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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하나의 추억은 완성 된다
‘놀이터아름’의 광주 견문록 – 공간편 <팝아트체험>
선단비_9기 모담지기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라는 용어가 있다. 디지털 중독에 빠진 현대인들의 심신 치유를 위해 기기 사용을 중단하고 휴식하는 처방 요법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이 용어마저도 진부해진 듯 현 시대는 인공지능(AI) 시대로 불리고 있다. 다양한 스마트 기기들도 우리 일상에 익숙해지다 못해 그 속을 파고든 지 오래다.
덕분에 현대인들은 고개를 들지 못한다. 목례를 하는 듯 푹 숙이고 작은 화면만 바라본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지도 모른다. 주변의 흘러가는 일상, 사시사철의 자연 광경들은 그저 스쳐지나갈 뿐이다. 가정에서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장 가까운 존재’와 함께 지내오지만 정작 가족의 눈보다 스크린 안의 타인을 보는 날이 비일비재하다.
여기 이 문제를 돌파하고 싶은 단체가 있다고 한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가족 간의 소통을 이루길 원한다는 ‘놀이터아름’은 7~8가족을 모집하여 7개월간 광주를 탐방하고 뜻 깊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문화체험학습을 계획해왔다. 특히 이번의 경우 5월 넷째 주 <세계문화예술주간>을 맞이하여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한다. 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느껴지는 5월 말의 어느 날. 현장이 열리는 곳을 찾아가기 위해 광주 송정에 위치한 광산문화예술회관 2층 광산구립합창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프로그램을 알리는 간판이 입구 계단 옆에 세워져 있다.
이번에 진행된 프로그램은 다름 아닌 팝아트 체험. 가족들이 모둠별로 양반 다리를 한 채 오리엔테이션을 경청하고 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서인지 추억을 쌓기 위해 모인 이들의 표정에서 설렘이 가득 차보였다.
재료를 배부 받은 팀은 캔버스 위에 먹지를 가지런히 붙이고 해당 가족사진을 그 위에 덮은 채 테이프로 고정시킨다. 프로그램 측에서 미리 사진을 선으로 변형해왔기 때문에 스케치 작업은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오밀조밀 모여 있는 가족들을 하나 둘 선으로 그려내는 모습. 과연 정성을 들인 만큼 선이 잘 따져 있을까 내심 궁금해진다. 스케치가 끝나면 먹지와 그림을 제거하고 캔버스 위에 그려진 그림을 확인한 후에 선이 따지지 않았거나 흐릿한 부분을 다시 이어준다.
▲티 한 점 묻지 않은 하얀 캔버스에 선을 한 땀 한 땀 따내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채색에 앞서 재료들을 자리에 세팅한다. 물은 컵의 절반 안 되게 담아오고 일회용 접시에 아크릴 물감을 적당 양으로 덜어온다. 피부와 머리카락, 옷가지들은 기존에 고정된 색상들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컬러를 배치하는 게 포인트다. 스케치만 그려진 흰색 도화지에 어떤 색이 어울릴지, 자연스레 색상의 조화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작품에 어떤 색상을 입힐 지 물감을 신중히 선별하고 있다
색을 이리저리 칠하다 외곽선을 탈출한 그림을 발견했다.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보니 색이 일정하게 나오지 않아 군데군데 컬러가 다른 그림, 물감이 꼼꼼하게 채워지지 않고 빈 곳이 남게 칠해진 캔버스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흔적들마저 얼마나 개성 있는가! 단색으로 깔끔하게 떨어진 팝아트 기법과는 거리가 멀지만 마치 정해진 틀에 맞춰지지 않은,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뽐내고 있다.
둥근 선, 직선, 삐뚤삐뚤한 선 등등. 선과 선은 겹겹이 교차되어 면이 되었고 또다시 면과 면은 서로 어울려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된다. 아이는 엄마의 얼굴을 칠하고 엄마는 아이의 함박웃음을 그린다. 붓 끝을 통해 만들어가는 그림들은 그야말로 찰떡궁합, 환상의 조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참고용 프린트물을 보며 다채로운 색깔로 채워가는 모습
채색까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 밖에 비치된 드라이기로 물감을 바싹 말려준다. 캔버스에 남은 물기가 없는 지 확인되면 유성매직펜으로 이목구비를 딴다. (테두리 작업이 까다로워 손쉽게 진행하기 위해서 사용되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름을 작품에 새기고 기념사진까지 촬영하면 프로그램 체험은 종료된다.
▲작품을 완성한 세 형제의 기념사진
Q. ‘놀이터 아름’,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놀이터 아름의 아름은 예술의 Art와 ‘사람을 알음알음 알아간다’는 뜻의 알음을 결합한 의미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주민들에게 문화예술 체험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고자 하는, 광주 지역의 젊은 작가들이 모인 예술 단체입니다.
Q.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하시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A. 작년에는 ‘문화체험학습동행 광주견문록-인물편’을 통해 우리 고장 광주 지역의 예술가들을 알아보고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시인, 음악인, 미술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을 가족들이 알고, 미술작품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작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가족들이 광주에 오랫동안 살았지만 몰랐던 광주를 알아가는 과정이 즐겁고 뜻 싶은 시간이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작년의 인물편에 이어 공간편의 구성으로 광주지역에 있는 공간을 가족들과 함께 알아가고 탐방합니다.
▲담당 선생님이 아이에게 채색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Q.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방향이 있으시다면?
A. 저희 프로그램은 가족들과 함께하는 것이 초점입니다. 하나의 작품을 제작하는데 있어 가족들끼리 각자의 취향과 생각들을 공유하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겪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먼저, 광주지역의 오래된 장소, 광주만 가지고 있는 공간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탐방을 갑니다. 가족들과 탐방을 통해 우리가족이 느끼는 공간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드로잉북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합니다.
탐방을 다녀오면 가족별로 개성 넘치는 문화지도를 제작합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고장에 오래 살았지만 몰랐던 광주의 역사에 대해 가족들이 알고, 탐방과 활동을 통해 가족들과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놀이터 아름’의 행보에 대해 궁금합니다.
A. 현 시대는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를 바라보는 사회입니다. 이에 맞춰 저희 단체에서도 초고령화에 따른 문화예술교육 컨텐츠 연구 및 개발을 통해 커뮤니티아트 공동체를 만들고자 합니다.
Q. 매년 5월 넷째 주는 대한민국 주도 하에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으로 선포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놀이터 아름’이 생각하는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인가요?
A. 오늘날의 문화예술은 다양하고 혼성적입니다. 따라서 교육도 혼성화 되어 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각각의 분야에 기본기가 충실하며 분야별 개성이 혼합되어 희석되기 보다는 동반상승할 수 있는 융합교육을 하나씩 실현하고자 합니다.
▲캔버스에 단란하게 모인 가족들의 모습
색을 칠하는 가족들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궁금증이 떠올랐다. 과연 이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오랜만에 서로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는 이 시간이 소중하게 여겨질까, 아니면 이런 기회가 주어져야만 함께 마주할 수 있다는 현실에 회의감을 느낄까? 디지털과 함께 태어난 아이들은 스마트화된 세상에 익숙하지만, 아날로그를 겪는 부모님은 불통(不通)의 시대로 변하는 세상에 서운해 할 새도 없이 부랴부랴 적응해야 했다. 씁쓸한 그 마음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주변, 바로 옆에서 나의 환한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 가족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오래 전부터 함께 하고 싶었다고 신호를 보냈을 수도 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오늘만큼은 집으로 돌아가서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우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장 소중한‘가족’이니까 말이다!
* 공간안내: 광주 광산구 광산로68번길 13 광산문화예술회관 T.062-960-8860
* 관련링크 : http://art.gwangsan.go.kr/
* 단체안내 : 놀이터아름
인스타그램 - @play_ground_areum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reum611
선단비(9기모담지기) 늘 그렇듯 새로운 시작은 낯섦과 설렘이 공존한다. 동구에서 재봉틀과 함께 청춘을 엮고 있던 나는 기자단이라는 새 옷을 걸치고 광주 곳곳을 돌아다니기로 결심한다. 예술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문화예술 프로그램에서는 문외한적인 모습을 보였던 나 자신에게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서툴고 어수룩한 솜씨지만 광주 시민들과 문화예술의 연결 고리가 되기 위해 모담지기에 지원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