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문.jpg [size : 542.7 KB] [다운로드 : 47]
오늘 우린 경자씨를 마칩니다
<경자씨와 재봉틀 V> – 청춘콜렉션 졸업식
선단비_9기 모담지기
“떠날 때가 되었으니, 이제 각자의 길을 가자. 나는 죽기 위해서, 당신들은 살기 위해.
어느 편이 더 좋은 지는 오직 신만이 알 뿐이다.” - 소크라테스(Socrates)
무더운 여름, 제각기 다른 삶을 안고 달려왔던 어머니들은 온전히 자신을 위해 청춘콜렉션에 발길을 멈추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된 동안에도 누구의 어머니, 누구의 아내가 아닌 ‘경자씨’가 되어 자신의 꿈을 재단하고, 엮고, 만들어왔다. 하지만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이 있다고 흔히 이야기 하지 않은 가. 10주간의 여정을 마친 이들은 이제 경자씨로서 지내 온 시간을 뒤로 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경자씨와 재봉틀, 그 다섯 번째 피날레에 동참하기 위해 광주 문화예술작은도서관을 찾아갔다.
▲많은 이들의 축하 속에서 상장과 꽃다발을 받는 어머니
현장에서는 어머니들의 가방 소개와 함께 수료증 수여식이 진행되었다. 꽃다발을 받은 어머니께서 환한 미소를 띄며 감사 인사를 전하면 모두 박수로 응해주었다. 이후엔 프로그램에 버팀목이 되어 준 이들이 강단 앞에 모여 소감들을 하나 둘 풀어간다. 그들 하나하나만 놓고 본다면 공통분모를 찾아보기 힘든 조합들이지만 ‘경자씨'란 교차점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다른 일들을 수행해왔지만 마음은 늘 경자씨와 함께 달려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새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조성된 현장이다.
▲ 지금의 경자씨를 만들어 준 수많은 얼굴들
“일상과 예술은 일치하지 않는다. 특별해야 한다.”
행사장 한 편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어머니들의 가방에서 알 수 없는 뭉클함이 전해진다. 온갖 수고와 고난 속에서 결실을 맺게 된 그녀들의 예술. 특별하게 탄생했지만 이제 그들의 일상이 될 것이다. 어느 덧 행사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갔다. 무엇을 해도 아쉬움만 남는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을 다함께 열창하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순간을 남겼다.
▲ 행사장 한 편에 전시된 어머니들의 가방
이어 벨루어 가죽공방 김민수님과 함께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경자씨와 재봉틀>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처음엔 어머님들이 어느 정도 연세가 있으셔서 걱정이 먼저 앞섰습니다. 그러나 막상 수업에 들어가고 나니까 그 걱정은 아무 의미가 없었어요. 왜냐면 결과물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바느질이 삐뚤든 단면 마감이 서툴든 간에 이 가방이 어머니들에겐 하나하나가 한 땀 한 땀 의미 있다고 보여 졌기 때문이죠. ‘가방의 퀄리티를 볼 게 아니고 결과물의 의미가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니까 그 지나온 시간들이 너무 보람차더라고요. 교육이란 게 그런 것 아닐까요?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해하는 게 제 일인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Q. 경자 씨와 함께 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저희 같은 경우는 평범하게 공방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광주문화재단에서 먼저 연락이 와주신 게 인연이 되어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의 시작은 우연이지만 이러한 계기 덕에 오늘 졸업식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가방 진행 과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먼저 어머님들이 활용할 수 있을 만한 가방 디자인을 저희가 컨셉을 잡아놓았습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달라서 작은 가방부터 큰 가방까지 다채롭게 준비를 하고 첫 날 어머니들이 오셔서 가방 디자인을 확인하셨어요. 저희 공방에 가죽이 굉장히 많은데 그에 대한 이론 설명을 먼저 드리고 직접 마음에 드는 가죽들을 하나씩 선택할 수 있게 진행했습니다. 어떤 분은 앞뒤가 동일한 가죽을 쓰시는 분도 계시고 앞뒤가 다 다른 가죽을 쓰셔서 기분에 따라 바꿔 들겠다고 하시는 어머니도 계셨죠.
가죽의 색깔까지 전부 정했다면 두 번째 날부터는 가죽에 사용되는 바느질 방법을 알려드린 다음 직접 어머니들이 바느질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가죽이라는 게 털이 좀 날리다 보니까 단면에 마감재를 처리해줘야 하는 데 어깨 끈하고 몸판하고 이어지는 부분은 조금 더 가죽이 돋보일 수 있도록 장신구로 다는 과정까지 크게 분류되어 진행했습니다.
▲ 졸업식 기념사진 촬영
Q.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인가요?
어머님들이 시력도 안 좋으시고 몸이 자기 마음처럼 안 움직이신 데도 가방을 끝까지 만들어내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굉장히 뿌듯했어요. 그리고 결과물이 완성되는 그 순간이, 저도 그렇고 어머니도 그렇고 사람이라면 다 비슷하게 살짝 전율이 오거든요. 과정은 지루하고 힘든데 마지막에 전부 완성 되서 어머님들이 어깨에 딱 메는 순간에 어머니들의 표정들을 보면 ‘아, 내가 이번 교육도 성공했구나!’ 그런 성취감도 한꺼번에 느껴져요. 어머님의 기쁨이 곧 제 기쁨이기도 하는, 그 완성된 마지막 순간이 아무래도 제일 기억에 남죠.
Q.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경자씨와 재봉틀> 함께 연을 이어올 것인지, 벨루어공방의 향방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오늘 이렇게 행사를 치르면서 어머니들은 ‘더없이 잘해주셨다’라고 말씀해주시지만 항상 마지막이 그랬듯이 아쉬움이 또 남더라고요. 앞으로도 ‘만일 이런 기회가 있으면 더 다채롭게 구상하고 더 어머님들 눈높이에 맞춰서 교육을 해야지’ 하는 생각이 앞서서 교육 방식에 포커스를 맞추고 접근할 생각이에요.
▲ 경자씨의 마지막이 뜻깊게 느껴진다는 벨루어 가죽공방 가족들
“앞으로 빛나는 순간마다 이 가방이 함께 할 겁니다.”
둥글게 둘러앉은 어머니들은 느껴 온 모든 것을 스스럼없이 고백했다. 즐거움, 아쉬움, 고마움. 복합적인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듯했다. 사실 어머니로서의 삶이 이토록 빛날 수 있던 순간은 얼마나 되었을까.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했다는 이유만으로 꽃을 나눠주고 함께 축하받는 이 공간 속에서 그간 여성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는지 알 수 있었다.
비록 이 행사를 끝으로 어머니들은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지만 그들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길, 온전한 ‘나’로서 세상에 나가가길 바란다. 다섯 번째 경자씨의 졸업식, 축하드립니다!
|
선단비(9기 모담지기) 늘 그렇듯 새로운 시작은 낯섦과 설렘이 공존한다. 동구에서 재봉틀과 함께 청춘을 엮고 있던 나는 기자단이라는 새 옷을 걸치고 광주 곳곳을 돌아다니기로 결심한다. 예술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문화예술 프로그램에서는 문외한적인 모습을 보였던 나 자신에게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서툴고 어수룩한 솜씨지만 광주 시민들과 문화예술의 연결 고리가 되기 위해 모담지기에 지원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