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창의예술학교 <바퀴달린 학교> - 강진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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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5-09-11 조회수 2,284

2015 창의예술학교

진짜 교육은 무엇일까 <바퀴 달린 학교>

글 - 강진아 통신원


'주말 건축'. '땅과 예술'. '지리 탐험'. 이 단어를 보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가? 필자는 땅과 흙, 자연, 일꾼이 흐르는 땀, 멋진 미술가, 시골집, 그리고 모험심 가득한 피터팬이 떠오른다. 아파트, 도시, 컴퓨터, 스마트폰, 학원, 게임, 주입식 교육 같은 것들이 익숙한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라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 취재한 날 바퀴 달린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위 단어들이 주는 느낌처럼, 모험심 가득한 피터팬처럼, 몸을 움직이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노작'의 경험을 통해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해 자연스레 배우는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들의 땀과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았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면서 '아! 저것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구나' 라고 느꼈던 '바퀴 달린 학교' 수업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


바퀴 달린 학교?
 북구 문화의 집에서 매주 토요일 아침에 열리는 '바퀴 달린 학교'에는 초등학교 1학년 ~ 6학년 학생들이 참여한다. 1년 과정으로, 학생들은 위에서 말했던 '주말 건축'반, '땅과 예술'반, '지리 탐험'반 중 자신이 선택한 하나의 반에서 배움의 시간을 갖게 된다. 취재한 날은 방학이 끝나고 2학기 수업이 처음으로 진행되는 날이었다. '주말 건축' 반에서는 2층집을 만드는 수업이 계속되고 있었고, '땅과 예술' 반에서는 마당에서 점찍기 수업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지리 탐험' 반에서는 양한림 이야기와 효자이야기의 줄거리를 바탕으로 인물을 구성하고, 관절인형을 만드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땅과 예술'반 학생들은 9시에 북구 문화의 집에 모여서 20분 거리에 있는 담양 수북에 있는 박문종 예술가의 작업실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박문종 선생님은 그 마을에서 대지미술을 하는 예술가인데 황토나 먹 같은 자연의 재료를 활용하여 작업을 하고 아이들 역시 그런 선생님의 작업을 예술가의 작업공간에서 직접 체험하게 된다. '지리 탐험' 수업은 1학기 동안 마을을 탐방하며 마을의 설화를 발견하는 수업을 진행했고, 2학기에는 이것을 미디어 동화로 재구성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지리탐험 : 마을 이야기를 미디어 동화로 제작하기 위해 관절인형을 만드는 작업>


<지리 탐험 : 아이들이 이야기 속에 필요한 인물을 찾아내고, 그 인물의 캐릭터를 생각하며 그림으로 창조해 낸다.>

 

<땅과 예술 : 수업을 하러 가는 아이들. 수업은 담양 수북에 있는 박문종 예술가의 작업실과 주변 자연에서 진행된다.>

 

 
<땅과 예술 : 자연을 표현하는 수업. 물감이 번지는 표현을 위해 종이를 물에 적시는 아이들>

<땅과 예술 : 자연을 자연 속에서 표현하는 아이들>



<땅과 예술 : 수업이 끝난 후 낚시를 체험하는 아이들>

 

'주말 건축' 반 깊게 보기
'주말 건축'반에 살며시 들어가 보았다. 두 팀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한 팀은 이층집에 필요한 계단을 만들고 있었고 다른 한 팀은 다음 수업에 필요한 카페 간판을 제작하고 있었다.



"선생님 사다리 나무가 몇 개 안 남았어요."

"안되면 조절해야지."

 

 


"이렇게 하면 부서질 것 같은데."

"아무래도 종이가 뜯어질 것 같아요."
"저도 그럴 것 같아요."
"이 판을 대보자."
"안돼요."
"줄을 잡아주니까 올라갈 수 있네요."

 

줄과 나무로 이층집의 사다리를 완성한 아이들은 2층에 올라가서 앉아도 보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줄 아래에서 림보 게임을 하기도 하고, 2층에 올라가 신발을 내리면서 '신발 내려요'라고 이야기하고, 왜 사다리가 고정되지 않는지, 어떻게 하면 사다리를 고정시킬 수 있는지 자유롭게 이야기 했다. 그리고 다른 아이는 지난 시간에 만들었던 집을 보수하겠다며 혼자서 집을 고치기도 하였다. 또 다른 아이는 사다리를 고정시킬 판자를 자르기 위해 스스로 톱질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팔과 다리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고, 그 사이 아이들의 창의력은 자유롭게 공간을 드나들었다.



반면 카페 간판을 제작하기로 한 팀은 함께 모여서 카페 이름을 정하고 직접 카페 간판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각자 의견을 말하고, 의견을 하나로 합치고, 역할을 분담하고, 쓰고 그리면서 감정과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 그리고 공통의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치는 방법 같은 것들을 배우고 있었다.

"카페 이름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
"2층이니까 이층카페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자연카페 라는 이름은 어디든 다 있어요."
"카페 이름이 '걍들어와' 라면 아무도 안 들어올 것 같은데요."
"그래도 가장 많은 친구들이 동의한 이름이니까요."
"어떤 색깔로 할까?"
"'주말건축'이라는 글씨를 연두색으로 하는 건 어때?"
"그리지 말고 일단 구도를 잡자."

북구 문화의 집 이정숙 담당자 인터뷰

Q. 아이들이 집을 짓고 간판을 만드는 것을 지켜보니, 몸을 참 많이 움직이더라고요. 땀을 흘리면서 돌아다니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걸어다니기도 하면서 자유롭게 작업을 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바퀴 달린 학교에서는 '노작'의 경험을 통한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노작'이란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노작에서의 '노'는 '손'을 뜻합니다. 손을 쓰고 몸을 움직이면 오감을 자극시켜 다양한 사고들을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몸으로 부대끼면서 스스로 체득하게 되는 것이죠. 수업에 필요한 재료 역시 주재료만 있을 뿐 나머지 재료들은 아이들 스스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구해서 아이들의 의견대로 수업의 방향이 흘러갑니다.

 

Q.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그러나 살아가는 데에 정말로 필요한 교육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요즈음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워하잖아요. 그런 것들. 요새 어른들이 잘 못하는 것들.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함께 의견을 조율하고, 감정을 잘 표현하고, 함께 이루어가는 것. 그런 것을 배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네. 주말건축을 진행하시는 건축가 선생님의 수업 방식이 아이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에요. 주어진 것을 처리하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수업을 통해 감정과 의사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죠. 실제로 아이들이 함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싸우기도 하지만 이것 역시 지켜봐주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요. 아이들은 수업 시간동안 함께 이루어 가야 할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많은 것을 배워나가요. 일부러 참여 아이들의 연령도 학년 구분 없이 1학년 ~ 6학년까지의 다양한 학년이 함께 하도록 하였어요.

Q. 수업을 이끌어나가는 예술가 선생님의 가치관이 수업에 녹아드는 것이군요.

네. 아이들은 예술가의 삶까지도 배우게 되요. '땅과 예술' 수업은 예술가가 직접 작업하는 공간에서 수업이 진행돼요. 담양 수북에 있는 예술가의 작업실, 그리고 그 주변의 저수지, 산과 들, 마을에서 수업이 이루어지죠. 아이들은 단지 그림을 그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의 생활, 삶, 관계, 가치관 까지도 자연스레 배우게 됩니다. 그로 인해 아이와 선생님 사이에 주고받는 학습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예술가의 작품에 모티브가 되기도 해요. 예를 들어 땅그림 그리기 수업이 있는데, 나무와 댓잎으로 마을을 표현하는 아이들의 작업이 선생님 작업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고, 또 선생님의 황토와 먹물을 이용한 예술작품을 아이들이 직접 작업해 보기도 하는 것이죠. 일방적인 교육과 배움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배움을 주고받게 되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요.

Q.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이러한 교육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학교 안에서 이러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날이 오면 더욱 좋겠고요. 아이들이 곧 카페를 연다고 하던데요.

네. 저희 북구 문화의 집에서 '북문시장(북구 문화의 집 시장)'이라는 것이 열려요. 주민 셀러 들이 한 평 보자기 위에 온갖 생활용품을 판매하는데요. 아이들이 만든 종이집에 카페를 열어 직접 장사를 한다고 하니, 많이 찾아와서 직접 아이들을 만나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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