 위해 참여자보다는 예술가들의 몫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세한 결까지도 들여다보고, 때로는 도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이끌어가는 의연한 순발력, 무엇보다도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아트컴퍼니 원이 갖고 있는 철학을 다시 생각해본다.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이 아동 교육의 변형으로 실시하는 성향에 대해 지적하며, 이러한 실정을 타파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유형별 맞춤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모델을 완성하고 교안을 제작하는 단체의 역량강화 활동의 결과물은 분명 장애인교육에 뜻을 갖고 있는 활동가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비장애인이든, 장애인이든 문화예술교육의 중요한 포인트는 <삶>이다. 그 삶을 이해할수록, 이해하려고 노력할수록 깊이를 더해간다. 기발한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놓친다면, 괴리감이 있는 허울 좋은 문화예술교육만 우후죽순 생겨날 뿐이다. 그렇기에 능동적인 삶의 주체자가 될 수 있도록 장애인 대상의 문화예술교육에서는 그 포인트를 한 번, 두 번, 세 번 더 생각해야 한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도록 하는 길, 사회 진입의 초입에서부터 편견과 차별에서 싸워야 하는 장애인들에게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문화예술활동가들이 단순히 약자로서의 대상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고립되지 않도록, 절망하지 않도록 대신 울어주고 때론 대신 싸우기도 하는 <힘이 되어 주는 친구>로서 다가서야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장애인문화예술교육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중요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인식의 개선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