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호]지난해 지역특성화 우수평가 단체를 들여다보다(엄마꽃 마을 예술학교)_곽주영 모담지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8-04-03 조회수 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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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우수평가 단체 인터뷰

지난해 지역특성화 우수평가 단체를 들여다보다

엄마꽃 마을예술학교_ 김옥진 강사

 

곽주영_모담지기

 

추위에 굳었던 몸이 채 풀리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봄 향기가 너울거리며 코끝으로 다가왔다. 봄은 겨울을 벗어던지고 새로이 태어나기에 좋은 계절이다. 지난해, 아쉬웠던 것들을 뒤로하고 온몸을 일으켜 볼 때이다.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꽃이 제 봉오리를 피워내듯 문화예술교육도 이제 막 새로운 사업을 피워내려 하는 참이다. 

 

▲광주문화재단 18년도 지원 사업 선정단체 사업설명회

 

봄의 태동과 함께 광주문화재단은 올 한해 문화예술교육사업의 출발을 알리는 ‘18년도 지원 사업 선정단체 사업설명회’를 시행하였다. 지원 사업은 토요문화학교,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 창의예술학교 총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단체들은 4월부터 본격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될 예정이다. 

이 중 지역 특성화문화예술교육은 지역의 공간이나 문화자원 활용하는 지역형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한다. 많은 단체들이 본 사업을 통하여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나아가서는 지역 내에서 공동체적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올 한해 지역 특성화문화예술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어떤 목표들을 설정하고 있을까. 지난 2017년 지역 특성화문화예술교육의 우수 평가 단체인 엄마꽃 마을 예술학교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다음은 엄마꽃 마을 예술학교의 김옥진 강사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공감의 지점들을 연결하다.”

  

▲엄마꽃 문화예술학교의 참여자들이 서로 발을 맞대고 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단체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저희는 마음놀이터라는 단체입니다. 생긴 지는 오래되었어요. 저희 단체는 원래 개인적으로 미술치료, 통합예술교육을 위해서 시작했어요.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면서 주변에 기획하고 사업을 하시는 다른 분야 예술강사 분들과 네트워크가 연결되어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묶어서 연구하는 걸로 시작을 했는데, 이후에 강사들이 각자의 길을 가면서 단체 성격이 변한 것 같아요. 제가 석사 때 미술치료를 전공해서 저만의 치유적인, 그런 것들을 조금 더 중점에 두는 걸로 변했어요. 

그리고 경력 단절된 예술 강사들이 투입이 되면서 그 사람들부터 자기 자신을 치유하고 에너지를 회복하는 것들이 중심이 되었고, 대상도 많이 바뀌었구요. 지금은 경력 단절된 예술 강사들과 함께 같이 해오고 있고, 대상들도 연구의 목적으로 하던 통합예술보다는 저희 연령에 맞는 중년여성들. 여성들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활기의 전환점을 주는 그런 쪽으로 많이 바뀌었어요. 저희가 제일 많이 하는 건 특별한 예술은 예술가가 할 것이고, 내 삶의 어떤 것이든 예술이 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하고 있습니다.

  

▲손으로 하트를 그리는 엄마꽃 예술학교 참여자들, 위 가운데 검은색 옷 김옥진 강사


Q. 특별히 교육 대상을 중년 여성으로 선정하게 된 배경이 있으신가요?

A. 일단 저희 나이가 중년여성이 되었구요. 여러 가지 사업들을 해보면, 자기한테 맞는 대상이 있는 것 같아요. 어린아이나 청소년이 맞는 사람이 있구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눈높이가 달라지는 거겠죠. 문화예술교육이 밑바탕, 근본이 되어야 하는 게 뭐냐면 소통과 관계 맺기를 위해서 저는 공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공감의 지점들이 있어야하는데. 저희가 그 정도 나이가 되니까 그 사람들의 마음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공감의 지점이 생기잖아요. 

앞으로는 노인들에게 집중하게 되겠죠. 왜냐하면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되거든요. 어떤 것들이 필요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잘 알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희의 대상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선택한 것 같아요. 이전에는 다른 분야들 굉장히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편하고 잘 아는 공감을 잘 할 수 있는 대상으로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잘할 수 있는 대상, 잘 아는 대상, 우리도 즐거울 수 있는 대상, 피드백이 될 수 있는 대상. 서로 함께한다는 느낌이 들죠. 교육과 단체와 참여자가 아니라 다 같이.


▲각양각색의 복장을 한 참여자들


Q. 프로그램이 작년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A. 우선 기획 사업이라는 것에서부터 목표가 달라지긴 했어요. 신청할 수 있는 금액이 컸다는 것도 메리트가 있는데, 단체가 성장하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게 첫 번째 목표였어요. 일반적인 지역특성화사업을 해도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지만. 그래도 오래 하는 단체일수록 앞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기획공모의 장점이 3년간의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필요한데, 저희가 마침 그런 것이 필요했어요. 매해 끌고 가기보다는 앞으로 3년, 장기적으로 비전을 가지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전에는 문화예술교육의 대상들이 중심이 되었다면 이제는 공동체로 넘어가는 단계예요. 문화예술학교와 마을학교라는 구분을 만들어서 계속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생산하는 향유자들을 만들어내고, 이 사람들이 자기의 배움을 가지고 나눌 수 있게 하는 것. 그런 부분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어요. 이전에는 자기들이 문화예술을 생산하는데 중점이 되었다면 올해부터는 배운 것을 다 같이 향유하게 하는데 포커스를 맞췄죠.

  

▲다 같이 즐겁게 춤을 추고 있는 참여자들

 

Q. 그렇다면 교육에 있어서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특별히 우리가 교육자는 아니잖아요. 교육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배우고 가르치고 이런 게 떠오르는데요. 실제로 저희는 가르치지 않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찾게 하는 것. 뭔가 배우고 싶게 하는 욕심을 가지게 하는 것도 제가 가진 교육의 목표인 것 같아요. 내가 뭔가 스스로 해봐야겠다는 것을 찾아내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에너지를 교육을 통해서 찾아내게 하는 것. 뭔가를 가르치는 교육은 안되고요.

 

Q. 선생님께서 교육이 스스로의 에너지를 찾게 하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실제 교육현장에서 에너지를 끌어내고 그로 인해 변화가 나타났던 일들이 있나요? 

A. 우선 강사 선생님들도 기존에는 참여자부터 시작하신 분들이 많거든요. 어렵지만 그렇게 해서 자기 재능을 발견하고 했던 일들이 그렇죠. 어차피 그렇게 팀원들 안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에요. 일단은 하다 보면 아프거나 일을 시작하거나 하게 되는데요. 아프다는 것은 그전에 휩쓸려왔던 삶을 조금 더 주체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대신 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 아프게 되는 것이죠. 치료의 과정에서 그런 것들이 분명히 오거든요. 자기 자신이 쉽게 확 변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아픈 시기가 있기도 하고요. 새로이 일을 시작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전에는 그냥 흘러가는 것처럼 인생도 그냥 귀찮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그래서 주어진 대로만 갔다면 이제는 다른 곁눈질을 하게 될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거죠. 

 

내가 뭘 잘했는지도 모르고 살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사실 기존의 교육 안에서는 자기가 잘하고 있는 것들을 발견해낼 수 있는 작업들이 잘 안되잖아요. 특히 우리 연령대 같은 경우에는 더 그래요. 다양한 예술경험들로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하고 살았죠. 특별히 뭐 미대를 가서 미술을 전공했다고 할지라도 그걸로 자기표현을 하는 기회보다는 주로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으로 예술교육을 받잖아요. 그러다보니까 그런 과정들을 경험하지 못했는데 새롭게 경험하게 되면서 달라질 수 있는 거죠.

그저 예술을 배워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자기를 돌아보는 과정이고, 자기를 표현해내는 과정이거든요. 그런 걸 경험하면서 다른 사람의 삶에도 눈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자기 자신도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전체적으로 그렇고요. 대부분이 그래요. 

 

Q. 선생님도 삶의 변화를 느끼게 되셨나요?

A. 제가 제일 수혜자죠. 예술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거든요. 그대로 일반적으로 살았다면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런 과정들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많이 받아요. 나만 보고 살았던 것들을 곁눈질하게 하는 여유를 갖게 하고 내 성장을 가장 많이 이루어냈구나 하고 느끼게 하죠.

  

▲참여자들이 만든 버선


Q.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어려운 이야기인데요. 예전에 "문화예술교육은 예술로 가는 마중물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것은 문화와 예술과 교육이 가지고 있는 강점들을 최대한 살려 보려고 만들어진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건 원래 예술이 가진 힘이거든요. 그런데 예술교육이 잘 안돼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문화예술교육은 아주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제가 바라는 것은 문화예술교육으로 인해서 자기가 어떤 것이든 예술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에요. 음악을 하고 시를 쓰고 그런 것들이 아니고, 옷을 하나 사도 나에게 어울릴 수 있는 옷을 고르는 미적 감각을 가질 수 있는 것, 가구 하나에 티 테이블에 티 매트하나를 놓아도 그게 모두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갖고 나에 대해서 생각하고. 바느질을 하고 뜨개질을 하는 것과 같이 사소한 것들로 자기의 생각들을 정리해나갈 수 있는 게 모두 예술이 아닐까합니다. 하지만 다 생각하는 바가 다를 것 같아요.

  

 ▲직접 만든 작품을 들고 있다.

엄마꽃 마을 예술학교는 치유와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곳이다. 중년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더듬고 어루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누군가의 엄마, 아내가 아니라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서의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바로 위의 사진을 보면, 우리 엄마라는 단어가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게 부르던 저 말이 왜 이렇게 가슴 찡하게 다가오는 건지. 바쁜 삶에 쫓겨 정작 놓치고 있던 우리들의 엄마들, 그 들의 삶을 나보다도 예술이 더 깊이 위로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몸빼 바지를 입고 활동하고 있는 참여자들

김옥진 강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문화예술교육은 저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음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기획자는 자신이 잘 이해할 수 있는 대상에서 공감의 지점을 찾고 그것들을 연결하면서 확장시켜 나가는 것. 또 참여자는 삶 속에서 자신과 예술 사이 공감의 지점을 찾아가는 것. 무리하지 않고 가까운 곳에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있는 것이 예술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어쩌면 예술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을 표현하고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가 스스로에게 치유의 과정이 되고, 마음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것. 바느질을 하고 찻잔을 고르는 사소한 일들이 모두 내 삶을 예술로 채워가는 일이라는 것. 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 일인가! 그런 면에서 우리는 문화예술교육이 우리 삶 곳곳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조금 더 면밀하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 것은 우리가 올 한해 여러 문화예술교육단체들의 활약상을 기대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곽주영(9기 모담지기)                                                                                       술이론을 전공하고, 현재 경영정보시스템을 배우고 있다. 금융기관에 적을 두었다가 또 지금은 박물관에서 일을 한다. 가끔씩 인생을 엇박자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학문 사이에서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세워가는 것, 어긋난 박자 속에서 제 고유의 선율을 만들어 가는 것, 속도는 다르지만 정 방향으로 향해가는 것을 꿈꾸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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