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호] 박물관에서 만나는 나만의 미래유물 _송은호 모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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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7-07-03 조회수 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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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꿈다락토요문화학교]


박물관에서 만나는 나만의 미래유물

-한국미용박물관, < 유물 탐험대>

 

송은호_8기 모담지기

  

박물관을 얼마나 가보았나? 

학교에서 하는 체험학습이나 워크숍 형태로만 박물관을 몇 번 방문해 보았지 ‘박물관’이라는 공간은 꽤나 낯선 공간이었다. 사극에서나 보던 거대한 대수(大首)와 화관, 옛날 화장대인 나전경대와 유병까지. 과거의 사람들이 살아온 인생과 현대를 사는 나의 삶과의 간극이 만들어내는 그 어색함은 박물관을 찾는 모든 이들이 느끼는 기시감 중 하나일 것이다. 

 

조세 무리 뉴가 말했다.

“역사는 박물관에 보관하라. 우리는 현재와 미래를 위해 일한다.”

현대인들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오늘날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나가는데 방해가 되는 거추장스러운 것처럼 취급되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은 왜 박물관을 찾는가? 왜 이제는 더 이상 쓰지 않는 옛 유물들을 남기고, 왜 과거의 기록들을 모아서 박물관이란 공간에 보관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박물관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미 지나간 과거임에도 그 흔적들 속에서 반복되어오는 거대한 흐름을 발견하고 거기서 미래의 방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필자는 아주 뜨거운 토요일 날 북구 한국 미용박물관에서 열리는 ‘무지개 유물탐험대’ 프로그램에 다녀왔다. 광주 기온이 33도에 폭염주의보 문자가 날아오던 날이었다. 

뜨거운 여름날 선조들은 무슨 옷을 입었을까?

단연 저고리가 떠오른다. 시원시원하게 퍼진 곁막음과 동, 여유 있으면서도 정갈함을 유지하는 깃과 고름. 모시와 삼베로 만든 저고리를 입고 있으면 보는 사람도 시원해지는 풍류가 느껴진다. 오늘날에도 생활한복의 형태로 입을 정도로 저고리는 현대인들과 가장 가까운 한복이다.  

 

 

 

필자가 박물관의 한 강의실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강사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저고리의 모습들을 배우고 있었다. 오늘 수업은 "내가 만드는 저고리”였다.


“어떤 저고리를 만들고 싶은가?”

“깃, 고름은 어디에 달고 싶은가?”

“등 뒤에는 뭐가 있을까? 꼬리를 달아볼까?”

“팔이 길어야 할까? 반팔은 안 될까?” 

 

아이들은 각자 옷을 한 벌씩 들고 이리저리 자르고, 고름을 접어서 붙여보고 하며 디자이너처럼 자신들만의 저고리를 디자인하고 있었다. 삼베도 모시도 아닌 집에서 입는 흔한 티셔츠였지만 깃을 접고, 고름을 붙이고 긴 팔을 잘라내니 훌륭한 현대식 저고리가 탄생했다. 

과거에나 입던 한복인 저고리, 그것을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그들만의 새로운 저고리를 만들고 있었다. 먼 미래에 이 저고리들이 어쩌면 과거의 유물로 박물관에 전시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세령 담당자 인터뷰

Q. ‘무지개 유물 탐험대’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A. 매주 토요일, 옛 선조들의 지혜와 마음이 숨 쉬는 박물관 5곳을 방문하며 과거 흔적들의 현대적 재해석과 구상을 통해 미래의 무지개 환상을 실현시키는 꿈나무 어린이 탐험대입니다. 광주 북구지역 내 박물관을 나들이하며 다양한 유물의 이야기와 쓰임새에 다른 색과 모양, 크기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기록해보는 과거 여행을 떠난 후, 현대 일상으로 돌아와 가깝고 친숙한 사물 소재를 이용한 나만의 ‘무지개 유물’을 제작하여 발표하는 ‘무지개 유물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Q. 박물관은 어디를 방문하나요?

A. 광주 북구에 있는 박물관을 중심으로 탐방하는데요. 각 박물관에 한 가지씩 중요한 주제를 잡고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전남대 박물관은 ‘흔적’이라는 주제로 공룡화석과 초기 인류의 모습들을 관찰했었고요, 남도향토음식박물관에서는 ‘음식’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색을 이용한 음식들을 보았습니다. 시립민속박물관에는 ‘의복’이라는 주제로 저번 주에 방문을 했었고요, 다음 시간에는 국립광주박물관에 가서 ‘토기’라는 주제로 토기에 새겨진 무늬와 용도, 형태 등을 공부할 예정입니다. 

  

Q. 옛날 의복인 저고리를 티셔츠를 이용해서 만드는 과정이 인상적인데요? 

A. 먼저 기존의 체험학습의 경우 제한되어있고 정해진 재료들을 가지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공작수업’형태의 프로그램이 많이 진행되었는데 그 한계에 제한되지 않고 아이들의 창의성을 발현시킬 수 있는 수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재료들도 흔히 사용하지 않는 투박한 재료들을 많이 사용합니다. 예를 들면 종이컵이나 나무젓가락, 안쓰는 티셔츠 같은 걸로 말이죠. 저고리라고 해서 꼭 삼베나 모시를 쓸 이유는 없습니다. 현대적 재료를 이용하면 오히려 친숙하고 새로운 해석이 가능합니다. 

 

Q. 앞으로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프로그램은 먼저 박물관을 방문하고, 그 다음 시간에는 창작활동을 하는 식으로 격주로 운영이 됩니다. 오늘은 시립민속박물관에서 관찰했던 ‘의복’들에 대한 내용으로 여기서 창작활동을 해보았고요. 다음 시간은 국립광주박물관을 방문하여 인류가 쓰던 ‘토기’들을 관찰하게 됩니다. 토기가 담는 용도로 쓰였다면 이 용도를 다르게 쓸 수 있지 않을까? 빗살무늬의 토기가 있다면 나만의 다른 무늬를 새겨볼 수 있지 않을까? 등 다양한 접근법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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