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호]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중년의 나를 그대로 바라보다 _ 김한경 모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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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7-10-10 조회수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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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인큐베이팅 지원사업]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중년의 나를 그대로 바라보다

-땅콩나무문화예술협회

김한경_ 8기 모담지기


지난 4월 <아.장.아.장>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예술교육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참여할 단체를 공모했다.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은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관련 신규 운영단체를 발굴하여 문화예술교육 관련 역량을 함께 나누고, 직접 실행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땅콩나무문화예술협회>는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의 참여단체 중 하나로, 3개월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자신이 기획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프로그램 참여자들과 5번째 만남에 접어들고 있었다. 프로그래머 양중희씨는 3개월간의 교육과정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모집 마감 일주일을 앞두고 알게 되었어요. 꼭 하고 싶어서 부랴부랴 준비해서 지원을 했죠.”   

  

<땅콩나무문화예술협회>는 “이미 그대로 괜찮으니까”라는 제목으로, 캘리그라피를 통해 중년의 주부들이 겪는 심리적, 신체적, 관계적 위기를 해결해가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양중희씨는 아.장.아.장 교육과정 중 멘토 선생님이 ‘대상설정’이 명확해야한다는 말이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주부’와 같이 모호하게 대상을 설정하다가 고민 끝에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중, 고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로 하면 더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되어 그렇게 대상을 설정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현재는 매주 토요일 오전 16명의 ‘중, 고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이 모이고 있다.  

  

16명의 엄마들은 이곳에 모여 나만의 개성 있는 글자 찾기 과정을 통해 ‘나’를 알아가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도 아니고, 인생의 절반쯤 온 중년에 웬 자아찾기냐고 묻겠지만, 사실 중년은 그런 게 필요한 시기이다.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라고도 하듯이, 중년들은 그들이 젊었을 때 가질 수 있었던 기회, 목표 등의 상실과 생물학적 쇠퇴를 겪게 된다. 이러한 내·외부적 변화를 겪으면서 그들은 인생의 의미와 방향을 재평가하고 재설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결코 유쾌하지만 않을 것이다. 변화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과 감정들이 소모된다.    

 

이러한 중년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이미 그대로 괜찮으니까” 프로그램은 기획되었다. 어쩌면 제목이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그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토요일 오전에 모인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학생 때처럼 책상에 앉아 종이를 펴고, 먹물을 묻혀 글씨를 연습한다. 써보고 싶었던 문구를 밤새 찾아봤다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글씨뿐만 아니라 그들이 찾은 문구에서도 각자의 성격이 드러난다고 예술강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사람마다 각자의 개성이 다르듯이, 글씨도 각각 다르다. 또 어떤 분은 글씨 연습을 하다가 글씨는 쓸 때마다 다르다며, 신기하다고 했다. 한 사람이 쓴 글씨가 자세히 보면 쓴 것마다 다르듯이, 사실 우리의 내면을 집중하고 관찰하다보면 매일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내가 다르다. 그러기에 20대의 나와 40대의 내가 다른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그대로 괜찮다”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내가 다르다. 

그러기에 20대의 나와 40대의 내가 다른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그대로 괜찮다”


프로그래머 양중희씨를 제외한 예술강사 두 선생님들 모두 다른 문화예술교육과 달리 캘리그라피만이 갖는 장점은 어디에나 접목할 수 있는 무궁무진성이라고 전했다. 캘리그라피는 액자컵, 도장과 같은 작품을 만들 때도 들어갈 수 있으며, 생활의 모든 곳에 적용할 수 있다. 우리 생활에 글씨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에 글씨가 들어가는 곳 어디라면 캘리그라피를 적용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하게 적용이 가능하다는 캘리그라피의 특성상 꾸준히 바꿔가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해볼 수 있다. 또 가장 큰 매력은 ‘비용’이다.  초기 재료만 구입하면 계속해서 할 수 있어 큰 돈 들이면서 취미생활을 할 수 없는 주부도 부담 없이 꾸준히 할 수 있다. 적은 비용에 비해 만족도가 높아 주부들에게 캘리그라피 문화를 접하게 하고, 꾸준한 취미생활과 접목된 문화예술교육은 자연스럽게 중년의 위기를 ‘위기’로만 보지 않고, ‘기회’로 바꿀 수 있게 한다. 

  

Q. 이번 처음으로 캘리그라피를 접목하여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보셨잖아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문화예술교육이란 어떤 건가요?

A. 제가 캘리그라피 수업은 초등학생, 중학생, 성인 등 다양한 연령층과 해봤어요.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하는 수업은 문화예술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단 결과물을 중시하고, 과정들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에요. 재료비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고요. 제가 생각하는 문화예술교육은 기술적인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갖은 것을 전달하고 같이 누리는 것입니다. 못해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재미있게 할 수 있어야 하고요. 나한테는 이러한 재능이 있으니까 전달하고, 이게 좋으니까 같이 누리고, 또 다른 좋은 재능이 있으신 분한테 저도 전달을 받을 수 있고요. 각자 갖은 재능이 다 다르니까요. 여기 예술강사 선생님도 2분 더 계시는데, 저희는 학생-예술강사 간 구분이 뚜렷하게 없어요. 같이 이야기 하고, 작업하고 그래요. 

 

Q. 앞으로 남은 수업들은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가요?

A. 총 8차시 수업인데, 3번 남았어요. 단문으로 시작해서 마지막 수업에는 장문으로 끝날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점점 자기만의 글씨체도 찾아가겠죠. 그러나 그건 절대 완성된 글씨가 아니라 또 언제든 바뀔 수 있죠. 우리 삶도 그렇잖아요. 수업이 끝나도 마음이 맞으신 분들끼리 동호회를 결성하면 제가 자리라도 제공해드릴까 해요. 이렇게 흩어져 버리기 너무 아쉬운 인연이에요. 저는 앞으로 캘리그라피를 통한 문화예술교육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더 많이 연구하고 다양한 접근 방법들을 배워야 할 것 같아요. 

  

땅콩나무문화예술협회를 다녀와서 최근에 봤던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2015)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재봉사 ‘이치에’는 할머니의 가업을 물려받아 양장점을 운영한다. 마을사람은 각자의 사연이 담긴 옷을 갖고 가서 그녀에게 수선을 부탁한다. 이치에는 각자의 개성을 맞게 옷을 수선해준다. 이치에는 자신의 양장점 손님들을 위해 1년마다 파티를 연다. 오직 중년들만 파티에 올 수 있으며, 모두 이치에가 수선해 준 옷을 입고 파티에 온다. 그날만큼 그들은 볼품없는 늙은이, 자식을 키우느라 삶에 찌들은 아줌마, 아저씨가 아니라 근사한 멋쟁이가 된다. 문화예술교육은 주인공 ‘이치에’와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 각자의 개성을 발견해줄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마을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문제는 항상 거기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치에가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 년에 한 번 파티를 열었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또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 이처럼 문화예술교육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문화예술교육에서는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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