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노는 방법? 해킹!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현장
글_ 박고운 통신원
해킹이라고? 다른 사람의 컴퓨터 속으로 무단 침입하는 그것? 물론 아니다. 예술가들이 하는 해킹이란, 기존의 사물을 분해하거나 개조하여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러한 해킹을 초등학생들이 해볼 수 있다는 <어린이예술실험실>을 다녀왔다. 처음에는 해킹의 개념을 알아본 뒤 수화기, 자전거 등을 직접 해킹해보고, 후반부에는 해킹 프로젝트를 아이들이 구상하여 작품 발표회까지 열어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번에 찾아갔을 때는 두번째 시간으로, 동시대 해커와의 만남을 통해 해킹을 이해하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
해커가 만든 다양한 작품
먼저, 김성수 아티스트의 소개로 수업은 시작되었다. 대전지역에서 이름하야 ‘무규칙이종결합공작터’라는 곳에서 해킹을 취미(?)로 하고 있으시고 본업은 제품개발자라는 김성수 아티스트는 자신이 지금까지 만든 여러 작품들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셨다.
오늘 소개해주신 ‘팬케이크메이커‘는 3D프린터를 해킹하여 반죽용기와 펌프를 추가로 달아 자신이 원하는 팬케이크 모양으로 실현해주는 기계이다. 튜브베어링, 압축공기 등 조금은 생소한 용어가 나오긴 했으나 아이들은 신기한 듯 강의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 다음에는 전기포트를 해킹해서 만든 스테이크 굽는 기계, 커피 볶는 기계, 아이폰을 이용한 열 감지 카메라 등 다양한 해킹 사례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설명해주셨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링겔을 사용하여 더치커피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 기계는 1천원도 안 되는 가격에 만들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 기발한 아이디어에 절로 무릎이 쳐진다. 아이들도 스스럼없이 질문을 하며 해킹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김성수 아티스트는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여러 번 실패하고, 계속하여 시도하는 끝에 어렵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셨다. 아이들은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으며 자신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말해주기도 하였다.
한 시간 정도 해킹 사례를 발표한 뒤, 실습이 곧바로 이루어졌다. 팬케이크메이커를 실현해보는 시간이었다. 훨씬 활기차고, 생동감 있는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아이들은 강의를 들을 때와는 다르게 눈동자를 반짝이며 “이거 만드는 데 돈 얼마 들었어요?”, “만드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다른 모양 되요? 무슨 모양 있어요?” 하며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호기심 가득한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머릿속에서 다양한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 대견하기도 하다.
아이들은 자리에서 나와서 배트맨, 똥, 미키마우스 등 다양한 모양으로 팬케이크 반죽이 똑똑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익어가는 팬케이크 반죽과 더불어 맛있는 빵냄새도 공기를 타고 새어나간다. 다들 먹고 싶다며 기다리는 동시에 신기한 모습을 담고 싶다며 카메라로 촬영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팬케이크를 만들었던 것이 가장 신기했다고들 답변했다.
14명의 아이들의 손에 팬케이크가 하나씩 들리게 되고나서, 다음 실습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바로 ‘1인용 에어컨 만들기‘이다. 스티로폼 상자에 얼음을 넣고, 뚜껑에는 팬과 페트병 환기구를 달아서 차가운 바람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은 각자의 이름이 써진 실험 실습상자에서 가위, 트리퍼, 드라이버 등을 꺼내왔다. 도구의 그림이나 걸려있는 모습이 아이들의 흥미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예쁜 실험 상자였다. 하나 갖고 싶어 탐이 날 정도였다는 건 비밀!
아이들은 피복전선을 벗기기도 하고, 전선을 어댑터에 연결하기도 하였다. 공구 사용이 익숙하지 않고, 생소한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것이 초등학교 학생들의 수준에서 어려워 보이기도 하였다. 에어컨의 작동원리라던가, 만드는 방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이들은 에듀케이터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에어컨을 완성했고, 직접 팬을 돌려보면서 차가운 공기를 느껴보았다. 더 오래 쓰고 싶은지, 얼음이 꽝꽝 얼려진 풍선을 고르려고 살피는 모습에서 직접 만든 작품을 애지중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열심히 실습에 임하는 동안, 잠시 바깥에 나가 부모님들 얘기를 들어보았다. 그 중 한분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 목포에서 오셨다고 하여 깜짝 놀랐다. 자녀가 여자아이지만 중성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며, 직접 분해하고 조립해보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오셨단다. 아이 역시 지금까지는 매우 만족하고 흥미 있어 한다면서 좋아하였다. 부모님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호기심이 충족되고 사고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또한,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된 계기가 저번 회기에서 참여했던 분들이 추천을 해주셨다고 말하는 학부모님들이 많았다. 그만큼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 역시 다들 재미있고 신기하다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끝으로, 에듀케이터 선생님에게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일단 시작은 동시대 예술을 통해 창의성을 키워주는 것이 목표였단다. 요즘 아이들은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매체를 활용한 표현활동을 하면 훨씬 흥미로워 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익숙한 소재를 해킹하여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전정신과 실험정신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단순한 관람자가 아닌 직접 작품에 참여하고 구현해봄으로써 아이들에게 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취재현장 개요]
* 프로그램명 : 어린이예술실험실
* 기간 및 시간 : 2016년 3월 12일~5월 28일(매주 토요일)/14:00~16:00
* 문 의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홈페이지/1899-5566
* 취재일시 : 2016년 3월 19일 토요일
* 장 소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창작실험실
* 취 재 : 제7기 통신원 박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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