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동 여배우들을 만나다, 마을 극장 이야기>_김다령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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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12-24 조회수 1,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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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림동 여배우들을 만나다, 마을 극장 이야기

놀이패 신명의 나의 살던 양림은두 번째 결과발표회

 

7기 통신원 김다령

  

  

여유로운 주말 오후, 광주의 한적한 시골 길을 찾아 걸을 때면 그런 생각을 한다. 이곳도 언젠가는 아파트와 건물로 가득 차겠지 라는 생각.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논과 밭이었던 곳은 상가와 아파트로 가득 들어찼다. 이제는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복합건물단지가 즐비하게 늘어선 풍경을 볼 수 있다. 물론, 도시화를 통해 누리는 편리함의 혜택은 있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그냥 집 앞에 위치한 대형마트에 나가 사면되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바로 근처 식당가로 향하면 된다. 하지만 외적인 편리함 뒤에는 개인의 파편화가 은밀히 자리해 있다. 이웃과의 단절, 대화의 소멸,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도시 속에서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모두 느끼고 있는 것, 바로 소외감이다. 우리는 모두 조금의 소외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면 다만 그것에 익숙해졌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양림동에서 진행되는 마을 극장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도시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잊고 살았는지, 광주 사투리로 마을 이야기를 정감 있게 풀어낸 양림동 여배우들을 통해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연기파여배우 나가신다!

 

놀이패 신명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장구와 연극을 가르치고 풀어낸다. 1기는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하여 장구놀이를 진행했고 이번 2기는 양림동 어머님들, 일명 양림동 여배우들로 구성하여 양림동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정감 있게 풀어냈다. 소외된 이웃이 아닌 함께 하는 이웃으로서, 몇 십년간 동거 동락했던 마을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1130일 저녁 7시 반. 어머님들이 3개월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이 드디어 무대로 빛을 발하는 시간이다. 차가운 바람에 비까지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친구, 엄마, 아내의 3개월간의 노고의 결과물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양림동 커뮤니티 센터로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양림동 커뮤니티 센터 지하 1층에서 진행된 이번 공연의 주제는 양림동 이야기’. 말 그대로 어머님들이 살고 있는 이 곳, 양림동에 관한 재밌는 에피소드들을 경험을 살려 풀어내는 시간이었다. 양림동은 산업화가 진행되는 시기에 선교사들이 대거 유입되며 그로 인해 다양한 교육시설들이 생겨난 마을. 그것을 기반으로 교육받은 예술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그 예술가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바로 그 과정을 직접 경험한 양림동 여배우들은 이윽고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양림동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니 시방 배가 출출해븐께 커피나 마셔야 쓰겄구만.”

저그 저 예배당 보이제, 교회? 거가 옛날에는 우리 예배당 고개라고 그랬어 거가. 거기 언덕에 눈이 와서 쌓이믄은 동네 애기들이 환장해서 뛰놀았당께.”

아따 언니는 그것도 기억한당가.”

언니 남광주 시장 한번 가볼랑가? 거가 꽃게랑 고등어가 실하당께.”

 

이렇듯, 양림동 여배우들은 양림동의 과거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직접 설명해주기도 하고, 동네 주민들이 흔히 나눌 법한 대화를 마치 직접 이야기하듯이 들려주었다. 외박한 남편의 흉을 보는 새댁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남광주 시장에서 상인과 흥정했던 것을 그대로 재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사투리였는데, 어찌나 구수하고 찰지던지 관객석에서는 심심찮게 이런 소리도 들려왔다.

    

 

아따, 겁나 잘해블구마잉~ 저러다 진짜 연예인 되는 거 아녀?”

 

더불어 사는 마을이란 이런 것이다

 

연극과 더불어 빠지지 않았던 것은 어머님들의 흥겨운 장구 솜씨였다. 둥둥거리는 소리에 맞춰 신명나게 장구를 두드리는 양림동 여배우들의 표정에서 행복과 흥겨움이 보였다. 장구와 안무, 흥겨움. 이 세 가지가 관객들의 환호와 함께 어우러졌다. 대미를 장식한 장구놀이를 마지막으로 약 20여 분간의 공연이 끝이 났다. 일렬로 서서 관객들에게 감사인사를 올리는 여배우들의 표정이 시원섭섭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3개월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오늘의 공연을 위해 땀 흘리고 노력한 그들을 알기에 관객석에서 진심어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의 주인공인 양림동 여배우들의 소감이 이어졌다.

저는 놀이패 신명을 두 번째 하는 중입니다. 실력이 더 늘지는 않았지만, 성의껏 최선을 다 해서 했습니다. 와주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이 공연이 언제 될꼬, 될꼬 했는데 이렇게 하니까 되네요. 나이를 더 먹기 전에 이렇게 놀이패 신명에 와서 공연을 하게 된 것을 큰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공연에 초대된 이웃들의 소감도 이어졌다. 여배우가 된 이웃의 공연을 보고 감동스러운 얼굴을 한 친구 분의 표정을 보며, 더불어 사는 마을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 이웃인데, 너무 잘했어요! 양림동 이야기를 이렇게 진솔하게, 재밌게 잘 풀었다는 것에 너무 감동을 받았습니다. 너무 자랑스러워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이웃의 노력과 행복에 같이 행복해하고 응원해줄 수 있는 것. 더불어 사는 마을 양림동에서는 너무 당연하고 흔한 일이었다. 공연을 찾아준 이웃들의 응원과 축하 속에서 양림동 여배우들의 표정은 행복해보였다. 어쩌면 바쁜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은 저런 사소한 관심이 아닐까? 이런 생각 속에서 3개월 동안 어머님들과 이 공연을 준비한 강다미 강사님을 만나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강다미 강사님 인터뷰>

 

Q. 오늘 공연 너무 재밌게 잘 봤습니다. ‘양림동 이야기라는 주제가 흥미로웠는데, 어떤 방식으로 스토리를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A. 양림동에 근대역사문화 마을이라는 콘텐츠가 있잖아요. 그것에 대한 투어를 먼저 합니다. 예를 들어 투어 속에서 근대라는 콘셉트가 있으면 그 안에서 선교사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 거구요. 이야기 할 요소들은 아주 많기 때문에 사회자들이 그 소재를 정해서 그걸로 이야기를 만드는 거죠. 이번에는 어머님들에게 살아오신 인생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이 연극 속에는 인터뷰 속 이야기들이 다 반영된 거죠.

Q. 연극을 진행하실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저희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모든 것을 하게끔 지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연극을 만들어간다기보다 참여자분들이 더 많은 것을 느끼게끔 하는 것에 중점을 뒀습니다.

Q. 연극을 만드는 구체적인 과정이 궁금합니다.

A. 3개월 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나서 진행했는데요, 그 날에 과제를 하나씩 정했어요. 인터뷰 속 소재 찾기, 수정하기, 연습하기 등이 있었죠. 특히, 이번에는 양림동의 지도를 만드는 것에 공을 들였어요. 그래서 어머님들 기억을 더듬어서 70년대 양림동 모습 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많이 맞췄던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공연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A. 최근에 양림동에서 공연 의뢰가 한 번 들어왔었어요. 어머님들은 단체로 계신 분들이니까 일정이 맞으면 잘 조율해서 앞으로도 계속 공연했으면 좋겠어요. 저희야 물론 그때까지 계속 서포트해 드릴거구요.

 

강사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머님들을 바라보는 애정 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구수한 사투리, 사실적인 내용,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어머님들만의 재치 있는 입담! 이 세 가지만으로도 양림동 어머님들은 독보적인 색깔을 가진 광주 최고의 여배우들임이 틀림없다. 점점 삭막해져가는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이웃과의 소통을 제대로 보여주는 연극이 계속해서 생겨나간 다면 소외되는 사람들의 삶에도 조금이나마 생기가 돋아나지 않을까? 이웃과의 소통이 양림동을 넘어 광주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 때까지, 양림동 여배우들만의 개성 넘치는 행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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