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호] 또 다른 '나'를 배우는 시간-커리어러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청소년 직업체험_선단비 모담지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8-05-02 조회수 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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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 청소년 일일 직업체험 프로그램

또 다른 ‘나’를 배우는 시간 – 커리어러너

(Career Runner & Learner)

 

선단비_9기 모담지기

 

 영화 <세 얼간이> 에서 주인공 ‘파르한’은 보수적인 아버지 품에서 자라나 자신의 꿈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공학의 길로 접어든다. 하지만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 ‘란초’는 그에게 ‘넌 사진을 사랑하는데 공학과 결혼하려고 하잖아!’ 하며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따르길 충고한다. 시간이 흘러 파르한은 회사 면접을 보러 가던 발길을 돌렸고 아버지에게 사진작가를 꿈꾸는 자신의 진심 어린 마음을 전달한다. 

 

 이처럼 우리는 삶을 살면서 내가 아닌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에 의해 꿈 앞에서 망설이던  경험이 있다. '나'라는 주체를 쏙 빼놓은 채 세상과 타협하다 어느 순간 자신의 판단에 의심하기도 하고 길을 잃어 방황할 때도 있다.

 특히, 이제 막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학생들은 자기 자신의 생각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주변 사람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정작 성인이 된 후 스스로에게 결정권이 주어지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갈피를 잡지 못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이런 청소년기에 들어선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고 자기와 적성이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알아가기 위해 <커리어 러너>를 계획했다. 기존 직업의 특성만을 설명하는 방식과 다르게, 직업과 관련된 요소를 게임과 접목시켜 아이들에게 흥미를 일깨우고 동시에 가상으로 직업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을까?

 

질풍노도의 시기, 커리어를 향해 달리다

 이슬비가 부슬부슬 떨어지던 4월 어느 날. 라이브러리파크 지하 3층에서 학생들이 줄을 맞춰 옹기종기 모여 있다. 10시가 되자 보조 선생님들이 각각 파트별로 나뉘어 아이들을 오티 장소로 인솔하였다. 먼저 찾아간 곳은 지하 2층 극장 3에서 진행된 큐레이터 오티 현장으로 학생들을 차례대로 자리에 착석시킨 후 미리 배부해둔 목걸이를 착용하도록 지도하셨다. 

 처음 접하는 낯선 공간 때문인지 아이들은 어색함을 감추지 못한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지도 선생님의 직업 설명을 듣고 실제 ACC에서 종사하고 있는 큐레이터의 활동 모습과 인터뷰가 담긴 영상을 시청을 하면서 점차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커리어 러너>는 커리어(Career)와 러너(Runner 또는 Learner)를 합친 이름으로 직업을 수행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체험할 수 있는 직업은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지도하는 에듀케이터, 그리고 문화 자원을 수집 보존하는 아키비스트 총 세 가지로 구성된다. 

  

▲큐레이터 오티 방문 후 찾아간 아키비스트의 오티 현장

 

게임으로 만나는 직업의 세계

 오티를 마친 아이들은 자리를 이동하여 본격적으로 직업체험 게임을 진행한다. 각 모둠별로 태블릿 PC를 지급받고 명찰에 들어있는 활동 지도를 펼친 후 패드의 지시에 따라 주어진 일을 수행한다. 직업마다 게임 활동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아키비스트의 경우 기록물과 작품 등을 수집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이 직업군을 선택한 아이들은 주로 자료를 찾는 일이 대부분이다. 주제가 선정되면 라이브러리파크를 돌아다니면서 모둠별로 선택한 주제와 연관된 자료를 직접 등록하고, 분류를 거친 후에 자료 훼손을 막기 위해 수장고에 보관하는 과정까지 진행한다.

  

▲선정된 주제와 전시 설명이 서로 부합한지 확인하는 아이들.

 

 큐레이터는 주제를 가진 다양한 작품과 자료들을 하나의 주제로 엮어 전시를 계획한다. 그래서 자료 수집 위주인 아키비스트와는 달리 전시주제를 선정하고 작품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별로 배급된 카드를 조합하여 하나의 주제를 지정한 후 그와 연관된 전시물을 찾기 위해 라이브러리파크 안에 있는 작품 설명들과 일일이 대조해본다. 그 중 가장 주제와 가까운 작품들의 숫자를 태블릿PC에 입력하고 답안지 체크기에서 정답을 확인하면 전시물 선정이 모두 완료된다.

 

  

▲부스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확인소. 패드를 그 위에 올리면 답을 대조해준다. 정답이면 다음 주제로 넘어가고, 오답일 경우 다시 맞는 답을 찾으러 다녀야 한다. 

 

 한편, 지하 4층 강의실 2에서는 에듀케이터를 신청한 학생들만 따로 모여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먼저 작품 이해를 통해 사회적 현상과 문제가 존재하는지 도출하고 세미나, 강연, 워크숍 등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이 적힌 카드를 모둠별로 배부 받는다. 카드와 다른 부스에 설치된 현수막을 비교하여 아이들은 주제와 관련된 강연자를 찾고 어디에서 진행 할 것 인지, 도구는 무엇을 사용하는지 등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큐레이터를 선택한 학생들은 라이브러리파크에 있는 전시물과 카드를 대조하여  주제에 맞는 작품들을 선정하고 있다.

  

▲에듀케이터 직업을 수행하는 학생들이 카드를 참고하여 어떤 방식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매듭지을지 고민에 잠겼다.

 

‘나’의 꿈을 찾아가는 여정

 아이들은 처음과는 사뭇 다르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임을 통해 라이브러리파크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팀원들과 어떻게 진행할지 서로 의견을 조율한 후 체계적으로 움직인다. 종종 넓은 부스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애써 찾은 전시 작품이 맞지 않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다시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며 해결책을 생각하고 담당 선생님에게 찾아가 이것저것 질문을 하며 문제를 풀어나간다. 

 세 직업 모두 게임이 종료되면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기록지로 출력한다. 처음 오티를 진행한 장소로 돌아가 자리에 착석한 후 모둠 조장만 대표로 나와 뒤에 설치된 태블릿 PC로 결과를 출력한다.

  

▲하루 동안 수집한 모든 정보들을 영수증으로 뽑기 위해 일련번호를 입력하는 모습. 후에 막대한 길이의 출력지가 우후죽순으로 인쇄되었다.

 

 에듀케이터 현장의 마무리를 함께 지켜 본 가운데, 지도 선생님께서 마지막 멘트를 전하신 후 아이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하였다.

 

"여러분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진로를 선택할 때가 된다면, 에듀케이터가 선택지에 올라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4명 중 1명은 장래희망으로 공무원을 꼽았다고 한다.  과연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건지 사회적 시선과 분위기에 따라가는 건지는 일일이 따져 볼 순 없지만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군보다 오직 공무원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사회에 의한 반강제적인 결정’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아이들에게 이번 프로그램은 꿈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비록 체험한 직업이 자신과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것만으로도 다른 모습의 나를 알아간 것이다. 다만 그저 지나가는 일, ‘우연’이 아닌 또 하나의 나를 발견하게 된 ‘계기' 가 되고 진정으로 원하는 ‘나’를 찾아나가는 실마리가 되었길 바란다!

 

*공간안내 광주 동구 문화전당로 38 -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관련링크: http://www.acc.go.kr

 

 

선단비(9기 모담지기)                                                                                                            늘 그렇듯 새로운 시작은 낯섦과 설렘이 공존한다. 동구에서 재봉틀과 함께 청춘을 엮고 있던 나는 기자단이라는 새 옷을 걸치고 광주 곳곳을 돌아다니기로 결심한다. 예술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문화예술 프로그램에서는 문외한적인 모습을 보였던 나 자신에게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서툴고 어수룩한 솜씨지만 광주 시민들과 문화예술의 연결 고리가 되기 위해 모담지기에 지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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