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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지원사업
오랜만의 편지
궁동 예술의 거리 청년문화허브에서 만난 어린 어른들
임우정_모담지기
▲ 사연을 가지고 토론을 나누는 참여자들의 모습
예전에는 자주 친구들과 쪽지나 편지를 주고받곤 했다. 거리는 상관이 없었고 서로에게 편지를 쓰고 그에 대해 답장을 해주는 일이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물론 멀리 있는 친구와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메일과 인터넷, 모바일이 발달하면서 멀리 떨어진 친구도 훨씬 가까워졌고 그로인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 이제는 구세대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문화허브가 진행하는 ‘보노보노 인생학교’에서 읽게 된 편지는 정말 오랜만의 것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모티브로 진행되는 ‘보노보노 인생학교’는 익명의 신청자에게 사연을 받고 그에 대해 인생학교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에 대해 답장을 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참여자들과 토론을 나누는 정두용 (사)청년문화허브 대표
무더위가 최고조를 향해가던 지난 7월 28일 토요일 동구 장동 예술의 거리에서 만난 참여자들은 모두 고등학생들로 늦잠을 잘 수 있는 주말 아침임에도 청년문화허브로 삼사오오 모여들었다. 다른 참여자들을 기다리며 잠깐 서로의 안부와 일상을 확인하는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하여 진지하게 사연을 읽은 후 일상 속에서 자신의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타인의 고민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날 도착한 사연은 친구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있었을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그 편지의 주인공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 사연에 공감이 될수록 나는 과연 편지의 주인공과 함께 이 일을 겪고 있을 다른 친구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원활한 토론을 위해 두 그룹으로 나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해도, 연인이라 해도 결국 사람은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저 각자의 관점으로 상대를 상황을 판단하고 지레짐작하며 생각하고 행동할 뿐이다. 다시 말하면 서로의 관점을 깊이 이해할수록 더욱 가까운 사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 내 관점에 상대를 맞추려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며 공존할 수 있는 사이. 이러한 사이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험난하다.
그 힘든 여정에 필요한 것들은 매우 많다. 이해와 배려, 믿음, 신뢰, 희생 등. 그리고 아마도 그 여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기분이나 마음, 생각에 공감하지 않고는 이해도 배려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공감은 또 다시 말하면 나와 다른 상대의 관점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가끔 우리는 스스로의 생각도, 감정도 모를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중요한 순간에 타인과 공감함으로써 많은 어려움들을 극복해왔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공감한다는 것, 다양한 관점을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보노보노 인생학교’의 참여자들은 이렇게 중요한 공감의 능력을 타인의 편지를 읽으며 그들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여러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유하며 키워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타인과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참여자들은 함께 타인을 이해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공감하고 있었다. 잠깐이지만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새로운 관점을 공유하고 참여자들의 타인의 고민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통해 나이에 상관없이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
▲사연 편지와 답장이 적힐 빈 편지지에 어떤 답장이 쓰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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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정(9기 모담지기) 미술교육을 전공하였고 여전히 미술을 사랑하며, 생활 속에서 계속 예술과 함께 하며 살고 싶다. 나이 든 고양이와 함께 나이 들고 있고, 돌고래가 살기 좋은 환경을 꿈꾼다.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에세이를 쓰고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면서 예기치 못한 기쁨을 통해 궁핍함을 잊고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