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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창의예술학교]
서마지기 논빼기 반달 만큼 남았네
-박문종 화가의 모내기 퍼포먼스
송은호_8기 모담지기
날씨는 흐렸지만 뜨거운 공기가 가득한 더운 날씨였다. 필자는 광주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담양 수북면 송정마을까지 차를 끌고 갔다. 시골 한구석 작은 마을,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진흙빛 가득한 논에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한 줄로 모여서 모내기가 한창이었다. 일사정렬 나란히 모들이 가지런히 심어져있고, 아직 덜 심어진 모판들이 주변을 맴돌며 떠다니고 있었다.모 하나 심고 허리 한번 펴고, 또 하나 심고 허리 한 번 펴고......
“자, 빨리 빨리 합시다. 그래서 오늘 안에 다 하겠나잉?”
논 밖에서 헤드폰을 낀 채 한 소리 하시는 박문종 화가님이 괜히 얄미워진다. 마침 길 옆으로 사물놀이 패들이 꽹가리와 장구를 두들기며 지나간다. 경쾌한 소리들을 들으니 사람들의 모 심는 기분도 괜시리 들뜬다.
남도의 대지미술을 선보이는 박문종 화가의 모내기 퍼포먼스가 오는 6월 10일(토) 담양 수북면 송정마을에서 열렸다. 이번 포퍼먼스는 “서마지기 논빼미 반달 만큼 남았네.”란 주제로 대방리 마을주민과 북구문화의집 바퀴달린 학교가 함께 준비하여 진행하였다.
박문종 화가는 평소 그림 그리는 것과 농사짓는 행위가 닮아 있다고 여긴다. “모내기는 땅을 일구는 수단이지만 자연과의 접점 찾기와 다름없고, 인간과의 가장 솔직한 접촉이다.”고 한다. “몸 촉수 따라 자연과 살을 맞대는 보다 원초적인, 땅과 사람이 일대일로 만나는 작업이다.”고 덧붙였다.
박문종 화가가 6년째 참여하고 있는 북구문화의 집 바퀴달린 학교는 삶의 경험을 신체활동을 통해 체화하는 노작학교로, 광주문화재단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교육 사업이다. ‘땅과예술’반은 흙, 물, 바람, 나뭇가지나 돌맹이 등 자연물을 매만지는 노작 경험활동을 실천하고 있으며 바퀴달린학교의 대표적인 분반 중 하나로 매해 빠짐없이 개설되고 있다. 올해는 담양 수북초등학교 아이들을 비롯해 광주지역 초등학생 총 13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이번 포퍼먼스에 농기구그리기와 모심기 퍼포먼스에 참여한다.
모심기가 한창인 논 주변에는 수업과정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작품들과 박문종 화가의 작품들이 주변에 걸려있었다. 평소 땅과 농사에 관한 작가님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사람은 땅에서부터 태어나 땅으로 돌아간다.
그만큼 땅이란 것은 인간의 삶에 가장 가까운 것이며 ‘모내기’라는 작업 역시 인간이 하는 노동 중 자연과 가장 가까운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국적으로 더위가 한창인 날씨였지만 모내기를 통해서 자연과 땅, 그리고 예술과 모내기에 대해서 새롭게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