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호] 달(Doll)님아, 내 얘길 전해줘_송진주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9-08-06 조회수 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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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문화학교 인큐베이팅 


달(Doll)님아, 내 얘길 전해줘
아르떼창 - 엄마 달(Doll) 엄니 달(Doll)

통신원 송진주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맘속 비밀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는 각별한 친구가 있다. 밥을 먹을 때나, 잠을 잘 때, 친구 집에 놀러가 역할놀이 할 때에도 언제나 내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던 마론인형 ‘미미’. 이따금씩 동생과 싸워서 엄마한테 혼나 우울할 때면 미미에게 속상한 마음 토로하면서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꼬마 시절 자그마한 손으로 움켜쥐던 그 친구는 내가 하루가 다르게 나날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놓아주게 되었다. 어느덧 어른이 된 지금, 내 손에는 인형대신에 365일 24시간 스마트폰을 쥐고 있다. 그 무엇보다 빠르고 다양하게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시대지만, 과연 우리는 맘 속 얘기들을 잘 표현하고 있는 걸까?



▲ 강사 선생님과 함께 인형을 만들고 있는 참여학생들


 토요문화학교 주말예술배움터 프로그램으로 아르떼 창 예술터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12, 2층)에서는 ‘인형 매개체를 통한 가족소통’으로 <엄마 달(Doll), 엄니 달(Doll)>을 기획하였다. ‘엄마’라고 부르는 손자, 손녀들, ‘엄니’라고 부르는 아빠, 엄마까지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어우를 수 있도록 인형극 제작 및 마음 치유와 가족 관계 개선을 취지로 진행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3~6학년 초등학생 대상으로 학생과 가족이 함께 참여하며, 11차시(1~10차시까지 교육, 11차시 예술축제)에 걸쳐 6월 29일부터 9월 7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5시) 참가비 무료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밤하늘을 비추는 달이 아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인형 달(Doll)을 직접 닥종이에 밀가루 풀을 먹여서 만들어보고, 이야기를 구성하면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맘 속 얘기를 인형극으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 강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만들고 있는 정혜윤, 박지윤 어린이


 7월 27일에는 5차시 ‘드러내기:표현하기’를 주제로, 참여 학생과 가족들은 인형극을 위한 캐릭터 인형을 만들고, 인형작가 및 연극 전문 강사 선생님들의 지도를 따라 캐릭터의 구체적 성격과 이야기 구조를 짜보았다. 참여 학생인 송유찬 어린이네 가족은 아르떼 창 예술터에 도착하자마자 석고상처럼 딱딱하게 굳은 새하얀 닥종이 인형들에 형형색색 예쁘게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아빠, 엄마도 학창시절 미술시간으로 되돌아간 듯 열심히 붓질에 재미를 붙이면서, 아들 유찬이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본다.



▲ 인형극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강사 선생님에게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보는 가족


 “유찬이 인형이 메고 있는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아이가 손수 만든 인형은 큼지막한 가방을 등에 메고 어벤져스에 나오는 타노스의 건틀릿을 손에 끼고 있었다. 각기각색 크기와 모양이 개성 있는 유찬이네 인형들은 인형마다 어떤 성격으로 이야기가 진행될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들이 만든 시나리오는 이렇다.

아들 유찬이는 평소 가족에게 불만을 가져 가출을 계획하게 되는데,
아빠는 그런 유찬이를 가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막고, 엄마가 도깨비마냥 크나큰 방망이를 들고서 혼내려고 쫓아오자, 유찬이는 손가락을 튕기며 타노스의 건틀릿으로 모두 사라지게 한다.
 



▲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과정 기록

    

 요즘 들어 유찬이 엄마(김지혜)는 아들 유찬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사춘기가 오다 보니깐, 자신의 속이야기를 잘 안 하는 게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 부모님의 관심으로 한 행동이 엄마는 잔소리, 아빠는 화를 낸다고 생각하는 아들을 보면서 고민이 많았는데, 우연히 온라인 카페에서 본 프로그램 모집공고를 보고 신청하게 되었다.
“첫 수업시간에는 손가락 인형을 가지고 이야기했는데, 평소에는 말하지 않았던 것을 인형을 통해서는 얘기하더라구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소리 내어 말해보면서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거 같아서 신기했어요.”



▲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닥종이 인형을 만드는 송유찬 어린이 가족


 유찬이 아빠, 엄마는 작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아들을 보면서, 기쁜 마음으로 주말에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더욱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사춘기 시절 아이들 대부분이 친구들 외에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데, 이번 교육을 통해서 부모와 자식 간에 소통할 창구가 생긴 것이다. 더불어 가족의 손때가 묻은 하나뿐인 인형으로 그들만의 인형극을 만들 생각에 좀 더 의욕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현재는 5차시까지 진행돼서 인형극을 위한 상황만 설정된 상태지만, 좀 더 발전시켜서 아들의 독백파트가 있으면 좋겠어요. 머릿속에는 독백이 가득한데 남들 앞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 거 같거든요. 고민이 있을 때 친구들도 좋지만 부담 없이 부모에게도 이야기해주면 좋겠단 바람이 있어요.”



▲ 송유찬 어린이네 가족


 <엄마 달(Doll),엄니 달(Doll)>에 참여한 학생들은 부모님들이 바라는 대로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생각과 느낌을 인형을 통해 표현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인형을 직접 만들어 타자화 시키면서 간접적으로 나의 솔직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평소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캐릭터 ‘토토로’가 되어보거나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연어초밥’이 되어보는 것이다. 엉뚱하면서도 기상천외한 모양과 형태로 나타나는 아이들의 인형은 내면의 감정과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여 보여준다.



▲ 참여 학생과 가족들이 만들어 놓은 닥종이 인형들


 본 프로그램의 최고운 기획자는 ‘인형은 형태가 사람과 친숙하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해서 인형제작을 고려했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만 가지고 놀고 가족과의 대화가 줄어들어 소통을 거의 안 하게 되면서, 스마트폰 대신에 인형을 손에 쥐어서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다. 교육과정에서 ‘닥종이’로 인형을 만든다는 것이 요즘 아이들에게 생소한 방법이기에 실험적으로 진행하면서 최대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도록 하고 있다. 그녀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거창하지 않더라도 ‘내일 아침에 뭐가 먹고 싶다.’라는 소박한 마음 속 이야기를 서슴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 엄마달 엄니달 기획자 최고운


 어릴 적 아장아장 기어가던 어여쁜 아이가 옹알이하며 미주알고주알 자신의 감정을 쏟아냈었는데, 점차 자라 십대가 되면서 말 수가 줄어들고 소통을 하지 않게 되면 사소한 갈등조차도 증폭된다. 자신이 손수 만든 인형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꺼내지 못했던 생각과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전달한다는 건 건강한 가족관계를 위한 하나의 실천이지 않을까 싶다. 맘 속 이야기를 직접 하기엔 낯부끄럽고 어색하지만 결국 내가 힘들 때 함께 하는 사람은 가족이다. 토요학교 주말예술배움터에서 진행하는 <엄마 달(Doll),엄니 달(Doll)>을 통해 가족과 인형극을 하면서 서로간의 관계도 치유하고 회복하며 기억에 남을만한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

 

송진주 (10기 통신원)
하늘과 땅 사이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 이를 ‘문화’라고 쓰고 ‘인생’이라 읽는다. 우리는 매순간 깨달으며 배워나간다.
문화 또는 인생은 끊임없이 배우면서 재미나게 살아야한다. 그러므로 난 ‘유희하는 인간(Homo ludens), 송진주’로 살고자 한다.
나도 모른 사이에 문화와 함께 숨쉬고, 삶 속 깊이 스며들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로 인해 문화예술기획을 전공하며, 앞으로 나를 포함한 모든 이가 유희하는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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