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호]광주의 정신이 깃든 거리 곳곳에서 펼쳐지는 거리극 축제_임우정 모담지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8-04-16 조회수 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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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광장 및 금남로 일대ㅡ2018광주스티벌 개막식]


광주의 정신이 깃든 거리 곳곳에서 펼쳐지는 거리극 축제


 임우정_9기 모담지기

 

 아침에 일어나니 수선한 소리가 들려왔다. 창 밖에 때아니게 흩날리는 눈발에 가족들 모두 놀라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 이틀 전까지는 봄답지 않은 더위에 다들 웃옷을 벗어던졌으니 더욱 그렇다. 겨울을 겨우 이겨내고 푸릇한 새싹과 색색의 화사한 꽃을 보여주던 봄이 갑자기 정체성을 잃고 겨울로 시간을 되돌려버린 느낌이었다. 

 

 흩날리는 눈에 낭만을 느끼는 것도 잠시, 추운 날씨에 오늘 어찌 거리로 나서나 걱정이 앞섰다. 오늘 내가 가야 할 그 너른 광장과 거리에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혹시 추위와 강풍에 행사가 취소되면 어쩌나 별 걱정이 다 들었다. 그래도 거리로 나서기로 했다. 날씨가, 상황이 어떠하든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나섰던 그 거리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주프린지페스티벌 개막식을 찾은 시민들

 

 일단 프린지 페스티벌하면 한 번도 가본적은 없지만 영국 에든버러의 프린지 페스티벌이 떠올랐다. 거리에 넘쳐나는 사람들과 한데 어우러져 즐기는 거리공연의 축제라는 어렴풋한 이미지이다. 과연 광주의 프린지페스티벌은 어떠할까? 부끄러움이 많은 나는 이 거리극이라는 것을 어떻게 즐겨야 할지 궁금했다. 그래서 먼저 광주프린지페스티벌의 정형균 총감독을 만나 질문을 던졌다.

 

Q. 도대체 거리극은 어떻게 즐겨야 하나요?

A. 광주프린지페스티벌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며 만들어가는 페스티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법이라든가 어떤 제한은 없습니다. 거리에서 시민들과 만나 서로 소통하는 프린지페스티벌의 성격에 맞게, 자연스럽게 나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공연을 즐기면 됩니다!

  

▲프리뷰쇼에서 ‘크레이지 미스터 제이’가 관객의 도움으로 탈출마술을 준비하고 있다.

 

 총감독의 말처럼 이미 많은 시민들이 거리극을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었다. 갑자기 공연무대로 불려 올라와도 당황하지 않고 함께 가발을 쓰고 발레 튜튜를 입고 함께 춤췄고, 쇠사슬을 성심성의껏 묶으며 탈출마술을 도왔다. 객석의 관객들은 공연자의 움직임에 웃고 박수치며 큰 호응으로 거리극을 즐기고 있었다.

  

▲거리 곳곳에 마련된 무대, 관객과 호흡을 같이한 ‘매직 서커스’ 조성욱의 무대

 

 총 18개 팀의 맛보기 무대인 프리뷰쇼를 지켜보다가 추위도 떨칠 겸 몸을 움직여 518민주광장 방향으로 향했다. 금남로 거리에 비해 한산한 느낌이었지만 ‘매직 서커스’의 공연자는 ‘고난도’의 기술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고 있었다. 입을 벌리고 바라보다 그의 공연이 끝나고 분수대로 향하니 분수대 주변에는 미술을 중심으로 체험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프린지의 포스터가 아이들이 그린 그림으로 만들어졌다고 들었는데, 올해도 프린지 키즈 작가를 찾는 코너가 진행되고 있었다. 

  

▲소형 석고상을 채색하는 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과 광주프린지페스티벌의 포스터

 

 광장을 둘러보고 다시 금남로로 발길을 돌렸다. 미술을 중심으로 조용히 체험이 진행되었던 광장과 달리 금남로 거리의 체험은 공예를 비롯해 평소에 입기 힘든 복장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체험과 먹거리, 어린이들을 위한 화재진압체험 등 활동적인 요소들로 체험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은 ‘광주엄마가달린다’였다. 어머니들이 무료로 나눠주는 주먹밥의 고소한 참기름냄새에서 허기와 함께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렇다. 어쩔 수 없이 518민주광장에서, 금남로에서 행사가 진행되면 5월의 그날이 떠오른다. 그것이 이 거리가 가진 정체성이다. 게다가 이 글은 5월에 뉴스레터의 독자들에게 전달되어진다. 그러니 더더욱 프린지페스티벌을 바라보면서도 글을 쓰면서도 5월의 그 거리가 생각났다.

 

 왜 그 거리에서 거리극 축제를 하게 되었을까? 폭력과 숭고함이 뒤섞였던 그 거리, 광주의 시민들이 함께 했던 그 거리에서 만나는 거리극. 개인적으로 그 답은 시민들이 함께 한 거리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두가 함께 거리에 나와 억압과 제한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생각과 의지를 표현했던 그때처럼 우리가 거리로 나와 거리 곳곳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의 즐거움을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표현하는 것에 말이다. 

 

 그때 광주의 시민들이 민주화된 세상에 대한 평범하고 당연했던 상상력으로 포기하지 않고 투쟁했듯, 프린지페스티벌은 이번 주제인 ‘비범한 상상’에 어울리는 멋진 축제로 매주 토요일 광주시민들과 광주를 찾는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길 바라면서 총감독에게 상투적인 마지막 질문을 던져봤다.

 

Q. 5월에는 어떤 행사가 이뤄지나요?

A. 5월 5일 어린이날 행사 외, 5월 12일, 19일, 26일은 ‘찾아가는 프린지’를 통해 더 많은 광주 시민들에게 광주프린지페스티벌을 더 알리고 더 가까이에서 만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환한 미소로 광주프린지페스티벌 개막식을 맞이한 정형균 총감독

 

 오는 5월 광주를 찾아, 광주의 정신이 깃든 그 거리에서 프린지페스티벌과 그리고 광주의 5월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모두에게 바라면서, 그리고 그 때는 5월답게 화창한 날씨로 프린지를 찾은 시민들을 맞아주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임우정(9기 모담지기)                                                                                                                미술교육을 전공하였고 여전히 미술을 사랑하며, 생활 속에서 계속 예술과 함께 하며 살고 싶다. 나이 든 고양이와 함께 나이 들고 있고, 돌고래가 살기 좋은 환경을 꿈꾼다.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에세이를 쓰고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면서 예기치 못한 기쁨을 통해 궁핍함을 잊고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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