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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꿈다락토요문화학교]
내 삶을 행복하게 하는 생각수업
<보노보노 인생학교>
송은호_8기 모담지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평소 전 재미없고 조용한 성격이지만 저도 관심 받고 싶어요.’
‘친구들이 겉으로만 친한 느낌이랄까 진짜 제 친한 친구 같지 않아요.’
‘꿈이 없어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정말 혼란스러워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연령, 다양한 성격이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고민들은 얼마나 다양할까? 자신의 삶과 근원에 대한 고민,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 미래에 대한 불안...... 사람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뿐, 결국 사람이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고민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런 고민들을 자기 혼자서 끌어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고민들을 받아주고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들이 없는 각박한 사회라는 것을 반증하는 씁씁한 사실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일본의 유명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로 사랑받았던 작품이다. 작 중 ‘나미야’라는 인물은 잡화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이다. 그는 동네 사람들이 고민을 편지로 보내면 특유의 혜안과 지혜로운 조언으로 상담을 해주었고 그로인해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받고 삶의 희망을 얻는다는 이야기이다. 누구나 이 작품을 읽는다면 나에게도 나미야 할아버지와 같은 고민상담원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과연, 소설 속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나미야 우체통은 그렇게 광주 곳곳에 생겨나게 되었다. 유스퀘어, 전남대, 충장로, 조선대 등 많은 곳에 사람들의 고민 편지를 받아줄 우체통이 생겨났다. 자신의 이야기, 고민을 편지에 적어 나미야 우체통에 넣어두면 자원활동가들이 읽고 답장을 작성해서 다시 우체통에 놓아두는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따뜻한 이야기 우체통이다.
우체통에는 매주 수많은 고민편지들이 도착한다. 편지를 쓰는 사람들은 보통 학생들과 젊은 청년층들이다. 상담의 내용은 앞서 말한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고민하게 되는 그러나 남들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 고민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는 상담이라고 하면 정신과의사나 전문상담원이 하는 고도의 정신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알고 있다. 우리는 이미 친구의, 가족의, 이웃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을 해주고 공감해주며 위로하면서 살고 있다. 이것 또한 ‘상담’이라고 할 수 있다. 상담이라는 것은 ‘공감’과 ‘따뜻한 마음’, ‘경청하는 자세’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활동이다. 나미야 우체통 거기서 한발자국 더 나아간다.
‘꼭, 전문 상담원이 고민 상담을 해줘야할까?’
‘학생과 젊은 층들의 고민이라면 오히려 같은 또래들이 더 잘 공감할 것이다.’
‘상담은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해주는 사람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게 해준다.’
그렇게 하여 보노보노 인생학교가 문을 열게 되었다.
필자는 9월 9일, 본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을 방문했다.
문화살롱 삐리빠라뽀가 위치한 문화길에서는 프리마켓이 한창이었다. 부스 사이사이를 다니며 찾은 입구에는 앙증맞은 간판이 보노보노 인생학교가 열리는 곳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강의실로 들어가 보았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띈 것은 앙증맞은 나미야 우체통, 이런 우체통들이 광주 시내 곳곳에서 고민편지들을 이곳으로 가져오고 있다. 책상 위에는 여러 가지 고민들이 적혀있는 편지가 한 가득이었고 사람들이 각 편지에 고민들을 상담해주는 답장들을 써주고 있었다. 놀라운 점은 편지를 써주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고등학생들이라는 점이었다.
보노보노 인생학교는 사람들이 보낸 고민상담 편지를 가지고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내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다운 삶이란 무엇일까? 라는 주제로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면서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고 토론하는 과정이다. 상담 편지를 써주면서 학생들이 배우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타인의 고민에 공감하기
깊이 있게 생각하기
진솔한 대화하기
정성스레 편지쓰기
아직 어린 친구들이었지만 편지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 어떤 누구보다도 내담자에 대한 진지한 생각과 공감이 보였다. 새삼 나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진지하고 깊이 있게 생각해 준 적이 있는지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제가 좋아지고, 환경이 나아져야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개개인이 타인을 위해 배려하고 남을 생각해줄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할 것이다. 학생들은 누군가에게 정성스레 손 편지를 쓰고 보냄으로서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보노보노 인생학교는 4월 29일부터 11월 25일까지, 격주로 토요일에 오전반(오전10시~오후1시), 오후반(오후3시~오후6시) 2개 반으로 운영되고 광주 금남로 근처 문화길에 있는 문화살롱 삐리빠리뽀에서 진행된다.
다음은 청년문화허브 대표인 정두용 대표와의 인터뷰이다.
Q. 보노보노 인생학교 프로그램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보노보노 인생학교 프로그램’은 청년문화허브에서 진행하고 있는 ‘나미야 우체통 프로젝트’에서 탄생한 프로그램입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나미야’라는 인물은 마치 우리나라 동네 구멍가게 할아버지 같은 사람이죠. 어렸을 때 놀러 가면 고민상담도 해주고 이야기도 들려주시던 따뜻한 할아버지. 사람들의 고민을 적은 편지를 상담해주면서 2년 동안 우체통을 운영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편지를 쓴 사람뿐만 아니라, 답장을 써주는 사람들도 힐링받는 느낌을 받더라고요. 또래 학생들이 친구들의 고민에 대해 생각해보고 답장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우리나라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익숙하지는 않을 건데요?
A. 사실 고민 상담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정신과방문이나 심리 상담을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선은 많은 부담이 되죠. 그래서 고민을 자기 혼자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쉽게 고민을 말하지 못할까?’ 그 생각에서 장난으로 시작한 고민 상담이 커져서 지금의 진지한 고민상담의 시작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진지한 고민상담’이라면 어떤 내용이 많이 오나요?
A. 사소한 고민도 많습니다. 연예, 돈, 사랑, 외모……. 우리도 한번쯤 고민해봤던 내용이고 보노보노 인생학교 커리큘럼에도 나오는 고민들입니다. 그렇지만 혼자서 답하기 어려운 질문, 무거운 고민들도 많았습니다. ‘삶이 힘들어 자살하고 싶다.’ 라던가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다’던가. 그럴 경우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함께 답을 구합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토론을 하니 서로 다른 답들이 나오기도 하죠.
Q.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인생에는 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삶의 고민들에서도 학교시험과는 달리 정답은 없죠. 여러 답들이 나오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토론과 생각수업이 됩니다. 또 타인의 고민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손 편지를 정성스럽게 쓰는 과정에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게 되고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태도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나의 인성수업이 되기도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