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호] 엄마들의 숨겨진 흥과 끼를 찾아서!_송진주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9-07-05 조회수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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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동아리 교육지원사업

엄마들의 숨겨진 흥과 끼를 찾아서!
가죽공예 동아리 ‘마마굿즈

송진주 통신원

 화창한 6월의 어느 날 아침, 장원초등학교 본관 건물에 들어서면서 왠지 모르게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오전 수업으로 인해 잠잠한 교실 복도를 지나 저 멀리 쩌렁쩌렁 들려오는 아이들의 힘찬 목소리. 그 소리를 따라 마침내 그 곳에 발걸음을 멈췄다. 본관 2층에 위치한 그 곳의 교실 문을 들어서자마자,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저학년 어린이들은 자리에 앉아 앞에 선 학부모 선생님(?)을 향해 집중하고 있었고, 자리 잡은 책상 위에는 엄마들의 따스한 손길이 닿은 가죽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한 두 분이 아닌 여러 명의 선생님들은 각 분단마다 아이들 곁에서 꼼꼼하게 관찰하면서 챙겨주셨는데, 엄마인 듯 선생님인 듯 알 수 없어 보이는 그녀들의 정체가 궁금했다. 수북이 쌓여있는 목장갑, 형형색색의 염료, 투명 재질의 비닐장갑 등 여러 준비물들을 세심하게 챙겨주고 친절하게 가죽공예를 알려주시기까지 하는 그녀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가죽에 염료 바르기 작업                   △ 아이들이 사용한 형형색색의 목장갑

그 정체는 바로…학부모 엄마들로 구성된 가죽공예 동아리 ‘마마굿즈’이다.
 광주문화재단의 예술동아리 교육지원사업을 지원받아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들은 2017년부터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고, 공식적으로 올해 ‘마마굿즈’라는 이름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처음에는 그저 한 가정의 주부이자 엄마로만 존재했지만, 현재는 동아리의 회원이자 가죽공예선생님, 지역 자원봉사자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예술동아리 교육지원사업은 본래 동아리활동을 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교육비를 지원하고 더불어 거주 지역에서 동아리 활동을 장려해주면서 시작되었다. ‘마마굿즈’는 산수 2동에 거주 중인 엄마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평소 하고 싶었던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보고 교육지원을 통해 얻은 문화 활동의 가치와 재능을 기부할 수 있도록 하나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이를 통해서 ‘마마굿즈’의 엄마들은 현재 초등학교, 지역문화센터, 양로원 등 여러 기관 방문을 통해 재능 기부를 진행하고 있다. 취재 당일에도 엄마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실용적으로 가지고 다니면서 쓸 수 있도록 가죽 동전 지갑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저학년 어린이들에게도 어렵지 않으면서 안전하고 재밌게 배울 수 있도록 하면서, 각각 아이들이 자그마한 손으로 가죽의 겉감과 안감에다 정성스레 색깔 바르기를 시작했다. 고루 색이 발린 가죽을 손에 들고서 엄마 선생님이 드라이기로 말려주기를 기다리며 줄을 선다. 그 후 코팅하고 건조시킨 후, 엄마들이 직접 망치질로 똑딱 단추를 달아주면 가죽지갑 완성!


가죽지갑을 망치질로 뚝딱 만들어주시는 마마굿즈 엄마

“삼각김밥 주머니 지갑이 생기니깐 정말 좋아요!”
자신이 직접 색을 바른 가죽이 금세 지갑으로 탄생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은 좀체 가죽지갑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각기 다른 색깔과 무늬로 나만의 지갑을 만든 아이들은 갖가지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예쁘니깐 집에다가 장식할거에요.”,“용돈 받은 동전들을 한가득 모아서 매일 가지고 다니고 싶어요.”, “제가 가진 작은 보물들을 넣고 다닐 거예요.“ 등... 삼각김밥같이 생긴 자그마한 지갑을 통해서 웃는 아이들로 인해 한층 교실의 분위기가 활기찼다. 해맑게 웃으며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엄마들은 정신없이 힘들었던 것도 잊은 채 항상 밝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완성된 삼각김밥모양 가죽지갑               가죽지갑 완성 후 뿌듯해하는 아이들

 ​그녀들은 엄마이자 ‘마마굿즈’라는 이름으로 환상적인 팀워크를 자랑한다.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내어서 어떻게든 일주일에 한번 이상 서로 자주 보려고 노력하고, 두 달에 한번 이상 조별로 자원봉사도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힘든 일정 가운데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하는 계기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단순하게 자기계발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교육 지원을 통해 점차 실력도 늘면서 지역사회 환원을 목적으로 소외계층들에게 재능기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TV에서 재능 기부하는 모습을 보면 그저 다른 사람 이야기로만 생각되었는데, 막상 자신들이 누군가에게 가르쳐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가지고 즐거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들은 단순히 배워서 재능을 키우는 것 이상으로 가죽 지갑이나 머리핀을 선물해주면서 나눔의 기쁨도 함께 배우고 있다.


완성한 가죽지갑을 손머리 위로

“가죽은 환경생각해서 업사이클링(up-cycling)으로 제작도 가능해요.”
동아리활동을 하면서 냅킨, 풍선 만들기 등 이런 저런 교육들을 받아봤지만, 가죽공예만큼 실용적이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활동이 없다고 한다. 굳이 원재료를 구매하지 않고 집에서 쓰지 않는 헌 가죽을 이용해 새롭게 제작하는 것도 하나의 환경을 위한 행동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죽공예를 하면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쿵쾅거리는 망치질과 무거운 재료들을 들고 다니면서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다보니 살이 빠지고 근육이 많이 붙었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가죽공예는 실용성과 신체 및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정말 좋은 활동으로 강력 추천하고 있다.    
‘마마굿즈’ 동아리 회원들은 에너지가 넘치는 의욕적인 엄마들의 모임이라서 그런지 함께 하는 모든 이들조차도 힘이 샘솟는 기분이 든다. 이들은 점차 활동을 확대해서 앞으로 다른 마을 동아리와 협력하여 재능기부마을을 조성하는 것이 그녀들의 꿈이다. 쉽게 접하기 힘든 가죽공예를 동아리교육 지원사업을 통해서 경제적으로 가죽공방을 이용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게끔 모임을 가져서, 더 많은 이들이 ‘마마굿즈’와 같은 활동을 하고자 한 것이다. 더불어 그들은 단순히 배운 것을 넘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마마굿즈’에 걸맞은 가죽작품들을 만들기를 꿈꾼다.

 
마마굿즈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일단 도전해보세요! 저 역시도 처음에는 망설였었는데 막상 해보니깐 꿈이 생기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마마굿즈’ 동아리 회원들은 동아리 참여를 망설여하는 이들에게 꼭 해보기를 권유한다. 특히 ‘마마굿즈’의 마영희 회장은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면서 자신감과 함께 다른 이에게 주는 기쁨을 알게 되었고,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죽공예 동아리 교육을 받으면서 인연을 맺은 신성주 강사는 강사료를 떠나 강의가 아닌 봉사로써 현재 매번 동아리 모임에 함께 하고 있다. 그들은 단순한 동아리 모임 이상으로 지역 공동체 일원으로써 함께 하고 있고, 서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기에 그들 활동의 앞날이 기대된다. 평범한 주부였던 엄마가 지역공동체의 한 일원으로서 영향력을 줄 수 있고 작지만 큰 변화를 줄 수 있음을 ‘마마굿즈’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자신의 흥과 끼를 찾지 못한 그대들이여, 지금 당장 도전해보길 바란다!

송진주 (10기 통신원)
하늘과 땅 사이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 이를 ‘문화’라고 쓰고 ‘인생’이라 읽는다. 우리는 매순간 깨달으며 배워나간다.
문화 또는 인생은 끊임없이 배우면서 재미나게 살아야한다. 그러므로 난 ‘유희하는 인간(Homo ludens), 송진주’로 살고자 한다.
나도 모른 사이에 문화와 함께 숨쉬고, 삶 속 깊이 스며들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로 인해 문화예술기획을 전공하며, 앞으로 나를 포함한 모든 이가 유희하는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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