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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우리가 만든 뮤지컬 좀 봐보실라요?
광산구 더불어락 노인복지관 어르신들과 <허니펀치>와 함께 만드는 뮤지컬
마민주_9기 모담지기
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소설집 『나무』 에는 「황혼의 반란」 이라는 작품이 실려 있다. 이제는 생산능력이 떨어진 노년층을 배척하고, 노인 복지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래판 고려장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이에 반기를 든 노인들이 서로 힘을 모아 투쟁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작가가 실제로 프랑스의 어느 양로원을 방문한 뒤 썼다는 이 단편에는 유명한 구절이 실려 있다. “노인 하나가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입니다.”
▲더불어락노인복지관에 걸린 현수막 (ⓒ네이버 블로그)
‘마을에서 어르신 한 분을 잃는 것은, 큰 도서관 하나를 잃는 것과 같다.’ 광산구 더불어락(樂)노인복지관에 걸린 현수막의 내용이다. 앞서 말한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 「황혼의 반란」 에서 따온 구절이다. 이는 복지관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지역의 원로인 어르신들의 지혜와 경륜을 지역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복지관의 활동 목표인 만큼 복지관은 문화예술 내에서 노인의 주체성을 강조했다.
노인은 종종 문화 생산이나 예술 교육 내에서 주체이기보다는 수혜대상으로서 이해되기 쉽다. 사실, 문화예술분야뿐만 아니라 사회의 전 분야에서도 노인은 수동적인 수혜대상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광산구 더불어락(樂)노인복지관에서 진행되는 ‘<청춘불패> 인생은 드라마’ 뮤지컬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노년층의 예술적 참여가 주체적으로 이뤄지는 현장을 엿볼 수 있었다. 취재를 간 당일에는 광주시에는 태풍이 불어 많은 어르신들이 뮤지컬 연습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풍을 뚫고 뮤지컬 연습에 참여한 어르신들도 계셨다. 뮤지컬에 대한 어르신들의 강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 ‘더불어락(樂)뮤지컬’ 연습 모습
▲ ‘더불어락(樂)뮤지컬’ 연습 모습
‘<청춘불패> 인생은 드라마’ 뮤지컬은 어르신들이 시나리오 속 캐릭터를 ‘자신’과 결합하여 개성 있게 재창조한 뒤, 뮤지션이 되어 뮤지컬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비슷한 연령층의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어르신들이 참여하는 만큼 뮤지컬에는 그 개성이 강하게 드러났다. 어르신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주체적으로 표현하였다. ‘<청춘불패> 인생은 드라마’ 뮤지컬은 황혼의 그들에게 예술을 향유하고 또 그것을 창조해낸다는 기쁨을 주었던 것이다.
▲대본을 읽으며 합을 맞추는 어르신들
Q. ‘더불어락(樂)뮤지컬’은 무슨 내용인가요?
A. 연세가 드신 분들이 카페라는 공간에서 수다를 떠는 일상적인 이야기예요. 다양한 소재를 끄집어 낼 수 있는 게 카페라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수다를 떨 때 무슨 내용을 넣을까 하다가 남편에 대한 이야기, 아내에 대한 이야기, 더불어락(樂)복지관에서 춤 배웠다고 자랑하는 이야기, 며느리 이야기 등 제가 직접 들었던 내용을 각색해서 넣었어요.
Q. 뮤지컬 프로그램의 기획계기가 있나요?
A. 여기 더불어락(樂)복지관 어르신들이 무척이나 적극적이세요. 여기서 춤 수업도 들으시고 노래 연습도 하시죠. 그래서 저는 그런 것들을 결합해서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또, 복지관 입구에는 “마을에서 어르신 한 분을 잃는 것은, 큰 도서관 하나를 잃는 것과 같다.” 라는 구절이 있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구절이에요.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젊은 사람들이 어르신을 공경하는 계기를 가지고, 어르신들은 제 2의 인생을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더불어락(樂)뮤지컬” 대본
Q. 뮤지컬 대본은 누가 쓴 건가요?
A. 제가 직접 썼어요. 락(樂)복지관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수업 시작 전에 업무를 보고 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어르신들이 대화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되었어요. 대화 내용이 정말 즐겁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뮤지컬에 녹여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어르신들의 경험과 속마음을 진솔하게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았고 또 보는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Q. 뮤지컬이 선생님의 의도에 맞게 진행되고 있나요?
A. 어르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욕심이 많으세요. (웃음) 대사나 역할 욕심이요. 그래서 캐스팅하는데 조금 힘들었어요. 근데 그건 강사로서 보면 너무 좋은 모습이죠. “아이고, 나 못해. 안 해.” 하는 것보다 “이 역할을 하고 싶다.” 하면서 욕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좋아요.
Q.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나요?
A. 제가 초·중·고등학교 수업도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는 것 같아요. 어르신들이라서 책임감이 강하세요.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꼭 숙제라면 해오시고요. 이렇게 태풍이 부는 날에도 열정적이신 분들은 연습에 꼭 참여하세요.
Q. 뮤지컬은 언제 하나요?
A. 광산구 더불어락(樂)노인복지회관에서는 매년 대동제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때 뮤지컬을 시연할 것 같아요.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10월에 할 것 같아요.
앞서 말한 「황혼의 반란」의 마지막 장면에는 투쟁에 실패한 노인 프레드가 등장한다. 바이러스 주사를 맞고 죽기 직전, 그는 자신에게 주사를 놓은 자의 눈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언젠가 너희도 노인이 될 거야.”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어간다고 한다. 언제까지나 젊은 채로 존재할 것 같지만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노인에게 새로움은 과거에만 존재하는 것이고, 현재에는 단조로운 일상만이 존재한다. 그런 그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단순히 취미 여가를 권장하는 것 이상의 뜻이 함축되어 있다. 여러 문화예술 행위를 통해 일상을 즐기게 됨으로써 삶의 주인 의식을 갖게 되고 궁극적으로 그들은 활기찬 황혼을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현재에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기존의 상투적인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에서 벗어나 그들을 문화 생산의 주체로서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단조로운 일상을 지내며 여생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청춘을 되찾고 삶의 당당한 주인공으로서 노년의 새로운 자아상을 형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이는 살아 있는 한 끝까지 제 삶의 주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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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민주(9기 모담지기) 글을 쓰는 것을 사랑한다. 고통은 불완전한 형태로 삶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은 그런 형태 없는 것들에 윤곽선을 부여하는 일이다. 작가가 그 윤곽선을 들고 ‘내 말 좀 들어주오’하며 심각히 나서주는 게 좋고, ‘그럼 그럴까요’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좋다. 우리가 하는 행위 자체가 예술이라면 이 역시 하나의 예술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은 가끔 깊고 오래된 상처를 소독해줄 때가 있다. 그렇기에 예술은 삶과 분리되어선 안 된다. 삶 자체가 예술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