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호] 라디오 덕분에 어르신나지요?_마민주 모담지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8-09-04 조회수 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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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라디오 덕분에 어르신나지요?

<광주시민방송>

마민주_9기 모담지기

 

 

어르신나지요 라디오 부스 

 

 2018년 8월 15일, 가수 최 진희가 부른 <뒤늦은 후회>가 광주공원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노랫소리를 따라가자 더위를 피해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계시는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었다. 흥겹게 노래를 따라 부르는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라디오 축제가 한참이었다. 바로 광주시민방송이 제작한 ‘어르신나지요 (어르신 RADIO) 축제’가 현충 석탑 일대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어르신나지요 축제’는 자신들의 경험을 담아 제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어르신들이 직접 출연하여 라디오 방송의 전반적인 과정에 실질적인 참여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어르신나지요 팻말 / 청취자들의 응원

 

 라디오 방송의 진행은 시민방송의 ‘시와 책’ 진행자인 방송활동가 이일순 DJ가 맡았다. 게스트로는 금융계 종사하다 올해 3월 퇴직한 사람, 시낭송을 좋아하는 패션 디자이너, 칠 남매를 키운 어머니 등으로 이뤄졌다. 라디오 방송 1부에서는 여름을 기리는 방법과 어린 날의 추억 회상을 주제로 다뤘고, 게스트가 바뀐 2부에서는 자신이 떠났던 휴가 경험을 이야기 나눴다. 에어컨이 틀어진 도서관에 가서 조 정래 작가의 책을 읽거나, 태백 대금굴이라는 시원한 동굴이나 지리산 뱀사골로 휴가를 떠난다며 게스트들은 자신들이 여름을 기리는 특별한 방법을 알려주었다. 또, 여름만 되면 22살 8월 생일날에 남자친구와 친구들과 함께 합천 해인사로 놀러갔던 때나 30대 초반에 떠났던 지리산 첫 종주가 떠오른다며 추억을 회상하였다. 그중 한 게스트는 어렸을 적에 아버지와 함께 다슬기를 잡던 추억을 쓴 시 「7월 그믐」으로 등단하였다고 말했다.

  

▲어르신나지요 이 일순DJ(왼쪽에서 두 번째)와 게스트

 

 게스트들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그간의 특별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 경험은 그들이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삶의 발자취들이었다. 그들은 청취자들과 함께 걸으며 삶의 궤적을 되짚었다.

 방송이 끝날 때쯤, 게스트들은 앉아서 들을 때는 편했는데 여기 앉으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또, On Air가 켜진 걸 보니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 같다며 라디오 방송에 참여한 소감을 드러냈다.

 

 
▲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청취자들

 

 라디오는 그들이 겪은 세월의 순간들과 여러 경험들을 통해 느낀 통찰들이 담겨있었다. 좌충우돌한 역경들부터 뿌듯했던 상황, 특별하지 않지만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순간까지 되짚으며 청취들과 함께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어르신들의 라디오지만 섣불리 누군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다독이려 들지도 않았다. 단지 자신의 삶을 담담히 털어놓으며 자신이 느낀 바를 담담히 공유할 뿐이었다. 사실, 그거면 된다.

 

 우리는 라디오 방송이 끝나고 광주시민방송 ‘어르신나지요’ 프로그램을 기획한 서 상현 PD를 만나 몇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사성현PD는 어르신뿐만 아니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었다. 

 

Q. ‘어르신나지요’ 라고 해서 어르신들이 출연하시는 줄 알았는데, 어르신들만 있는게 아니네요.

A. 아니요. 어르신이라고 하면 보통 지팡이를 짚거나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를 생각하곤 하잖아요. 그런 어르신도 물론 계시지만 여기 계신 분들은 이미 나이가 60이 다 넘으셨어요.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웃음) 70을 바라보는 나이죠. 단지, 그렇게 보이지 않을 뿐이죠. 어르신들은 맞아요.

 

Q. 어르신 나지요의 기획계기는 무엇인가요?

A. 지역민들과 함께 문화예술교육 안에서 멋있는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세대와 세대를 연결할 수 있는 방송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 대상으로 어르신으로 생각했어요. 보시다시피 어르신들은 문화예술에 관련하여 지역 청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됐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어르신들이 얼마만큼의 향유의 가치를 누리고 있는지도 궁금했고요. 그래서 ‘어르신나지요’를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청취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일단은 재밌었다고 많이들 말씀하세요. 청취자들이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이나 부끄러워서 못한 이야기들을 방송에서 쉽게 말하는 것도 그렇고 …, 요즘 방송에서 (노년층이 주체적으로 진행하는 게) 쉽게 볼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다들 신선해 하는 것 같아요. 

 

Q. 게스트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A. 현재 활동하시는 방송활동가분들이 계세요. 그분들이 지인을 추천해주세요. 그러면 그 지인이 또 자신의 지인을 추천해주시고 그래요. (웃음)

 

Q. 이렇게 야외방송을 하면 좋은 점이 무엇인가요?

A. 방송을 대하는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자연 속에서 활동이 이뤄지니까. 야외방송이라고 하면 빌딩건물들 사이일 수도 있고, 정말 숲 사이에서 이뤄질 수 있죠. 다양한 장소에서 방송이 이뤄지는 게 좋은 점인 것 같아요. 오늘 같은 경우는 공원이라는 장소가 주는 신선함이나 맑은 느낌, 그런 부분이 답답한 스튜디오와는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자연과 어우러지는 라디오 부스

 

 8월 15일, 광복절을 기리며 광주시민방송 ‘어르신나지요 축제’는 가수 최진희의 <뒤늦은 후회>로 오프닝을 띄우며, 윤 동주 시인의 「서시」로 마무리 지었다.  「서시」를 낭송하는 이 일순 DJ의 낭랑한 목소리가 공원을 가득 메웠다.

 

‘어르신나지요 (어르신 radio)’ 는 팟캐스트와 팟빵(http://www.podbbang.com/ch/16595?e=22695035), 광주 방송 88.9 MHz, 광주시민방송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마민주(9기 모담지기)                                                                                                                              글을 쓰는 것을 사랑한다. 고통은 불완전한 형태로 삶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은 그런 형태 없는 것들에 윤곽선을 부여하는 일이다. 작가가 그 윤곽선을 들고 내 말 좀 들어주오하며 심각히 나서주는 게 좋고, ‘그럼 그럴까요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좋다. 우리가 하는 행위 자체가 예술이라면 이 역시 하나의 예술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은 가끔 깊고 오래된 상처를 소독해줄 때가 있다. 그렇기에 예술은 삶과 분리되어선 안 된다. 삶 자체가 예술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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