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락부락 현장취재 <꿈과 상상의 도시 ‘도로시+라온’서 2박3일을> - 전경화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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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5-09-11 조회수 2,475

꿈과 상상의 도시 ‘도로시+라온’서 2박3일을~
-광주문화재단 ‘어린이 놀이도시 in광주’ -
글-전경화 통신원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은 ‘아티스트와 놀다’를 핵심 컨셉으로 한 어린이들의 신나는 캠프이다. 아티스트와 친구들이 함께 만들고 즐기면서 아지트를 만들어가는 캠프는
여타의 캠프와 다른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 작업을 통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맘껏 상상을 즐기면서 다양한 예술 분야를 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열 번째 우락부락캠프는 광주의 광주비엔날레에서 독특한 키워드로 더욱 풍성하게 진행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광주문화재단,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주관한 이번 캠프의 키워드 “어린이 놀이도시”에 주목하고자 한다.

비엔날레 1전시장 내부에는 여기저기 자리를 잡은 여러 부락들이 도시의 주인공이 될 어린이들의 입장을 설레며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입구에서 시민증 발급과 함께 어느 부락으로 갈 지 상기된 표정으로 뽑으면서 입장했다. 드디어 백 오십 명의 모든 어린이들이 입장한 도시에서 안내 방송이 시작되었다.


 “We built this city”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만든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다. 각 부락으로 이동하며 반갑게 맞아주는 족장의 설명과 함께 아이들은 도시의 설계도를 그렸다.
도시는 16개의 부락으로 구성되었다. 이 중 ‘동물건축연구소’란 부락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동물과 건축의 단어조합이 의외였다. 동물원? 동물들의 집? 김진우 예술가는 아이들이 동물과 인간을 평등하게 생각하면서 아울러 자연과 인간이 함께 간다는 걸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개미굴의 특성을 잘 살려 신나게 놀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만들어진 이곳에서 아이들은 뿌듯함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혼자만의 집을 짓는 아이도 있었고, 몇 명이 같이 살 집을 만드는 아이도 있었다. 오늘 처음 본 친구인데도 어느 새 친해져 함께 머리를 맞대며 의논하기도 했고, 아직은 서먹서먹한 어색함 속에서도 손발을 맞추며 집을 만들기도 했다. 2박 3일 동안 머물 집은 박스와 골판지, 테이프를 사용해서 만들었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드러난 아이들의 상상력은 놀라웠다. 창문이 위로 달린 집, 별 모양처럼 낸 창문, 비상구까지 표시한 집, 오픈 형 집으로 밤하늘을 보며 잠들고 싶다는 친구도 있었다.
어린이들은 자신의 집을 꾸미면서 종이집의 이름도 적기도 했다. 뭣보다 눈에 띄는 문구들은 프라이버시를 침범하지 말라는 내용들이었다. 자신만의 공간, 우리들의 공간에 대해 허락 없이 들어오는 걸 원치 않았다. 그렇게 점점 어린이놀이도시가 근사하게 세워지고 있었다.


어린이도시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

박시온(어룡초4년)은 “잔소리 안 듣고 마음대로 놀 수 있고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이 도시가 정말 좋다”면서 다른 친구들이 음식 만들어 팔라고 하고 각자 일이 다르니까 괜찮지만, 도시가 유지되기 위해선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꼼꼼한 디테일 작업과 배치를 마친 부락들은 마을 이름과 길 이름, 도시이름을 둘러앉아 의논하기 시작한다. 입구에 부락을 알리는 문패 디자인까지 결정했다. 이 모든 과정들이 살아있는 민주주의였다.
회의 과정에서 나온 각 마을에서 지은 길 이름은 시설관리과에서 도시 이정표를 제작하게 된다. 아이들은 검은색 테이프로 바닥에 자신들이 지은 길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길 이름을 보고 그 재치 있는 발상에 감탄했다! 역시 어린이 놀이도시답다! 예를 들면 '내 마음대로, 꿈꾸는대로, 아이들로, 손가는대로, 하하호호로' 등등이다.

드디어 놀이도시가 완성됐다. 이젠 아고라 광장으로 모든 시민들이 참석했다. 도시이름 후보가 올라왔다. 치열한 접전 끝에 도로시와 라온으로 결정되었다. 이후 시장 선출! 여기저기 손을 번쩍 든 어린이들은 앞으로 나와 시민들을 향해 치열한 선거유세를 펼쳤고 복불복에 의해 조유비군이 시장으로 선출되었다.

 




뚝딱뚝딱 창의성 발휘하는 어린이 makers

준비된 현수막에 모든 시민들이 도시이름을 꾸미고 완성된 후 아고라 광장에 설치했다. 선출된 시장은 도시선언문을 낭독하고 아이들은 색색의 종이비행기를 하늘 위로 힘껏 날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어린이 놀이도시 ‘도로시+라온’을 스스로 만들어낸 마법의 순간이었다!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뿌듯함과 만족감으로 빛났다. 서로를 바라보며 뭔가 함께 해냈다는 성취감을 함께 기뻐하는 듯 했다.
첫날이 마무리되고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어린이도시에선 하루가 10년이다. 불 꺼진 어린이놀이도시에서는 여기저기 속닥속닥 거리는 말소리들이 끊이질 않았다.

다음 날, 어린이들은 일터로 출근하여 작업장 공간을 꾸미고 각자 필요한 기술을 습득했다. 마을별 예술가를 통해 새로운 직업분야를 알게 되고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아고라원탁회의를 통해 공지된 초대 행사를 바쁘게 준비했다. 버스킹 공연 부락은 잼베를 두들기며 리듬을 만들어내고 그 리듬은 도시를 채워갔다. 몇몇 아이들은 리듬에 맞춰 개미굴 여기저기를 쑤시며 탐험하기 시작했다. 빵가게에서는 갓 나온 머핀을 장식하고, 천막극장에서는 크기가 다른 빈 상자를 활용해서 난타 연주를, 장난감연구소는 박스, 골판지, 그물을 엮어 놀이터를 만들었고, 놀이터는 방문한 시민들로 왁자지껄했다. 저녁을 먹고 광장콘서트와 일심동체 야간탐험을 마치고 나니 두 번째, 이십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어린이도시는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존재할 수 있는 도시다. 어린이들이 그들만의 문화를 즐겁게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금의 어른들의 방식에서 벗어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세 번째 날에는 이틀, 즉 이십년 동안 일어났던 일들이 9시 뉴스형식의 영상으로 보여 지면서 난장판 개장 축사가 시작되었다. 방문한 어른들은 아이들이 창조해낸 도시를 보며 감탄하고 대견해했다. 어린이 시민들은 3일 동안의 추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던 ‘우락부락 시즌 10 어린이 놀이도시 in 광주’처럼 훗날 어린이들이 이끌어갈 세상도 이렇게 놀이하듯 일할 수 있는 재미있고 신나는 세상이기를 꿈꾼다.

어린이 놀이도시 인 광주 '도로시+라온'의 뒷이야기

* 어린이들과 함께 보낸 30년의 시간들
"저도 성인이 된지 얼마 안 됐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이 에너지 넘치고 활기찼다. 가끔 그 에너지를 못 따라가서 힘들었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이 높아 뚝딱 뭐든 만들어내는 게 놀라웠다.
(과학기술연구소, 김창대)"
"정말 좋았다. 잔소리 안 하고 싶었는데 나도 엄마라 위험한 걸 아이들에게 말하는 게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남자 아이들은 처음 하는 데도 잘 따라와주니 즐거웠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놀이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기뻤다. (꼬불꼬불 손공장, 신수란)
"도서관의 편견을 깰 수 있는 기회가 돼서 더욱 좋았다.. 요즘 엄마들은 달라서 만화책은 물론 그림책도 많이 보여준다. 아이들 각자의 성향에 맞게 책을 읽으면서 사서 경험도 하고 방문한 친구에게 소개도 해줬다. 습관적 읽기가 아니라 즐기는 읽기를 놀이를 통해 함께 나눌 수 있어 소중했다. (책을 먹는 도서관, 위명화)

* 예술가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함께 보낸 30년의 시간들

"기자를 해보니 실감이 더 났다. 좀 떨렸지만 직접 하니까 기자란 직업에 관심이 갔고 체험을 통해 새롭게 꿈을 갖게 됐다. 어린이들만 살면 재미없을 것 같다. 어린이들만 있으면 더 시끄럽다. (김애린, 상무초5)"
"집짓기가 재밌다. 친구들과 생활하니 더 재밌구.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은데, 그래도 너무 좋다. 집이 무너져서 새로 짓기도 했다.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를 했는데, TV에 나올 생각하니 신난다. (김나영, 문흥중앙초 5)
"꾸미는 걸 좋아해서 아트살롱 방문이 재밌었다. 처음 보는 친구들과 만나 적응하는 것도 재밌다. 어른들의 머리가 없어서 세상이 안 돌아갈 것 같다."
"종이집 짓기가 재밌다. 공부하라는 잔소리가 없어서 좋았다. 친구집에 놀러가는 것도 즐거웠다. 어린이만 있다면 가르칠 선생님이 없어서 멍청해질 것 같기도 하다. 어른들이 있어야 한다. (김해인, 방림초 5)"


총괄 기획자 정민룡 선생님 인터뷰

이번 캠프의 총괄기획을 맡은 정민룡선생은 놀이도시란 주제를 기획하게 된 이유에 대해 “창의예술캠프인데, 어린이 문화를 어른이 아니라 어린이에 의해서 만들고 꿈꾸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예술가들은 어린이들에게 일을 제공해주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창의성이 형성되길 바랐다.”면서 예술, 생활, 문화, 집이 한데 어우러져 캠프 기간 동안 '어린이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캠프의 이슈는 당연 ‘종이집 짓기’였다. 어린이들의 조막막한 손은 ‘생각하는 손’이 된다. 그 손은 창의성의 욕구를 맘껏 실현할 수 있는 놀이로 이어지면서 삶에 필요한 것들을 깨닫는다. 또한 창의예술 캠프에서 나아가 인문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점이 특별했다.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 ‘어린이놀이도시 in 광주’는 ‘어린이놀이도시’ 건설이란 부제 아래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들만의 놀이도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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