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이젠 보지만 말고 직접 만들어볼까?>_조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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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11-09 조회수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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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이젠 보지만 말고 직접 만들어볼까?
캐릭터부터 스토리까지~ 웹툰을 만드는 10대, ‘우리는  Web Teen’!

조은혜 통신원

  우리나라에서 만화는 ‘비주류’였다. 1972년, 만화를 좋아하던 한 초등학생이 죽었던 사람이 살아 나는 만화의 한 장면을 따라하다가 목을 매 숨진 사건이 그 원인 중 한 부분을 차지했다. 학교 선생님 및 학생들은 이에 충격을 받아 교정에서 불량만화 화형식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군부정권은 이런 흐름에 동조했다. 당시 경찰들은 정부로부터 불량만화 특별 단속을 지시받고 만화방을 자주 급습해 ‘화형식’을 벌였다. 시대는 만화를 ‘사회5대악’으로 규정하고 탄압했으며 곳곳에선 ‘불량만화 척결운동’이 벌어졌다. TV가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만화가 청소년들의 유일한 즐길 수 있는 볼거리이자 실제로 그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사회적 해악으로 취급 받아온 것이다.

  2016년 현재, 과거의 멍에는 사라지고 만화의 새로운 형태인 웹툰이 사회의 ‘주류’가 되었다. 종이가 아닌 컴퓨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만화의 탄생이다. 인터넷, 모바일이 대중화되고 접근성이 용이해지면서 웹툰을 즐기는 활동이 청소년들의 새로운 여가생활로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윤태호 작가의 <이끼>, <미생>,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 <26년> 등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연극, 뮤지컬이 다수다. 최근에는 웹툰 작가들이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해 예능인들과 함께 웹툰을 만들기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웹툰의 인기가 높아진 만큼, 장르의 다양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과거와 같은 규제도 없다. 물론, 웹을 기반으로 한 만큼 ‘화형식’도 불가능하다. 20세기에 천대받던 ‘만화’가 21세기의 대중문화를 이야기할 땐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이 되었다.

(출처: 다음 웹툰)

  그런 점에서 현재 ‘꿈다락 토요문화학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는 Web Teen’ 프로그램은 더욱 의미가 있다. 청소년들, 특히 중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흥미롭게 느끼는 ‘웹툰’에 ‘문화예술교육’을 가미하면 ‘교육’이라는 이름에 부담감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Web Teen’에서는 총 12회 차에 걸쳐서 웹툰을 제작한다. 12회가 짧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수업 일정이 체계적인 만큼 결과물이 실로 대단하다. 학생들은 그림 그리기 실습, 캐릭터 디자인뿐만 아니라 주제 선정, 스토리 구상까지 모든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물론 수강생들이 전문가가 아닌 만큼 실습을 뒷받침해주는 교육도 많다. 웹툰에 대한 이해, 드로잉 이론, 스토리 보드 만드는 법, 배경 및 구도 이해, 캐릭터 기법 작업, 컴퓨터 그래픽 사용 등, 강사 선생님은 매 수업 때마다 더 나은 웹툰 제작을 도울 비법들을 전수한다.


  ‘우리는 Web Teen’ 프로그램은 올해 총 두 기수로 진행되며, 1기수는 4월초부터 6월말까지, 2기수는 8월말부터 11월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대상은 중학생이며, 프로그램은 웹툰 수업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 자기주도적인 창작 과정을 통해 자존감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캐릭터 기법 체험…내가 만들 웹툰의 주인공을 티셔츠에 새겨보아요!

  통신원이 방문했던 10월 15일 토요일은 미술기법표현의 일환인 ‘실크스크린 기법’을 배우는 날이었다. 실크스크린 기법을 활용하여, 자신이 제작한 캐릭터들을 티셔츠에 프린팅하면서 미술에 대한 흥미를 더하는 동시에 기법 체험도 하는 것이다. 미술기법 이론과 실습을 동시에 하는 셈이다. 실크스크린 기법에 따라 학생들은 먼저 그림을 그리고, 진공 기계에 그림을 넣어 판을 만든 후 티셔츠에 찍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론을 듣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림을 그리고 자기가 그린 그림을 판화로 만들어 새기는 실습을 하는 만큼 아이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어떤 포즈를 취하면 좋을까?”, “날개에 검은색을 칠할까, 아니면 파란색으로 판을 찍을까?” 여러 가지 고민들과 여러 번의 수정 끝에 그림이 완성되었다.

  놀라운 것은 열정만이 아니었다. 실력도 대단했다. 웹툰 작가를 꿈꾸는 학생뿐만 아니라 웹툰 작가를 꿈꾸지 않는 학생들도 본인이 직접 창작하여 캐릭터를 그려냈다. 실크스크린 기법을 배우기 전, 나만의 캐릭터 구상을 통해 캐릭터에게 직업과 성격, 정보를 부여했기 때문이었다.

  그림을 그린 후, 강사의 도움으로 학생들은 모두 그림을 판화로 옮겼다. 그 후 티셔츠 위에 판화를 두고 원하는 색깔의 물감을 골라 캐릭터를 새겼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내가 만든 티셔츠가 제작된 순간이었다.

"미술’은 어려운 게 아니다,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하기만 한다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문화예술교육’이란 말은, 필자의 주관적으로는 무겁다. 이유는 언어가 주는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문화’나 ‘예술’이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는 인식도 이에 한 몫 한다. 사실상 ‘웹툰’이란 단어에서 문화예술이란 단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Web Teen’처럼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에 있어 웹툰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생각하게 된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프로그램의 기획자인 김은희 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Q. ‘우리는 Web Teen’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A.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3년째 진행하고 해본 결과, 실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뭔가를 일으킬 수 있는 유행 트렌드를 잡아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고 좋아하는 것을 시도해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지난 2년간은 미술 수업처럼 그림 기법이라든가 하는 걸 기획했던 반면, ‘Web Teen’ 프로그램의 경우엔 좀 더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넓은 범위에서의 미술이다, 결과적으로는 이전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다.

Q. ‘우리는 Web Teen’ 프로그램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웹툰을 제작하나.
A. 아이들이 실제로 그림을 그리고, 컴퓨터로 손을 봐서 업로드까지 한다. 손으로 그리는 걸 스캔 뜨기도 하고, 태블릿을 이용해 웹디자인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올린다. 실제로 아이들이 포토샵처럼 디자인 프로그램을 잘 활용해서 결과물이 좋다.

Q. 수업을 진행하면서 인상 깊은 점이 있다면.
A. 무엇보다 학생들의 참여율이 좋고 분위기도 좋다. 강사 선생님과 아이들이 서로 윈윈(win-win)하는 기분이다. 강사 선생님도 미술 전공이지만 만화 전공은 아니다. 중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전문가가 아니지만 서로 생각을 공유하고, 웹툰에 대해서 배우고 함께 알아가는 분위기다.
아이들의 참여 역시 자발적이다. 이번 기수만 해도 원래 모집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 서로 열심히 수업을 만들어가는 게 보람된다. 매 수업이 나에겐 감동이다. 운영담당으로서 몇 년째 계속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학생들의 참여율이 좋고 소통이 잘 된다는 것이 좋다. 그런 순간순간들이 감동이다.

  수업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비단 프로그램 기획자나 강사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 역시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수업에 참여중인 중학교 2학년 안동빈 학생은 “솔직히 처음엔 학교 미술선생님의 추천으로 왔고, 별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며 “그러나 막상 와보니 여태까지 웹툰에 대해 몰랐던 것도 많이 배웠고, 재밌는 경험도 많이 했고, 생각보다 신기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꿈을 키웠다고 한다. “앞으로 이 경험을 계기로 해서 웹툰을 그리고 싶은 꿈이 있고 노력할 예정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흥미로 시작한 프로그램이 누군가에겐 이루고 싶은 꿈이 되는 만큼, 수요자의 요구를 파악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Web Teen’ 프로그램은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문화예술교육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스스로 제작한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누군가는 미래의 웹툰 작가가 돼 이 프로그램을 추억할 그 날까지, 혹은 그 후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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