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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와 뮤지컬의 만남, ‘오.이.지’를 담다
통신원 김다령
‘오.이.지’란 오감만족 이색 뮤지컬의 줄임말이다. 지난 8일, 동구청소년 수련관에서 청소년들이 직접 만드는 뮤지컬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가 보았다. 오늘은 정식 공연 전, 막바지 난타연습과 대본 리딩에 들어가는 날이다. 수련관 주위, 알록달록한 그림으로 꾸며진 담벼락이 아이들의 생기를 느끼게 해준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였지만 수련관 안에서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친구들이 모인 듯 했다. 수련관 내부를 둘러보니 뮤지컬 외에 운동, 쿠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사진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뮤지컬! 생각만 해도 어깨가 들썩이는 뮤지컬에 생동감 넘치는 난타가 들어간다니, 과연 어린 친구들이 어떻게 표현해낼지 기대되는 마음으로 연습이 진행되고 있는 3층 소회의실에 들어가 보았다.
들어가자마자 소회의실을 가득 메우는 웅장한 소리에 깜짝 놀랐다. 20명 정도의 아이들이 강사님을 보며 북을 두드리기에 한창이었다. 회의실 앞쪽이 모두 거울로 돼있어 내부 모습을 전체적으로 비춰주었다. 덕분에 더 웅장한 느낌이다. 저번 난타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연습 중이라는 강사님의 설명이 없었다면 뭐가 부족한 점인지 전혀 몰랐을 정도다. 강사님의 지휘에 따라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하고 가볍게 스틱을 돌리기도 한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이 같이 연습 중이었는데, 특히 맨 앞줄에서 북을 치는 한 친구는 꽤나 오래 쳐 본 듯, 손놀림이 강사님 못지않았다. 주로 뒷줄에 위치한 초등학생 친구들은 강사님과 앞줄에 위치한 언니, 오빠들의 모습을 보며 열심히 따라한다. 언니, 오빠들에 비하면 아직 어설픈 실력이지만 그래도 한눈팔지 않고 강사님을 따라 이리저리 팔을 휘두르는 모습이 참 예뻐보인다. 연습에 참여하지 않는 친구들은 연습실 옆쪽에 빠져 연습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유심히 보며 동선과 동작을 체크한다. 그리고 뒤늦게 도착한 지각생들도 서둘러 가방을 벗고 연습 중인 친구들의 모습을 체크한다. 총 25명가량의 아이들이 뮤지컬에 참여하는 듯 했는데 다양한 연령대인 만큼 어울리는 데 벽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깨고, 서로 어울리면서 연습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4월 달부터 시작 했으니 꽤 오랜 시간 같이 연습을 한 셈.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더 돈독하고 단합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랜 시간 함께 한 터라 팀워크는 두말하면 입 아프겠고, 실력은 보장되었으리라. 나이가 많은 친구가 어린 동생을 옆에 앉히고 대본을 보며 설명해 주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오이지 프로그램의 세부내용을 살펴보니 다른 프로그램들보다 더 체계적이고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난타의 경우, 북 잡는 법부터 시작해서 난타 가락 익히기, 난타 미니 공연 등 자연스럽게 난타를 배울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었다. 이쯤 되면 난타를 처음 접한 아이들이 이렇게 능숙하게 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뮤지컬의 경우에는 발성법과 신체훈련부터 대본쓰기, 연기와 안무 이해하기 등 아이들이 기초부터 천천히 뮤지컬을 이해하고 배워나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작품 선정도 아이들이 직접 하고, 후에 필요에 따라 추가할 부분과 뺄 부분도 아이들이 직접 정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듯 했다. 강사님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아이들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조언해주고 방향만 잡아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드디어 오늘 아이들은 난타 점검과 함께 뮤지컬 ‘Grease'의 첫 대본 리딩을 하게 된다. 난타 연습을 마치고 잠깐의 쉬는 시간을 가진 후, 본격적으로 대본 리딩을 하기 위해 아이들이 소회의실 한 가운데 동그랗게 원을 둘러앉았다. 강사님의 지도 아래, 각자 설레는 표정, 혹은 긴장되는 표정으로 대본을 잡은 아이들이 모습이 사뭇 비장하다.
아이들이 공연하는 뮤지컬 ‘Grease'는 제목은 모르더라도 극중 주제가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매우 유명한 작품이다. ‘Grease'는 1950년대 미국의 새로운 자유를 표방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패션으로, ‘머리에 바르는 포마드 기름’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그리스는 청춘의 열정과 패기, 그리고 순수한 사랑을 그린 뮤지컬이다. 즉, 그리스는 그런 청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아~ 그 곡!’하며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을 것이다. CF나 영화, 드라마에서 자주 쓰였던 ‘Summer Nights'이 바로 이 작품에서 나온 곡이라는 것을 알면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초반 멜로디만 나와도 자연스럽게 흥얼거리게 될 만큼 미디어 뿐 아니라 학교 수업에서나 공연에서나 쉽고 대중적으로 많이 접했던 곡이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이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더구나 작품 속 주인공들이 자유를 쫓는 10대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아이들이 직접 공연하기에 이보다 더 안성맞춤인 작품은 없을 것이다.
오늘은 첫 대본 리딩인 만큼 완벽하게 하기 보다는 줄거리를 파악하고 각자 맡은 역할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연습이 진행되었다. 아이들이 리딩하는 모습을 보며 놀라웠던 점은 발성이 여느 뮤지컬 배우 못지않은 친구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초등학생인 어린 친구들, 고등학생인 친구들 모두 각자의 개성을 살려 배역의 대사를 읊었는데 어린 나이에도 대부분 매우 능숙하게 소화해 냈다. 특히, 대본을 읽어보며 빼야할 부분을 빼고, 강조해야 할 부분은 강사님께 물어보며 주체적으로 리딩을 진행하는 부분이 놀라웠다. 대사처리가 조금 미숙하거나 어색한 부분은 강사님의 조언 아래 다시 수정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헤이헤이헤이’ 이 부분이 입에 안 붙으면 빼도 좋아.”
“네 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이 부분은 뺄게요!”
이런 식으로 말이다. 강사님이 말씀하신 것을 열심히 노트에 받아 적는 친구의 모습에서 열정이 느껴졌다. 아이들이 정말로 좋아서, 즐기면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친구는 좀 더 어린 동생의 배역을 읽어보고는 목소리 톤과 말투, 상황 설명까지 해주는 프로정신을 보였다. 덕분에 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욱 힘차게 리딩을 했는데, 동생이 해내는 모습을 보고 같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이 전문가 못지않다. 아이들이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프로그램에 임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제 며칠 후면, 아이들은 연습실이 아닌 정식 무대에서 이 대본을 난타와 함께 뮤지컬로 만들어낼 것이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난타를 처음 접했던 친구들이 지금은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것을 보면, 이 대본 연습 역시 분명 그러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열정과 의지니, 아이들은 그 누구보다 즐기면서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이들의 뮤지컬 연습이 진행 중인 동구 청소년 수련원을 둘러보며 느낀 점은, 아이들이 연습에 매진할 수 있게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넓은 연습실과 잘 구비된 악기들, 그리고 무엇보다 열정 넘치는 강사님들의 지도 아래에서 아이들은 주말을 그 누구보다 알차게 보내고 있는 듯 했다. 강사님의 조언, 충고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열심히 받아 적는 모습, 다른 친구의 배역까지 신경써주는 모습, 거울을 보며 동작을 체크하는 눈빛에서부터 아이들이 프로그램과 함께 해온 시간이 알차고 의미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 뮤지컬 배우처럼 완벽한 발성, 완벽한 난타 실력은 아닐지라도 초등학생 친구들부터 변성기가 이제 막 오기 시작한 중학생, 청아하고 맑은 음색을 자랑하는 고등학생 친구까지 모두가 한 데 어울려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꽃은 이제 막 피우려고 할 때가 가장 가치 있고 아름다운 법이다. 동구 청소년 수련관에서, 그 꽃봉오리들의 울림이 이제 막 시작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