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게만 느껴졌던 부모-자녀사이, 미술로 가까워지다!> _조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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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05-09 조회수 3,044

멀게만 느껴졌던 부모-자녀 사이, 미술로 가까워지다!

가족이 함께해서 행복한 체험프로젝트, ‘미술놀이터 화가의 만찬’

글_ 조은혜 통신원

 

 

“제가 평소에 보여드리는 것과 다른 모습도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미지 생각 안하고, 솔직하게 즐겼던 것 같아요.”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들이 시청자 앞에 나와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부른다. 가면을 벗기 전까진, 그들이 누구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한 출연자가 가면을 벗었을 때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유명 래퍼가 발라드를 부르기도 하고, 성악가가 대중가요를 부르기도 한다. 얼굴을 보기 전과 후의 느낌이 너무 다른 것이다. 가면 속의 가수는 편견에 휩싸일 일이 없다. 그렇기에 대중 앞에서도 솔직할 수 있다.
  4월 16일 토요일 진행된 ‘미술놀이터 화가의 만찬’ 수업 역시 그랬다. 수업에 참여한 부모와 자녀들은 종이봉투를 이용해 가면을 만들어,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토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소 말하기 힘들었던, 마음속에 숨겨놨던 속이야기를 가면의 힘을 빌려 터놓았던 것이다. 

 

 


  ‘미술놀이터 화가의 만찬’은 가족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 아트 프로그램으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공모에 선정되었다. 현재 광주 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미술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초등 4~6학년 아이들이 부모와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수업은 10차시로 구성돼 있다. 모두 ‘미술’ 영역을 가족 간 관계 형성에 끌어들인 내용이다. 1차시 수업은 오리엔테이션으로 가족을 소개하고 가족 신문을 만드는 교육이었다. 통신원이 방문했던 4월 16일은 2차시 수업 날로, 유명 화가인 뭉크의 ‘절규’를 감상하고 가면을 통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수업이 이어졌다. 이후 이어질 수업들도 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본인이 느낀 감정을 표현하거나 그림 그리기, 혹은 제품 창작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으로 수강생들은 칸딘스키, 세잔, 피카소, 호크니 등 유명 화가의 작품을 경험하게 된다. 교육 차수엔 지역 예술 작가를 직접 방문하는 체험 수업도 포함돼 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기 때문에 더 의미 있다. 이처럼 ‘화가의 만찬’ 수업은 수강생으로 하여금 미술 지식 습득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탐색하고 가족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까지 갖게 한다.

 

 

 

 


‘가족이 함께해서 행복한 체험프로젝트’

  가면을 쓰면 평소에 하지 못했던, 쑥스러운 이야기, 서운한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이 날 수업은 사춘기를 맞이해 서먹한 고학년 초등학생들과 부모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자리였다.
  안지현 주강사는 “뭉크는 다들 아는 작가로, ‘절규’ 그림이 유명하다. 이 그림을 보면 얼굴 표정이 아주 잘 드러나 있다. 표현하는 데 서툰 아이들이 자신의 얼굴을 가면으로 만들어 이야기하면 더 솔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수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안 강사는 “요즘은 맞벌이 부모가 많아 아이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적다. 그러다보니 아이가 원하는 것을 파악 못할 때도 많다. 가족끼리 소통이 잘 안 된다고 생각해 이런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실제로 ‘화가의 만찬’ 수업을 통해 부모와 자녀 사이가 더 돈독해진 일이 많다. 가족 간 공동 작업이 많기 때문에 ‘어떤 색을 칠할 것인지’와 같은 사소한 문제로 다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의견을 조율하며 작품을 만들면 금세 사이가 좋아지는 것이다. 실제로 가면을 제작한 수강생들이 가족 단위로 일어나 서로가 상대방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털어놓고 사랑을 확인하거나, 서먹한 사이를 화해하는 것을 보았다.

 

 

 

  초등학교 3학년인 솔민이네 가족은 가장 기뻤던 순간을 서로 공유했다.
“엄마는 솔민이가 학교에서 한자 자격증을 따왔던 날 너무 기쁘고 놀랐었어.”, “나는 엄마가 나랑 동생을 위해서 떡볶이를 만들어 줄 때마다 너무 행복해.”
 

 

 

 

 

  민지네 가족은 서운한 감정을 털어내며, 애정을 돈독히 했다.
“엄마, 엄마가 이전에 나한테 바보라고 해서 너무 슬펐어.”
“엄마는 네가 게임을 많이 해서 화나서 그런 거였어. 엄마가 잘못했어. 앞으론 안 그럴게. 그리고 엄마는 네가 너무 잘하고 있어서 걱정이 없단다.”

  프로그램을 통해 얻는 게 많았는지, 작년에 참여했던 지인의 추천으로 왔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두 아들을 데리고 온 김영은 씨 역시 그랬다. 김영은 씨는 ‘이제 겨우 2번 수업을 참여했지만, 수업에 항상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김영은 씨는 “아침 일찍 아이들을 챙겨서 나오는 건 힘들지만, 와서 참여하는 자체가 좋은 기회다”며 “계속 다른 수업이 이어지기 때문에, 아이들 입장에선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아들 서준이 역시 “해보니까 실력이 더 업되고, 재미도 더 업된 것 같아!”라며 웃어보였다.

 

 


“텐트 치는 이곳, 돗자리 펴는 이곳이 진정 가족 놀이터”

  작년 수업은 ‘놀이터’ 느낌을 주기 위해 광산문화예술회관 로비에 텐트를 쳤었다. 그러나 ‘매주 텐트를 치고 접기에 힘들다’는 의견이 접수된 뒤론 돗자리를 편다. 돗자리가 가족 소풍의 느낌을 물씬 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기획한 계기는 무엇일까? ‘화가의 만찬’을 올해로 2년째 운영하고 있는 문형선 놀이터 아름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문형선 놀이터 아름 대표 인터뷰>


Q. ‘화가의 만찬’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A. 실제 한 가정의 아빠로 나 역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들과 트러블이 생겼던 게, 내가 직장을 다녀오면 아이들이 내가 아닌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 나만의 현실이 아니겠단 생각이 들었다. 강제적으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정해놓기도 하지만, 얘들은 어디선가 눈을 피해서 조용히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더라. 그런 광경들을 보니 ‘정말 이 사회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꺼리가 그렇게 없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뭔가 습득은 하겠지만,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메말라간다고 느꼈다. 그리고 가상공간에 심취해 빠져있는 아이들이 부모들과 대화도 단절되는 것도 문제라 생각했다.

Q. ‘화가의 만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A. 가정 속 자녀들이 언제나 휴대폰과 같은 가상공간에서 부모들과 대화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상황을 다 알고 있지만, 부모들도 제어하지 못한다. 그래서 미술이라는 큰 영역을 통해, 주말에 ‘가족들이 소풍 간다’는 개념으로 조금이나마 가족 간의 공동체를 이끄는 데 도움을 주고자 기획하게 된 커뮤니티 아트 프로그램이다.

Q. 수업 테마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처음엔 서로 알아야하기 때문에 이웃을 소개하는 가족 신문 제작, 자기 가족소개 프로그램이 있고, 학교를 떠나 전문적 화가의 영역을 배울 수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를 따라잡는 표현 기법’의 시간, 내가 직접 피카소가 돼보는 ‘나도 피카소’의 시간, 그리고 전문적 정크아트를 배워볼 수 있는 내용 등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미술 놀이터 화가의 만찬’이기 때문에, 화가에 대한 직업적 탐방도 다닐 것이다. 지역 대인예술시장에 상주하고 있는 작가들, 혹은 별장 프로그램을 탐방하면서 예술가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경험하도록 할 것이다.

  다른 어린이들과 다르게, ‘화가의 만찬’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소풍을 떠난다. 늦잠보다 달콤하고, 자면서 꾸는 꿈보다 흥미롭다. 그림을 그리며 가족들이 서로 소통하는 시간이 힘들고 어렵기보단 즐거운 시간으로 남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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