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에 멋진 디자이너가 되어줄게요>_박영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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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12-09 조회수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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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에 멋진 디자이너가 되어줄게요.

청소년삶디자인센터 ; 삶디 개관맞이

 

통신원 박영수

 

! 잠깐만 이리로 와볼래요?”

 

? 동남아에서 오신 스태프신가?’하고 얼핏 뒤돌아보았다.

 

무슨 일이예요 아봉?”

 

, 서로 별명으로 부르시는 거구나. 두 분이 많이 친하신가 보다.’

 

여기 통신원 선생님도 오늘 삶디 투어에 함께 참여하실텐데, 혹시 아밀 어디 있는지 알아요?”

 

연이은 별명 퍼레이드에 얼굴표정으로 물음표를 그렸더니, ‘아봉님이 웃으며 설명해주신다. 여기에서는 별명이 곧 이름이고 직함이라고. 14명 스태프들의 수평적인 관계를 위해 고안해 낸 방법인데, 삶디의 센터장님조차 멋들어진 직함 대신 올제라는 귀여운 별명을 쓰신단다.

 

오호, 이렇게나 자유로운 영혼들이 일하고 있는 삶디는 어떤 곳일까? 1층 입구 옆에 마련되어 있는 삶디복덕방에서 브로셔 한 장을 꺼내들어 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여섯 층에 걸친 다양한 공간들이 펼치는 향연이다. 제각각의 공간들에 담긴 작은 의미 하나도 놓치지 말라고, 삶디 센터에서는 매일 일정 시간에 삶디 투어를 진행한다고 한다.

곧이어 오늘 투어의 대장님 아밀쌤이 등장하신다. 이제부터 써내려 갈 이야기는 아밀 쌤의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삶디 속 여행이야기이다. 함께 떠날 준비 됐다면, 크게 심호흡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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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디 투어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저는 삶디자인센터의 창의공간팀장을 맡고 있는 아밀이예요. 직원들 이름을 별명으로 짓는 게 독특하죠? 여기에서는 직원들을 벼리‘, 청소년들을 노리‘, 그리고 강사 분들을 고리라고 불러요. 물론 직원들에는 경비아저씨나 미화부 어머님들도 포함되구요.

, 지금 여러분이 걸터앉아 있는 곳은 의자예요. 왜냐구요? 일어나서 여기에 있는 의자 네 개를 한 눈에 바라보면, 짜잔! ‘글자가 이렇게 나타난답니다. 이렇듯 의자 하나, 이름 하나, 공간 하나하나에 재미있는 의미들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과연 어떠한 공간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6층부터 본격적으로 삶디 투어를 시작해볼까요?

 

지금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지만, 사실 계단으로 올라오는 것도 또다른 재미가 있어요. 1967년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으로 개관했던 이 장소를 리모델링하여 지금의 삶디자인센터를 만들었는데, 계단만은 그때 그 계단을 오롯이 남겨두었으니까요. 기념관과 삶디센터의 개관일도 113일로 맞췄어요. ‘학생의 날로서의 특별한 의미가 있거든요.

삶디는 광주광역시청소년삶디자인센터의 줄임말 이예요. 99년도 개관한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인 하자센터를 모티브로 삼아, 광주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공간이지요. 이름에서 아실 수 있듯이, 저성장 고실업 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그들의 삶을 멋지게 가꾸는 디자이너의 역할을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그래서 개관 이후 학교들과 연계해 일일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사실 주 대상이 청소년이기는 하지만, 이곳을 찾아주시는 모든 시민들에게 편안한 마을이 되어주고 싶어요. 지금은 퇴색되어 버린 마을의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거든요. 여기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면서요. 그런 의미에서, 일일직업체험과 같은 프로그램은 하나의 마을을 위한 일종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죠. 이제 삶디 마을 안의 공간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볼게요.

 

 

6층과 5층은 예술을 사랑하는 친구들을 위한 공간이예요. ‘예술이라는 말이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구요? 여기에서는 음악을 할 줄 모르고 춤을 출 줄 몰라도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어요! ‘고리쌤들의 즉흥 연주에 내 목소리를 입혀보고 음반도 만들어 볼 수 있는 녹음스튜디오도 있고, 다양한 몸짓들이 모여 춤으로 재탄생되는 몸짓작업장도 있거든요.

뿐만 아니라 청소년 밴드나 각종 동아리들이 사용할 수 있는 합주실’, 강연회·공연·워크숍 등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랄랄라 홀까지 마련되어 있어요. ‘랄랄라 홀100석 규모로 지어졌는데, 의자를 뒤로 젖힐 수 있어서 보다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어요. 이처럼 삶디 마을의 각종 공간들을 통해,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연습·공연장소가 없어서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저희 벼리들의 마음을 듬뿍 담았죠.

이제 4층으로 가볼까요? 여기에는 꿈 많은 청년기획가들을 위한 다양한 워크룸이 준비되어 있어요.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청소년들을 상대로 일일체험, 진로체험 등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구요. 5개의 워크룸이 있는데, 이름들을 보시면 꽤 흥미로울 거예요. ‘ㅎㅎ’, ‘ㅇㅇ과 같이 자음만 사용해서 지었으니까요. ‘이응이응이라고 읽어도 되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다양하게 읽으셔도 돼요. 마치 열린 결말로 끝나는 영화처럼요. 참고로 삶디의 대여공간들은 삶디 블로그에서 대관신청서를 작성하면 모두 대여가 가능해요.

3층은 벼리들의 사무실과 활동지원실로 이용되고 있어요. 늘 이곳에서 마음을 모으고 아이디어들을 공유했죠. , 마침 지금도 벼리들이 사무실 바깥에 모여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네요. 개관 초기이기 때문에, 삶디를 어떻게 하면 더 예쁘고 유용하게 꾸밀 수 있을지 벼리들은 늘 고민하고 있답니다.

 

어느덧 2층까지 왔네요. 2층과 1층은 삶디를 찾아오신 분들의 휴식처 같은 공간 이예요. 2층은 문화휴식공간이라고 할까요?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유서가인 열린책방이 대표적인데, 여기에서는 직접 글을 쓰고 책을 엮어볼 수도 있어요. 서점 바깥쪽에는 이런저런 판때기와 푹신한 재료를 조합해 재미난 의자들을 배치해 놓았어요. 취향 따라 앉아서 책을 보고 수다를 떨며 시간을 때울 수 있죠.

열린책방 옆에는 사무실·작업실로 쓰거나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공유책상도 있구요, 영화상영이나 작품발표회를 할 수 있는 미니극장도 있어요. 아담해보이지만 입체음향을 지원하는 돌비서라운드가 갖춰져 있어서, 좌석을 보든 영상·음향을 보든 실제 영화관 못지않아요.

 

마지막으로 1층과 지하, 그리고 텃밭은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공간들이예요. 그 중에서도 살림공방과 지하 1층의 생활목공방은 특히 인기가 많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살림공방은 천과 재봉틀로 쓸모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손작업 공방이구요, 생활목공방은 실제 생활용품들을 만들며 목공기술을 익혀볼 수 있는 목공방 이예요. 어제도 연필꽂이 만드는 방법을 한 팀이 배워갔는데, 반응이 좋아서 다른 것도 배워보고 싶다고 하네요.

모두의 부엌에서는 직접 음식을 만들어서 나눠먹을 수 있어요. 음식 뿐 아니라 한 그릇 음식 안에 담긴 이야기를 배우는 곳이기도 하지요. 지금도 한 팀이 공유부엌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네요. 여기 앞에 있는 모두를 위한 간식도 누군가가 배우고 간 이야기의 흔적이구요.

 

, 삶디 투어 한 바퀴를 마치고 온 지금, 다시 한 번 의자에 걸터앉아보면 느낌이 또 색다를 거예요. 각각의 공간들은 물론이고 복도 한 귀퉁이나 창가의 화분 하나까지도, 벼리들의 손길이 닿은 모든 곳들은 ‘WHY?’라는 질문에 대한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어요.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만들고 싶은지가 분명하다는 것이죠. 왜냐하면, 삶디의 진짜 주인인 노리(청소년)’들에게 쥐어주고 싶은 질문이 바로 그것이니까요.

자녀가 의사·변호사가 되길 바라는 부모님은 정말 많이 있겠죠. 그런데 환자를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의사가 되어라, 약자의 인권을 수호하는 변호사가 되어라하고 이야기해주는 부모님은 얼마나 될까요? 직업이 가지는 본질적인 가치에 의해 동기가 부여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꿈도 아니고 올바른 방향설정도 아니예요.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청소년들은 그러한 동기부여를 제공받을 기회가 너무나도 적어요.

삶디 1층에 자리잡은 카페의 이름인 크리킨디, 우리 벼리들이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간절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 크리킨디가 살고 있는 숲에 불이 났어요. 다른 동물들은 도망가기 바빴지만 크리킨디만은 작은 부리로 열심히 물을 모아 불을 끄러 다녔죠. “그런다고 무슨 소용이 있어, 우리처럼 도망이나 가지.”라고 비웃는 동물들에게 크리킨디는 대답합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할 뿐이야라고요.

천천히, 제대로, 정확히.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나의 길을 가는 것. 저희들의 모토이자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메시지입니다. 투어를 함께하신 여러분은, 어떤 것을 느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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