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호] 경자씨의 재봉틀은 멈추지 않는다-경자씨의 화려한 외출_선단비 모담지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8-08-07 조회수 826
첨부파일

[2018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자/체/기/획/사/업-경자씨와 재봉틀V '청춘콜렉션']


경자씨의 재봉틀은 멈추지 않는다

-경자씨의 화려한 외출

 

선단비_9기 모담지기

햇빛이 살갗을 파고드는 어느 여름 날. 며칠간의 무더위로 불쾌지수는 하늘을 찌르지만, ACC의 하늘 마당에서는 유쾌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어느새 5번째를 맞이한 <경자씨와 재봉틀>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머니들이 제작한 가방을 화보로 남긴다. 직접 모델로 서게 된 어머니들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옷을 입고 진주목걸이, 코사지 등 여러 장신구들을 매치하여 한껏 멋을 냈다.

 촬영은 1시간을 기준으로 파트타임을 나눠 진행되었다. 작품과 모델이 돋보여야 하기 때문에 하늘 마당뿐만 아니라 도청 곳곳을 돌아다니며 어울리는 장소를 찾아 사진을 찍는다. 하나,둘,셋,찰칵! 셔터음이 울릴 때마다 어머니들은 각기 다른 포즈를 취하며 카메라에 적응해간다. 초반의 그들은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서서히 긴장이 사라지면서 그 어떤 모델보다도 빛나는 자태를 보여주었다.

 

도청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경자씨

 

 한편, ACC 커뮤니티존에서는 촬영을 마무리한 어머니들이 모여 계신다. 이곳에선 지금까지 만든 가방을 직접 그려보고 가방의 컨셉을 글로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준비된 연필과 싸인펜, 크레파스로 선을 긋고 색을 칠하고.. 어느새 하얀 스케치북은 가지각색의 가방들로 가득 메워졌다. 지금까지 경자씨와 함께 지내온 시간을 되새기는 어머니들. 가방을 그리는 데 몰두한 나머지 하하호호 웃음으로 가득 찼던 방도 어느 새 잠잠해졌다. 

 

‘마치 화사한 여인이 된 것만 같았어요.’

 

오늘 함께 인터뷰를 진행해주신 박경희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Q. 오늘 화보 촬영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이렇게 좋은 분들하고 촬영하러 왔는데, 일단 내가 나를 위로해줄 수 있어 행복하단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전문가 선생님(사진작가)께서 다양한 포즈를 요구하실 때 문득 내가 ‘귀한 존재’로 느껴져서 그 상황을 즐겼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기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었어요. 이런 기회 만들어준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죠.

 

Q. 어머님의 가방 탄생 과정을 알 수 있을까요?

평소 때 스타일이 심플한 걸 좋아해요. 그래서 제 성격대로 색상도 블랙 계열로 가고 화려한 것 없이 단정하게 디자인 한 것 같아요. 또 원래는 크로스백 용도로 쓰이는 디자인이지만 끈을 떼고 클러치백으로 활용했고요. 사실 이 스타일의 가방엔 정장이 어울리는 데 그렇게 입고 오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워요. 

가방 만드는 과정 자체는 조금 어려웠지만 제 방식으로 만들어보니까 그 속에서도 새로운 즐거움이 있더라고요. 항상 명품 가방 완성된 것만 봐왔었는데 이거는 내가 직접 그 과정을 겪어본 거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뿌듯한 마음으로 완성할 수 있었어요.

 

Q. 어머님이 직접 디자인한 가방이 완성 되가는 과정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제가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적이 있었어요.(심적으로) 그래서 여러 분야에 종사하시던 어머니들과 만나 처음 자기소개를 듣는데 ‘내가 여기에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란 생각에 조금 움츠러들었어요. 하지만 따뜻한 분들 덕분에 마무리될 때까지 웃으면서 할 수 있었고, 그 속에서도 함께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느껴졌죠. 사실 여러 모임들이 있지만, 이번 모임은 정말 이해관계에 얽힌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내려놓고 온 분들 같았어요. 그래서 그 분위기가 참 여유롭게 느껴졌고 저도 마음이 한결 편했죠. 가방도 욕심 안 내고 딱 주어진 것을 채워가니 ‘아, 이게 내 마음인 것 같다’는 느낌, 제 꿈과 희망도 하나하나 채워가는 느낌이었어요. 

 

 

▲직접 가방을 그리시는 경자씨들

 

‘결혼식 이후로 가장 설레는 날이네~’

 

이어 화보 촬영을 마치고 오신 강영희 어머니께서도 짧은 소감으로 운을 뗐다.

 

Q. <경자씨와 재봉틀>에 참여하는 계기는?

작년에 교육받았던 친구가 나는 한 번 해보았는데 너무 좋아서 해보라고 권유해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시작하고 나니 듣던 것보다 더 좋더라고요. 아쉬운 건 여기가 한 번 하면 재수는 안 된다고 해서 친구도 한 번 참여로 끝냈어요. 전 시켜주면 할 수 있는데(웃음) 재수는 안 시켜준다 네요.

 

Q. 직접 모델로 화보 촬영에 임하셨는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평상시에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는 마음이 굉장히 편하잖아요. 그런데 카메라라고 생각하니까 조금 긴장되었는데 그래도 촬영하시는 분이 분위기를 풀어주셔서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할 수 있었어요. 제가 어제부터 이거(화보) 촬영한다니까 결혼식 사진 이후로 처음인지라 엄청 설레서 아침부터 예쁘게 하려고 머리도 모양내서 빗고 왔어요. 촬영할 땐 뿌듯한 느낌도 굉장했고 아무튼 즐거웠습니다.

 


 ▲가방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강영희씨

 

Q. 프로그램을 하면서 이걸 하길 참 잘했다 하는 순간이 있으시다면?

평상시에는 제가 봉사단체에서 봉사만 열심히 했었어요. 그 중에서 나의 만족도도 있지만 봉사라는 게 나보다는 상대방을 위한 것인지라 조금은 아쉬웠죠. 하지만 ‘경자씨’는 오롯이 나만을 위해서 하는 거라 가방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너무 즐거웠고 보람 있는 시간으로 느껴졌어요.

 

Q. 앞으로도 경자씨와 함께 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당연하죠. 오히려 안 불러줘서 서운할 것 같아요. 그래서 내년에는 재수는 안 된다고 하니까 제 친구들 중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요(웃음) 한번 해보겠다고. 제가 엄청 자랑하고 다녔거든요. 

세월이 지나도 ‘경자씨’는 내 가슴 속에 남을 것 같아요. 가방은 영원히 가지고 다니다가 딸에게도 물려주려고요. 담당하시던 우리 선생님들도 너무 좋은 분들이라 경자씨 가는 날이 기다려졌다니까요? 다른 인문학 강의들도 듣고 다녔지만 그런 곳은 강사님만 이야기를 하니 우리는 듣는 입장이잖아요. 여기는 서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형성돼서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불러주시면 바로 달려오겠습니다. 능력이 된다면 재수도 꼭 시켜줬으면 좋겠어요.

 

인터뷰에서도 경자씨를 향한 어머니들의 애정이 묻어나왔다. 아마 계획을 진행한 문화기획사 <라우>가 딸의 마음으로 경자씨를 만들었기 때문일까, 어머니들은 그들의 진심을 전달받기라도 한 듯 큰 호응으로 보답해주셨다. 

 

마지막으로 ​<라우>의 이야기도 함께 들어보았다.

Q. <경자씨와 재봉틀>이 이번엔 가방을 제작하게 되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재봉 수업을 진행했는데 작년부터 가져 온 기준은 ‘재봉틀의 의미를 좀 더 살리자’였어요. 실제로 재봉틀이 어머님 인생을 대변하는 하나의 기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무언가를 만들면서 자기의 인생을 되돌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로 옷을 만들게 되었는데, 진행하면서 아쉬운 점은 재봉틀의 끝판왕이 옷이라고 하더라고요. 재봉틀을 오랫동안 배워야 옷 만들기가 가능해서 어머니들은 재봉틀 기초와 의상을 디자인하는 것만 진행하고 제작은 다른 기술자에게 의뢰를 해야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이런 점을 보완하고 어머니들이 직접 만들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하다 가죽가방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경자씨들의 결실, 가방이 한 곳에 모여있다

 

 사실 옷만큼이나 가방도 굉장히 의미가 있는 물건이에요. 여성들이 나갈 때 옷을 입고 두 번째로 가방을 메니까요. 어쩌면 어머니들 인생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물건 중의 하나가 가방이 아닐까 문득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저희는 ‘어머니들은 어떤 가방을 좋아할지, 우리를 만날 때 어떤 가방을 들고 오실지’ 어머니들을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죠. 가방이 담겨있는 의미가 충분히 경자씨 어머니들의 인생을 알아가는 데 귀한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수업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Q.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서 작년과 올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작년과 올해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요. 작년에는 본인 몸에 맞는 치수를 재고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옷을 만들었는데, 가방은 강사님의 운영방식이 있어서 만들 수 있는 가방 디자인이 제한되었죠. 대신 가죽의 상태나 바느질 기법, 디테일 장식 등을 달리하여 최대한 선택의 폭을 넓혔지만 어느 정도 틀이 갖춰졌다는 점이 아쉬웠죠. 하지만 결과물을 어머니들이 직접 끝까지 만들어볼 수 있던 건 이번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사실 작년에도 화보촬영을 진행했는데 그땐 어머니들께서 화장과 헤어 정도만 신경 쓰시고 오셨어요. 그런데 오늘 가방 촬영한다고 하니까 화장뿐만 아니라 옷과 소품 등 디테일한 부분도 신경 써서 어머님들 스타일로 훨씬 갖춰서 오셨더라고요. 참 신기했어요. 주인공이 가방이지만, 그래도 이걸 만드신 어머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로 옷을 입고 평소보다 더 꾸미신 모습으로 오시니까 훨씬 더 의미 있게 느껴졌죠. 

 


▲ 뙤약볕에서도 경자씨들은 웃음을 잃지 않고 촬영에 임한다

 

Q. 앞으로 다른 내용으로 경자씨를 운영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다른 계획이 있다면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릴게요.

 저희 팀은 4명의 여자가 함께하는 팀인데 2명은 유부녀고 2명은 싱글입니다. 하지만 결국 저희들 모두 엄마가 되고 경자씨가 될 거에요. 그래서 경자씨와 재봉틀이란 사업이 아니더라도 저희는 계속 어머니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어디에선가 항상 만들고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운 좋게 재단을 만나 <경자씨와 재봉틀>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성 문화기획자로서 지녀야 될 숙제처럼 여기고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 만들어갈 겁니다.

 요즘은 젊은 나이지만 엄마라는 이유로 청년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과연 엄마는 청년이 아닐까? 자연스럽게 의문이 들었죠. 그래서 ‘엄마청년’이라는 프로그램을 다른 도서관에서 진행 중이에요. ‘청년’이란 단어를 생각할 때 젊은 남성, 2·30대 열정 넘치는 이미지를 생각하게 되는데, 똑같은 2·30대 여자들은 결혼, 육아, 출산에 얽매여 있거든요. 지금 청년 사업들이 얼마나 엄마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가 생각하다 ‘이런 건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된다.’ 라고 느꼈고 계속 비슷한 주제의 모임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이처럼 앞으로도 우리의 삶과 연관된 사업들, 특히 어머니의 삶을 주류로 삼고 끊임없이 고민할 것 같습니다.

 

 딸도 언젠간 어머니가 된다. 영원할 것 같은 젊음도 세월을 맞이하다보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어있다. 하지만 엄마도 청춘이다. 비록 마냥 푸르기만 하던 그 시절과는 다르게 삶을 그려나가지만, 직접 손으로 꿰매고 만든 가방들과 함께 이 시간을 즐기는 엄마들을 보며 청춘은 젊은 자만의 소유가 아님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그녀들의 행보를 기대하며, 경자씨의 재봉틀은 멈추지 않는다.

 

 

 

선단비(9기 모담지기)                                                                                                                            늘 그렇듯 새로운 시작은 낯섦과 설렘이 공존한다. 동구에서 재봉틀과 함께 청춘을 엮고 있던 나는 기자단이라는 새 옷을 걸치고 광주 곳곳을 돌아다니기로 결심한다. 예술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문화예술 프로그램에서는 문외한적인 모습을 보였던 나 자신에게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서툴고 어수룩한 솜씨지만 광주 시민들과 문화예술의 연결 고리가 되기 위해 모담지기에 지원하게 되었다.

 

잔잔한 울림 게시글 상세 폼
top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