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호] 남녀노소 니나노 '광주문화예술교육축제 아트날라리 니나노'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8-11-12 조회수 1,023
첨부파일

2018 광주문화예술교육축제 아트날라리 니나노

남녀노소 니올자

 

곽주영 모담지기 

 

 10월 20일 토요일, 점심이 지난 오후부터 빛고을시민문화관이 시끌벅적하다. 이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지나가던 시민들이 동그란 토끼눈을 하고 쑥덕거린다. 그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은 곧이어 자연스럽게 행사장 안으로 이끌린다. 활기찬 에너지에 저도 모르게 들어선 광주문화예술교육축제, 아트날라리. 

 

  

▲ 2018 광주문화예술교육축제 아트날라리 플랜카드

 

 하얀색 후드티를 입고 스태프 명찰을 목에 건 진행요원들에게 다가서면, 아주 친절하게 행사장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대체 어디서부터 취재를 해야하지? 압도적인 행사장 규모에 우왕좌왕하다가 이내 나도 이 축제를 즐기러온 한명의 참여자가 되어보기로 한다.

 

 
▲ 체험활동부터 공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먼저 본부에 들러 행사배치도 리플렛을 받아온다. 리플렛을 펼치면 행사장소와 일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뒷면에는 기념품 획득을 위한 스탬프 판도 있다. 선착순 500명에게만 기념품을 증정한다고 하니, 갑자기 승부욕이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고정 미션 두 가지(백설공주와 사진찍기, 깃발 그림그리기)와 부스에서의 체험 세 가지를 마치면 스탬프 다섯 개를 모을 수 있다. 백설공주는 찾지 않아도 쉽게 눈에 띄는 곳에 있다. 다만 아이들에게 워낙 인기가 많으니, 함께 사진을 찍으려면 기다려야한다.

 

  

▲백설공주와 다정하게 한 컷

 

 짧은 기다림 끝에 사진을 찍으면 벌써 미션 한 가지를 클리어하는 셈이다.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 백설공주는 정말 동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았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마저 동심의 세계로 풍덩할 것 같은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대포처럼 길쭉한 카메라를 들이밀며 찍어주시겠다고 하는데, 덩달아 나도 옆에 선채로 수줍은 브이를 해본다. 

 

 다음은 고정미션인 깃발 들고 니나노를 클리어하기 위해 공연무대 앞으로 이동했다. 색색의 깃발이 한 무더기로 꽂혀있는데, 곧바로 여기구나 했다. 아무것도 없는 깃발에 크레용으로 나만의 글, 그림을 덧입혀주면 스탬프를 받을 수 있다.

 

 

 

▲깃발 들고 니나노 체험하기

 

 이제 54개나 되는 체험부스를 돌아다닐 차례이다. 아, 물론 54군데를 모두 갈 필요는 없다. 여러분의 체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관심 있는 곳을 들어가보면 된다.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문화집단 열혈지구의 체험부스이다. 색색깔깔 내 얼굴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었는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다채로운 색을 활용해서 얼굴가면을 만드는 체험이었다. 흰 가면 위에 준비된 물감을 뒤섞어 색을 칠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작은 행위에도 개개인별의 특성이 잘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어느 누구는 강렬한 색으로, 또 어느 누구는 은은한 색상으로. 비즈를 잔뜩 붙이기도 하고, 깃털을 붙이기도 하고. 

 

  

▲ 가면에 색을 칠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이 가면이라는 것에 자기 자신을 투영해서, 또 하나의 페르소나를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 가면에 색을 입혀가는 과정, 직접 체험해보고 있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인문정원솔의 체험부스다. 커티스메모리얼홀 아치 창문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 하는데, 처음 들었을 때 입에 붙지 않아 다시 되물어보았다. "커티스....메모리얼...이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이름이지만, 커티스메모리얼홀이라는 건 양림동 근대건축물 이름이라고 한다. 남구 양림동(楊林洞)에 있는 옛 수피아여학교 건물로, 등록문화재 제159호로 지정된 바 있다. 

 

  

▲ 커티스메모리얼홀 색칠하기

 

 수피아여고는 광주 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를 지닌 곳이다. 광주 지역 여성 교육의 요람이며, 종교적으로도 역사가 깊은 곳이다. 광주의전 개교 당시 교사가 없어 수피아 여고의 강당을 빌려 강의를 하는 등 광주의 근현대사를 함께 해온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문정원솔에서는 이 설계도면을 90분의 1로 축소하여 모형으로 제작했다. 오늘은 체험부스를 통해 그의 일부분인 아치창문에 색을 입히고 직접 폼보드에 붙여보는 활동을 진행했다.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사)청년문화허브의 보노보노 인생학교-비밀 고민상담 편지에 답장쓰기 체험이다.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폼보드에 익명의 고민이 인쇄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가 할 일은 이 고민에 답장을 써주는 것이다. 

 

 
 

▲ 청년 B의 고민에 답장 써주기 

 

 청년 B의 고민은 현실과 타협해서 공무원 준비를 해야할지, 하고 싶었던 미술공부를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비슷한 나이또래, 비슷한 고민이어서 그랬는지 답장이 무척이나 길어졌다. 쓰다보니, 마치 내게 하는 말처럼 느껴져 울컥하기도 했다.  답장을 모두 쓰고 나니 옆자리에서 함께 편지를 쓰던 참여자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실례를 무릅쓰고 잠깐 인터뷰를 요청해본다.

 

  

▲ B에게 답장을 써주던 한 참여자

 

Q. 안녕하세요. 오늘 행사에는 어떻게 알고 찾아오신건지 궁금해요.

A. 친구가 촬영하러 왔는데, 따라 왔어요.

 

Q. 오늘 행사에서 어떤 것을 얻어가신다고 생각하세요?

A. 이 체험을 하기 이전에 뜨개질을 한 시간 동안 하고 왔어요. 매우 의미가 있었던 체험이었어요. 노력한 만큼 얻어간다는 느낌을 받았고요.

 

Q. 청년 B의 고민에 대해 열심히 답장을 써주시던데, 어떤 내용인지 물어봐도 되나요?

A. 언제까지 살수 있을지 모르니까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청년 B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쫓아갔으면 좋겠어요.

 

Q. 그렇다면, 참여자 본인은 어떤 꿈을 가지셨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A. 꿈은 간호학과에 진학해서 국제간호사가 되는 거에요. 빨리 2억을 모아서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웃음)

 고3(19), 주민(별명)

 
▲팽이 만들기 체험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한국놀이문화교육협회의 팽이 속으로 풍덩, 웃음꽃이 활짝!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우리는 마음을 담은 팽이를 만들 수 있다. 먼저 이루고 싶은 소원이나 하고 싶은 말을 엽서에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고, 다음에 팽이를 만들게 된다. 작은 나무 팽이에는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색을 입혀주는데, 다양한 도구들이 준비되어있다. 

 

 

  

▲ 스탬프 5개를 모두 모았다.

 

 체험이 끝나고, 다섯 개의 스탬프를 모두 모으자 이상한 뿌듯함이 밀려온다. 아니, 내가 애도 아니고 왜 이런 것에 기분 좋아하고 있지? 홀로든 의문도 잠시, 시끌벅적한 행사장을 둘러보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문화예술이란 그런 것이다. 순간의 몰입(Flow)을 만들어내는 것. 미국의 유명한 석학,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을 그렇게 정의했다. ‘몰입이란, 무언가에 흠뻑 빠져있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의식이 경험으로 꽉 차 있는 바로 그런 느낌말이다. 오늘 이 곳에서 여러 가지의 체험활동을 하는 순간마다 그 곳에 흠뻑 빠져 몰입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완수한 미션이니 당연히 뿌듯할 수밖에.

 

  

▲ 귀여운 마스코트들은 행사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떨어진 쓰레기를 줍거나 안내를 도와준다

 

 행사장에는 다양한 연령층이 각기 좋아하는 것을 보고 즐기며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 그들 각자의 몰입이 한데 모여 개인의 합보다 더욱 큰 전체가 되는 것, 그 것이 바로 진정한 문화예술축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의 인터뷰 몇 개를 덧붙인다.

 

  

▲퍼포먼스 체험 중인 아이들

 

A. 어떻게 알고 오시게 되셨나요?

Q. 지인소개로 방문하게 되었다.

 

A. 오늘 이렇게 참여해보니 어떠세요?

Q. 너무 좋다. 이렇게 다양하고 좋은 체험이 무료라는 것. 그리고 기존 체험들과는 차별점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만드는 체험도 좋지만 공연이나 퍼포먼스적인 요소도 함께 있어 훨씬 풍부하게 느껴진다.

 전남고흥읍에서 오신 학부모님 

 

  

▲바닥에 분필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고영범 어린이

 

Q 지금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A 태극기를 그리고 있어요.

 

Q 오늘 행사에 이렇게 참여해보니 어떤 것 같아요?

A 지금하고 있는 것이 좋다. 평소에 해보지 못하는 것들을 해볼 수 있는 것이 가장 좋고, 바닥에 그림을 그린다던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 재밌어요.

고영범, 9살, 운암초등학교

 

Q. 오늘 아이와 함께 참여해본 소감이 어떠세요?

A.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좋고, 무엇보다도 무료인 점이 정말 좋아요. 거기다 재미도 있고 할 수  있는 것도 많네요. 사실 광주는 이런 기회가 많이 없는데, 오늘 같이 축제를 통해서 아이도 저도 즐거운 시간이였습니다. 또 스탬프를 모아오는 활동이 아이들에게 성취욕을 자극하는 것 같아서 교육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고영범 어린이 학부모님 

 

 

  

▲ 백설공주와 인터뷰

 

Q. 오늘 백설공주로 행사에 참여했는데, 직접 현장에 있으니 어떠신가요?

A. 광주의 다른 행사에도 많이 가봤는데, 이렇게 현장 스태프로 참여한 것은 처음이에요. 하나의 행사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이 있다는 것을 직접 준비과정을 보며 알게 되었습니다. 

 

Q. 오늘 인기가 정말 많았어요. 

A. 살면서 가장 칭찬을 많이 받은 날이에요. 이런 인기는 다시 누려보지 못할 것 같아요.(웃음) 

백설공주, 김보령

 

  

곽주영(9기 모담지기)                                                                                                                          미술이론을 전공하고, 현재 경영정보시스템을 배우고 있다. 금융기관에 적을 두었다가 또 지금은 박물관에서 일을 한다. 가끔씩 인생을 엇박자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학문 사이에서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세워가는 것, 어긋난 박자 속에서 제 고유의 선율을 만들어 가는 것, 속도는 다르지만 정 방향으로 향해가는 것을 꿈꾸는 사람이다.

 

잔잔한 울림 게시글 상세 폼
top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