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봄 맞이 준비 : '박물관 숲 이야기'> - 김다령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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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04-07 조회수 1,618

다가오는 봄맞이 준비 : ‘박물관 숲 이야기’

​국립광주박물관 문화예술교육 현장

글_ 김다령 통신원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이제 막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봄은 어떤 모습일까.

바쁜 일상에 치여 살다보면 이제 막 다가오는 계절의 설렘을 느끼기 힘든 경우가 많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도 발밑에 돋아나는 로제트식물 로제트식물은

겨울의 추위을 이겨내고 봄에 피는 식물로 땅에 붙어 사방으로 나는 이파리식물이다.  한포기도 볼까말까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광주국립박물관에서 자연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 숲 이야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청소년과 가족, 일반인들을 위한 맞춤형 숲 해설과 오감으로 관찰하기, 놀이, 만들기, 전시 관람 등의 테마로 구성되어

숲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습을 직접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다 같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인지 경쟁률이 매우 치열했다고 한다.

이런 인기 속에서 첫 스타트를 끊은 3월의 첫 주제는 ‘연두빛 마당 매향답청’이다.

삼삼오오 몰려들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왔어요!♪

 

 

  “여러분! 봄이 왔다고 느껴지는 것 한 가지를 정원에서 가져 오세요~”
강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은 정원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파란 하늘 아래 이제 막 초록빛을 머금은 풀잎들이 아이들의 발걸음을 따라 이리저리 휘날린다. 아직 겨울의 흔적을 지우지 못한 채, 마른 팔을 벌리고 선 나무들 사이로 이제 막 연분홍빛을 머금은 매화가 아이들을 향해 서있다. 아니나 다를까, 매화 쪽으로 아이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선생님! 여기 꽃이에요! 봄이 왔어요!”, “선생님 여기도 보세요! 풀이에요!” 아직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잠바마저 엄마에게 맡겨둔 채, 저마다 발견한 꽃을 자랑하기 바쁘다. 흙, 꽃, 가지, 풀잎 등 저마다 봄이 연상되는 것들도 다양하다.
  강사는 아이들이 가져온 것들을 흰 천위에 나열하고는 천천히 설명을 해준다. 한 친구가 본인이 가져온 꽃봉오리를 자랑스럽게 내보이자, 강사는 천천히 꽃봉오리를 한 꺼풀씩 벗겨내기 시작하셨다. 곧이어 잠든 듯이 겹겹이 쌓여있는 빨간 잎이 보였다. “친구가 꽃봉오리를 꺾으면 이 꽃은 어떻게 될까요?”, “꽃을 못 펴요!” 강사의 물음에 아이들 모두 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노력은 꽃봉오리라도 다르지 않다. 그렇게 강사는 꽃과 가지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강사의 설명이 끝나자 아이들은 각자 꺾어온 꽃과 가지를 다시 집어 들고는 어디론가 향한다. 곧이어 바닥에 떨어져있는 나뭇가지와 손을 이용해 흙을 다지더니 꺾어온 가지를 땅에 꼭꼭 묻어주기 시작했다. “얘들아 지금 뭐하니?”, “꽃 다시 살아나라고 심어주고 있어요!” 그저 예뻐 보여서 꺾은 것이 미안한 듯 정성스럽게 흙을 다지고는 그래도 걱정되는 듯 한참을 바라보다 이내 괜찮은 것을 확인하고는 자리를 뜬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전에 먼저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야한다는 강사의 가르침이 아이들에게 잘 전달된 듯싶다.

나만의 향기 찾기!


  ‘봄 찾기’ 미션이 끝난 후 다음으로 향한 곳은 박물관 뒤 쪽의 정원. 살짝 푸르스름한 빛을 뽐내는 야생화가 풀잎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 사이 여기저기 피어있는 로제트가 봄의 시작을 알리듯 초록으로 빛난다. 가을에 싹이 돋아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일찍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로제트. 바닥에 붙어 난 뿌리잎의 모양이 장미와 비슷하다고 하여 로제트라고 불린다. 길을 걷다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지만 이렇게 주의 깊게 바라보는 것은 처음이다. 아이들 모두 강사의 설명을 듣고 하나 둘 로제트를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직접 손으로 흙을 만지고 풀을 만져보는 일은 아이들에게 무척 흥미로운 경험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새로운 것은 자연의 ‘향기’를 찾아보는 일이다. 자신이 발견한 로제트, 혹은 야생 풀잎을 살짝 뜯어 그 속에 배어 있는 향을 맡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유독 호기심이 많고 활동적인 상현이는 여기저기 풀잎의 향을 맡아보고는 바다의 향이 난다며 신기해했다. 나무기둥을 쓸어내리면 물소리가 난다고 했던 친구다. 듣고 보니 그런 듯도 하다. 아이들의 상상력에 다시 한 번 놀라는 순간이다.
  그 때 강사께서 향기를 맡아보라며 작게 뜯은 풀잎을 내게 건네주셨다.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아보니 신기하게도 달콤한 향이 났다. 그저 야생에 핀 나뭇잎 하나일 뿐인데 그 속에 놀랍게도 자연의 모든 냄새가 함축되어 있는 듯 그 향이 깊다. 아이들이 모두 향기를 찾는데 여념이 없을 때 한쪽에서 강사를 부르는 다급한 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도토리를 발견했다는 소리가 들리자 아이들 모두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한다. 곧 어른 손 한주먹 정도 되는 도토리를 두 손 가득 들고 온 상현이가 보였다. 아이들 모두 도토리는 처음 보는 듯 신기하게 구경한다. 이런 아이들의 바람을 읽으신 듯 강사가 도토리 하나를 집고  껍질을 까서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신다. “맛을 봐도 괜찮아요.” 강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 모두 조금씩 도토리의 맛을 본다. 그리고 짓는 표정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에이~ 너무 써요.” 도토리 맛에 대한 실망감을 뒤로 하고 아이들 모두 정원 위에서 자유롭게 뛰놀기 시작했다. 나무를 타보기도 하고, 풀잎을 얼굴에 붙여보는 등 자연과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이 참 예쁘다. 오늘 프로그램의 목적이었던 ‘아이들이 자연을 보고 느끼는 것’은 대성공인 듯싶다. 강사와 나의 얼굴에 붙여준 작은 풀잎 하나에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전해지는 듯 했다.

 

 

<참여 학생 인터뷰-임강이>


 


  오늘 프로그램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임강이 친구의 소감을 들어보았다. 활동 내내 선생님을 부르며 질문과 대답을 가장 열심히 했던 친구다. 포즈도 예쁘게 지어주며 사진 찍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던 강이. 하지만 인터뷰를 하기 전 살짝 수줍어하는 모습은 여느 또래들과 다르지 않다.

 

 Q. 오늘 했던 놀이 중 가장 재밌었던 건 뭔가요?
 A. ‘나만의 향기 찾기’가 제일 재밌었어요! 나무 향기도 맡고 꽃 냄새도 맡아서 너무 좋았어요.
 Q. 평소에도 이렇게 풀냄새를 맡은 적이 있나요?
 A. 아니요. 이번이 처음이에요. 놀이터에서 흙은 많이 만져봤는데 이렇게 나와서 논 건 처음이에요.
 Q. 나무타고 노느라 옷이 많이 더러워졌는데 괜찮아요?
 A. 엄마가 옷가게 하셔서 괜찮아요.(웃음)
 Q. 다음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면 또 참여하고 싶은가요?
 A. 네. 또 오고 싶어요! 다음에도 나무냄새 맡고 향기 찾아다니고
    싶어요. 친구들이랑 같이 노니까 더 재밌는 것 같아요.

<강사 인터뷰 -강숙희, 강영아(산림문화연구소 강사)> 

 

 

 Q. ‘박물관 숲 이야기’를 진행하시기에 앞서 가장 염두에 두고 계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싹이 트기 전 나무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잖아요. 평소에 우리는  그 그늘을 지나쳐 갑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이들의 관 심을 그쪽으로 돌리는데 목적이 있었어요. 겨울 간 납작 엎드려서 봄맞이 준비를 아직 안한 친구들을 로제트라고 부릅니다. 나무 그늘을 보면 파랗게  올라온 친구들이 그 로제트에요. 오늘 아이들이 그 로제트를 직접 보고 느끼면서 푹신푹신한 박물관 정원을 밟아보고 봄의 향기를 느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Q. ‘박물관 숲 이야기’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강사님이 생각하시는 박물관 숲 이야기의 인기비결은 무엇인가요?

A. 박물관 뒤쪽에 가시면 매화나무도 예쁘게 피어있고 잘 보시면 딱따구리도 있어요. 박물관 뒤쪽의 매곡숲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숲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생물들을 박물관 정원에서도 볼 수 있죠. 정원도 잘 관리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연을 체험하기에 박물관 정원은 아주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어요. 때문에 아이들이 이런 자연에서 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아무래도 잘 조성된 박물관 정원과 환경이 인기비결이 아닐까 싶네요.
Q. 강사님이 생각하시는 ‘박물관 숲 이야기’의 기대효과는 무엇인가요?
A. 아이들에게 숲에 대한 유년의 기억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거예요. 저희 유년의 기억도 숲에서 오는 것들이 많아요. 숲에서 느꼈던 바람들, 풍경.. 이런 것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삶의 밑거름이 될 수 있었으면 해요.
Q. 강사님에게 ‘숲’이란 무엇인가요?
A. ‘보약’. 보약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의기소침할 때, 혹은 슬플 때 봄에 새싹이 돋는 것을 보면 위안이 되고 힘이 돼요. 저의 충전제이기도 하구요. 더구나 직업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의 삶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웃음)

  자연에 대한 강사의 진심어린 애정이 느껴지는 인터뷰였다. 그리고 앞서 보았던 한 아이의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이 한 강사의 가치관과 한 박물관에서의 교육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잘 전달이 되었는지,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들뜬 아이들의 표정이 보였다. 참새처럼 엄마에게 오늘의 일을 조잘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봄의 향기보다 더 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어느새 겨울이 가고 박물관의 정원 어느 한 곳에서도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그 생명의 기운이 박물관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취재현장 개요]
* 프로그램명 : 박물관 숲 이야기
* 기간 및 시간 : 2016년 3월 12일~10월 8일(매주 두 번째 토요일)/14:30~16:00(90분)
* 문     의 : 국립광주박물관 홈페이지/062)570-7021
* 취재일시 : 2016년 3월 12일 토요일
* 장    소 : 광주국립박물관 정원
* 취    재 : 제7기 통신원 김다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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