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호] 북구의 문화사랑방, 북구문화원_오지향(광주문화재단 뉴스레터 담당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9-04-15 조회수 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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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문화기관 특집

 

북구의 문화사랑방, 북구문화원

오지향(광주문화재단 뉴스레터 담당자)


  연일 미세먼지로 부유스름한 공기에도 불구하고 전남대 후문은 활기가 넘친다. 봄을 알리는 벚꽃도 만발했고, 날씨도 차츰 따뜻해지고 있다. 가벼운 옷차림의 학생들로 들뜬 대학로를 지나 북구청 사거리에서 효동초등학교로 가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번잡했던 길이 뚝 끊어지고 한적해진다. 길 한쪽에 자미갤러리와 북구평생학습관이 함께 입주해있는 건물 4층에 북구문화원이 자리 잡고 있다. 

 1995년 두암동에서 시작해 누문동을 거쳐 2002년에 중흥동으로 이전해 현재 위치에서 북구문화원은 18년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4층까지 계단을 따라 오르자 작은 로비가 먼저 맞이해 주었다. 향토자료를 넣어둔 유리장과 문화예술 간행물이 들어찬 잡지꽂이, 책장이 입식 괘종시계와 어우러져 짧지 않은 역사를 헤아려볼 수 있었다. 

△ 북구문화원 전경

 

△ 북구문화원 로비

 ​로비 안의 공기가 벽을 타고 넘어오는 흐릿한 소리에 일렁였다. 수업 중이었다. 가만히 듣고 있어보니 익숙한 기초 영어 문장들이었다. 올라오다 본 문화강좌 모집 공고가 생각났다. 풍수지리, 생활영어, 전통고전한문, 판소리·민요교실, 수묵화, 예절지도사양성교육, 하모니카, 오카리나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강좌가 진행되고 있었다. 막 점심이 지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졸린 기운 하나 없는 또랑또랑한 목소리에서 강좌에 대한 참여자들의 열의가 느껴졌다.
 느긋하게 둘러보다 인터뷰 시간이 가까워져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향토 자료가 빼곡히 꽂힌 책장에 둘러싸인 방 안에서 직원 두 분이 밝게 맞이해 주었다. 

 지천일 사무국장에게 북구문화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북구문화원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북구 쪽에 있고, 어떻게 소개해야하지...

 소개에서 이미 난관에 부딪힌 기분이었다.

Q. 광주 문화원 중에 북구가 가장 오래 됐나요?
A. 서구문화원이 광주문화원으로 시작했고, 그리고 동구, 그리고 광산문화원, 북구가 95년에...아 광산문화원이 먼저고 서구문화원 북구문화원 동구문화원 남구문화원 순으로 개원했을 겁니다.

Q. 북구문화원의 사업 현황은 어떻게 되나요?
A. 지역문화교육사업이 2건, 지역문화행사 사업이 6건, 국비,시비 사업이 3건, 그리고 해에 한번씩 간행물 발간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교육강좌와 문화재청의 ‘문화재 지킴이 활동’이 지역민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Q. ‘문화재 지킴이 활동’은 문화재청장상을 수상하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식으로 활동하는 건가요?
A. 역사문화해설사회 동아리 회원 40여명이 관내문화재를 순회하면서 문화재 및 문화재 주변의 환경정화와 화재감시 및 순찰을 하고, 시설물을 관리하기도 합니다. 문화재 해설과 보존 또한 활동의 하나입니다. 북구에는 풍암정, 환벽당, 취가정, 충효동왕버들 등의 가사문학 문화재가 많습니다. 주에 1회 정도 순회하며 모니터링 하고 있습니다.

  

△문화재 지킴이 활동                                              △문화재 보호와 환경정화 활동

Q. 어르신들 대상 프로그램이 많은 건가요?
 그렇죠 아무래도. 사회교육강좌도 그렇고 문화재 보호와 환경정화 활동이나 실버예술공연단사업은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에 일환이고, 문화재 지킴이 사업에도 중장년층의 참여가 두드러집니다. 어르신 대상 외에도 ‘가족과 함께하는 화전부치기와 민속놀이’나 ‘무드리 그리기·글쓰기 공모전’, ‘찾아가는 청소년 문화교실’과 같이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의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Q. ‘가족과 함께하는 화전부치기와 민속놀이’는 16회, ‘무드리 그리기·글쓰기 공모전’은 25회 째 진행 중이신데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A. 삼짇날에 옛 선조들이 들판에 나가 진달래꽃으로 전을 부쳐 먹으며 춤도 추고 가사 짓기도 하던 세시풍속인 화전놀이를 민속놀이와 함께 매년 4월에 가족대상으로 열고 있다. 올해로 16회이다. 예전에는 무등산에서 직접 진달래를 따와 만들었는데 요새는 미세먼지 때문에 어려워 식용꽃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아이들 참여 프로그램은 아이들 모집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지만 많이들 좋아하신다.

 △가족과 함께하는 화전부치기와 민속놀이

Q. 프로그램 외의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A. 음...우선은 장소가 협소하다보니 문화교육강좌를 진행할 강의실이 하나뿐이라 하루에 수업 3개가 한 강의실에서 진행됩니다. 이런 이유로 수강생들이 대기하고 쉴 공간도 부족합니다. 환경적인 부분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홈페이지에 향토자료를 공유하고 구축하거나 북구의 매장 문화재와 마을사(비지정문화재)를 조사할 예산도 부족한 형편입니다. 타지역 문화원에 비교해 직원들의 급여 또한 현실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또 내년에 행정개편이 되면 활발히 활동 중인 환벽당 등의 지역이 다른 구로 편제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Q. 많은 어려움이 느껴지시는데 그래도 이것만은 꼭 해야겠다고 하는 사업이 있나요?
A. 북구의 소지역별 역사와 문화자원 그리고 설화를 찾아내 향토 문화를 더 연구하고 계발하고 싶다. 발굴된 자료를 책으로 발간하고, 다양하고 활발한 문화교육과 활동을 통해 더 많은 지역주민에게 문화의 수혜를 드리고 싶다.

 처음에 느껴졌던 난처함과 달리 조근조근 풀어주시는 이야기들은 문화원에 대한 작고 구체적인 그림들이 그려졌다. 생활영어, 하모니카, 오카리나 강좌들은 참여자들의 요청으로 개설되었다고 한다. 로비에 울리던 목소리에서 느껴졌던 열의의 까닭이 짐작되었다. 지천일 사무국장은 문화원의 성격에 맞게 향토문화를 연구하고 계발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주셨지만, 적은 인원으로 많은 프로그램과 행사를 감당하기에 어려움이 보이기도 했다. 화전부치기가 미세먼지 때문에 프로그램을 변형해야한다는 이야기나 구의 행정개편이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까지 문화가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받게 되는지 절감했다. 
 길지않은 인터뷰였지만 북구문화원은 지역민의 삶과 밀착해 현실적인 한계 안에서 구물구물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돌아오는 길에 생활영어를 마치고 나온 어머니 두 분 곁에 우연히 섰다. 하모니카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시는 두 분의 목소리가 대학가의 어느 젊은이들보다 생기가 돌았다. 북구문화원이 어려움을 헤치고 문화의 생기를 모두에게 나누어주길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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