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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또 하나 세계를 열다
아이엠 '백수의 세계, 예술이 되다'
통신원 김미경
직업란에 적었던 학교명 혹은 회사명 대신 ‘무직’ 이라는 단어를 쓴지도 벌써 3개월이 넘어갔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유치원에 입학했을 때 이후로 난생 처음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어떠한 소속에도 속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 생소해 얼떨떨하지만 ‘아직 어리니깐’, ‘그 동안 고생했으니깐 지금은 쉬어도 돼’ 라는 마음으로 백수 라이프를 즐기고 있던 도중 미술과 문학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풀어내고 표현하는 ‘백수의 세계 예술이 되다.’ 라는 포스터가 눈에 들어와 이 프로그램은 무엇이고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어 직접 참여해보기로 했다.
‘백수의 세계 예술이 되다.’ 백수와 예술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그 두 단어를 보고 있으니 묘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직장을 갖고 승진을 하기 위해 피땀 어린 노력을 하면서 변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일까?’ 하고 고민하던 도중 직장은 그만두고 스펙과 자기개발에 벗어나 나를 돌아보고 다른 이들과 함께 예술을 이야기 하는 시간이 무척이나 낭만적이게 느껴졌다. 너무 앞만 보고 살아왔던 건 아니었는지 잠깐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광주 남구에 위치하고 있는 갤러리 카페 ‘제이콥 하우스’가 요즘 시끌벅적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카페사장님의 온화한 미소와 함께 카페는 순식간에 문화와 예술을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바뀐다.
△ 카페 제이콥 하우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다양한 문화 예술 소식으로 가득 차 있는 카페 제이콥 하우스는 예술인들에게 편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해주고 있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해 놓고 카페 구경을 하면서 음악과 함께 여유를 느껴보기도 했는데 평소 인스타그램 스타일의 카페와 프렌차이즈 카페를 이용하던 나에게는 무척이나 이색적인 곳이었다.
△ 카페 제이콥 하우스 내부 내부
2019년 5월부터 시작해 11월까지 총 18회차로 이루어진 ‘백수의 세계 예술이 되다’ 광주지역에 거주하는 청년 백수 및 반백수를 대상으로 ‘백수’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고, 시를 쓰고, 그 시를 기반으로 한 전시를 직접 기획 및 진행해보는 프로그램으로 미술, 문학, 음악 다양한 분야를 배우고 느끼는 공간으로 회차마다 다른 주제로 진행하고 있었다. 내가 갔을 때는 마침 음악장르의 하나인 힙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1980년대 미국에서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다이내믹한 춤과 음악의 총칭인 힙합은 대중음악의 한 장르를 일컫는 말인 동시에, 문화 전반에 걸친 흐름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힙합이란 말은 ‘엉덩이를 흔들다’는 말에서 유래다. 힙합을 이루는 요소로는 주로 네 가지 랩, 디제잉, 그라피티, 브레이크댄스가 거론된다.
△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중인 아이엠 회원들
미국문화를 대표하는 힙합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랩을 직접 써보는 시간도 가져보았는데 힙합이라는 장르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떠오르는 게 없어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참고도 하면서 써보기도 했다. 가사를 쓰던 도중에 어느 한곳에서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표현 할 수 있는 힙합이라는 장르와 백수의 공통점을 발견해보기도 했다.
#프로그램 소개
‘백수의 세계, 예술이 되다’는 지역의 백수 및 반백수 청년들이 모여서
나이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치지만 긍정적인 의미로 비쳐지지 않는
‘백수’의 시기에 대해 ‘시 쓰기’를 통해 사유를 전환해보고, 나의 언어로 정의해보고,
쓴 시를 바탕으로 전시 작품을 만들고 직접 전시를 진행하면서
단순히 사유에 그치지 않고, 사유를 확장해 표현과 활동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이다.
#만들어진 계기
2018년에 몇몇 청년들이 모여서 ’청년인문잡지 No Doubt vol.1 백수’ 를 발행하며,
지역의 백수 및 반백수 청년들과 함께 ‘백수의 세계, 예술이 되다’를 진행하게 되었다.
깊이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그것을 계기로 사회에서는 ‘백수’의 시기를 빨리 벗어나야 하는 불안정한 시기로 보지만
반대로 나의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탐색하고, 실험해보는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른 청년들과 함께 그런 생각과 활동을 나눠보고 싶은 생각에
지역의 백수 및 반백수 청년들과 함께 ‘백수의 세계, 예술이 되다’를 진행하게 되었다.
#앞으로 진행내용
현재 ‘백수의 세계, 예술이 되다’는 지역의 백수 및 반백수 청년 10여명과 함께하고 있으며,
‘시’를 통해 일상적인 것들의 이면을 바라보고, 나만의 해석을 해보는 작업을 해보았다.
이번 차시에는 ‘시’와 형식이 비슷한 ‘가사쓰기’를 통해 좀 더 폭넓은 표현에 대해 연습해보았다.
앞으로 남은 과정에서는 직접 쓴 시와 가사에 비트를 붙여서 나만의 곡을 만들어보고,
여태까지 해왔던 작업들을 통해 ‘백수’에 대한 자신의 정의를 내려보고,
그것을 다양한 오브제와 형태로 표현하는 전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백수가 되면 사람 만난다는 자체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지인들의 희소식과 “요즘은 머하고 있어?” 라고 하는 호기심 어린 질문에 괜히 주눅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수록 생각한다. ‘이 시간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것이라고 사람들마다의 속도와 방향은 다르다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백수 기간이 적기다. 온전히 나만 바라보고 나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말자.
‘백수의 세계 예술이 되다’는 시, 문학, 음악 등 다양한 장르로 광주에 거주하고 있는 백수 및 반 백수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이시대의 백수들을 응원합니다.
| 김미경 (10기 통신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