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호] 우리 마을의 새로운 시선, 새로운 지도_곽주영 모담지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8-08-07 조회수 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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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지원사업

우리 마을의 새로운 시선, 새로운 지도

 

모담지기_곽주영

 

누군가 내가 사는 곳에 대해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문득 생각난 질문에 나는 멋쩍게 뒤통수만 긁적여야 했다. 한 동네에서 스무 해가 넘도록 살았으면서 마땅히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내게 동네란 그저 거주하는 곳으로 존재했던 것 같다. 이동을 위한 정주적인 공간, 집이 존재하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휴일 날 마을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스마트폰 속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이 더 좋고, 자연과 함께하기보다는 문명이 주는 혜택이 더 편한. 지나치기에만 여념 없는 현대인들에게 마을이란, ‘지금 내가 머무는 곳’ 이상의 의미는 가지지 못하는 듯하다.  

그러나 여기, 삭막한 도시의 삶 속에서도 함께 살아가는 지역의 의미를 그려내고자 하는 단체가 있다. 지금부터 그들이 그려내는 효천 꿈다락 ‘대촌천 마을이야기 탐험’ 프로그램을 살펴보도록 하자.

 
▲ 남동풍 카페와 주변 풍경

 

 무더위가 쏟아져 내리던 어느 날 아침, 효천중앙교회 앞에 위치한 마을카페 남동풍을 찾았다. 남동풍 카페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가면, 교회의 다목적실이 나온다. 아침 일찍부터 어린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더니 다목적실이 금세 시끄러워졌다. 

 
▲오늘의 목표 설명과 경청하는 아이들

 

 이번 시간에는 1학기 동안의 마을 탐험활동을 정리하고 함께 소감을 나눠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미리 준비된 영상을 시청하면서 지난 학기를 되돌아본다는데 그 의미가 있었다. 음악과 함께 활동했던 사진들이 지나가는데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영상에 나온 친구의 모습을 놀리기도 하고,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장난기 어린 아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 쯤 예고없이 퀴즈가 등장했다.

 

 

▲ 마을 탐방 활동 중인 아이들

 

 “도동마을에 우물이 몇 개 있었지?”

그리고 숨을 몰아 쉴 틈도 없이 대답이 쏟아진다. 3개요, 3개.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마을의 면면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그저 재미있는 체험활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기억한다는 것이 대견하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영상을 보며 장난칠 때는 그저 아이들로만 보였는데, 지금보니 마을의 척척박사들이 따로 없었다.

 

 

▲열심히 활동하는 아이들

 

우리 마을 BEST/WORST

다음으로는 마을의 BEST와 WORST를 정리하는 시간이 있었다. 마을의 척척박사답게 아이들은 마을의 좋은점과 나쁜점을 빠르게 짚어냈다. 준비된 포스트잇에 열심히 글자를 눌러쓴다. 과연 효천 2지구의 좋은점과 나쁜점은 무엇일까? 궁금함이 커져가기 시작할 때, 아이들이 완성된 포스트잇을 가지고 벽에 붙이기 시작했다. 분홍색 종이에는 좋은점, 파란색 종이에는 나쁜점이 쓰여있다.

 

 좋은점의 공통점은 텃밭이 있다. 물이 흐른다. 산이 가깝다 등의 자연친화적인 답변이 많이 나왔다. 덧붙여 꿈다락을 한다는 점도 좋은 점으로 거론되었다. 나쁜점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학원이 있다라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학교와 학원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이 답답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답변들을 바탕으로 우리 마을 비전 지도를 그리게 된다. 오늘의 마지막 활동이다.

 

마을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보기

우리 마을의 좋은 것은 강화하고 나쁜 것은 개선해보자. 아이들은 이런 취지에서 마을 비전지도를 그리게 된다. 과연 20년 후 어른이 되었을 때, 아이들은 후손들에게 어떤 마을을 물려주고 싶을까? 마지막 활동은 2분단으로 나누어서 진행하기로 했다.   

 

 

  

▲비전 지도를 발표하는 아이들

 

 완성된 비전 지도를 들고 나와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전지도에 가장 위쪽은 마을 슬로건이 위치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효천2지구의 핵심이 그려지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실천과제들이 배치되어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상상력과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마을 비전을 구상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1학기를 정리하고 또 다음 학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 교회 식당에 모여 이야기를 듣고 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점심도 함께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마을의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데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마을 자원을 연계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효천 중앙 교회의 봉사자 분들이 점심 준비를 한다거나 교회의 25인승 차량을 대여하는 것들이 모두 이에 포함된다.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특장점을 잘 살려, 2학기에도 좋은 활동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주강사이신 임승호 선생님께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Q. 안녕하세요. 먼저 단체, 프로그램 소개 부탁드립니다.

남구주민회의는 2011년 창립하였고,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가는 주민단체로 출발하여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주로 도농교류, 인문학강좌, 그리고 청소년 문화교육, 마을탐험 등을 매년 하고 있습니다. 이번 꿈다락 프로그램은, 5년 전부터서 청소년들과 함께 남구의 역사 문화, 자연 생태, 그리고 사람들을 주제로 탐험하고, 기록하여 지도나 책으로 만들어 세상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입니다.

 

Q. 수업을 들어보니 학기제로 진행하시는 것같더라구요. 지난 1학기에 가장 인상깊었던 체험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1학기는 효천2지구 역사와 자연(분적산, 대촌천, 수춘천, 도시텃밭)을 탐험하였는데, 좋은 것보다는 마을의 아픔이라 할 수 있는 '광주위생매립장' 탐험이 참가청소년들에게 약간의 충격(?)을 갖게한 것 같습니다. 쓰레기 분리수거뿐만 아니라, 침출수 관리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더욱 중요함에 대해 알게된 것 같아요.

 

Q. 프로그램 마지막에 기록물을 남기신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기록물이 어떻게 남겨지게 될까요? 

가칭 '청소년들이 들려주는 대촌천이야기' 책자를 발간할 계획입니다. 100쪽 내외, 물론 예산때문에 걱정은 됩니다.

 

Q. 효천 2지구만의 특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마을학교에서 다뤘던 내용인데, 효천2지구는 광주의 남쪽 관문이고, 새롭게 택지개발된 지역으로서 도농복합지역입니다. 좋은 공기와 깨끗한 대촌천이 흐르고 도시텃밭이 있는 '쾌적하고 살기좋은 도시 속 전원마을'이지요. 이 같은 마을의 장점을 지속시켜가기위해 주민들이 관심 갖고 물과 환경을 지켜가야 한다는 생각을 마을학교 참가청소년들이 갖게 되었으면 합니다. 이미 그렇게 깨닫고 자기 부모님들께 얘기한 친구들도 많더라구요.

 

Q. 보통 마을과 관련한 프로그램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들만 접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상을 아이들로 선정하고 진행하시는 이유와 의미가 궁금합니다.

 

도시 청소년들에게 가장 아쉬운 것은 아마 '고향' 일 것 입니다.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년기의 추억, 고향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마을 구석구석을 다녀보고, 어른들에게 이야기도 듣고, 도서관이나 인터넷에서 자료도 찾아야 합니다. 아는 만큼 사랑하는 법이니까, 마을을 알수록 우리 마을을 사랑하게 되겠지요. 

 

 내가 사는 곳을 새로이 다시 보는 것의 시작은 ‘관심’인 것 같다. 아이들이 관심 어린 눈으로 효천2지구를 보게 되면서 소외되었던 자연과 옛것의 가치를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문득 나 또한 기억을 되짚어 보니, 누군가가 말해준 우리 동네의 옛날 이야기가 생각났다.

 

 ‘6·25 전쟁 이후에는 여기 넝마주이들이 돌아다녔단다. 그땐 그게 어찌나 무서웠던지. 저수지 주변을 이렇게 돌면서 넝마를 주웠었거든……. 그게 다 우리 시절의 아픔이지.’

 

 한 장소는 시간을 초월해 같은 역사성을 공유한다. 이 장소를 지나쳤던 사람들이 느꼈던 감각을 함께 체험하는 것이다. 작고 큰 사건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그 장소만의 독특한 특성, 그것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지켜나가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곽주영(9기 모담지기)                                                                                                                            미술이론을 전공하고, 현재 경영정보시스템을 배우고 있다. 금융기관에 적을 두었다가 또 지금은 박물관에서 일을 한다. 가끔씩 인생을 엇박자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학문 사이에서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세워가는 것, 어긋난 박자 속에서 제 고유의 선율을 만들어 가는 것, 속도는 다르지만 정 방향으로 향해가는 것을 꿈꾸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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