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와 콜라주의 합작>_이서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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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05-09 조회수 1,925

한국화와 콜라주의 합작(合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 - 동시대 예술가 워크숍

글_이서정 통신원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하는 한국화?

  콜라주 기법은 종이를 찢거나 잘라서 붙이는 표현 기법이고, 한국화는 문방사우(붓, 먹, 벼루, 화선지)를 통해 그림을 그리는 방법인데 어린이들이 어떻게 이 방법을 결합하여 작품을 완성하게 될까? 하는, 시작 전부터 호기심을 유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들이 하나 둘 모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설박 선생님과 보조강사 5명으로 이루어진 <미니 족자 만들기>수업은 시작되었다. 참여한 아이들은 초등학교 1~4학년 아이들 15명.  다들 같은 학교 친구들이 아니라서인지 서먹서먹한 어색함이 존재했지만 여느 또래 아이들과 같이 활기찬 모습들이었다.

 


 

  오늘 수업이 진행된 곳은 직사각형으로만 구성된 보통 학교 교실과는 달랐다.
  마름모꼴의 교실, 칠판이 없는 교실. 모둠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동그란 책상, 연두색의 귀여운 의자.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아기자기한 공간이었다.

꼴라주와 한국화?

  먼저, 아이들에게 “한국화란 무엇일까?“, “민화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져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하나같이 손을 들고 대답한다. “한국 그림이요!”, “한국화! 국화 한 송이 아니에요?”, “우리나라 전통 그림!” 등등의 대답들이 한 순간에 나온다. 한국화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들을 위하여 한국화의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국어, 영어, 수학에 밀려서 또 서양화에 밀려 잠시 뒤로 미뤄졌던 한국화와 민화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조선시대의 민화를 보여주며 옛날에 우리 민족이 제기차기를 하고 씨름을 하면서 노동의 시름과 고단함을 잊으며 살아왔고, 호랑이를 익살스럽게 그리는 것으로 우리 민족의 재치에 대해서 알고 이런 감각 있는 조상의 후손이니 오늘 모인 친구들은 더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동기부여를 해 준다. 또, 현재 친구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듯 옛날 어린이들은 서당에 다녔다는 부분까지 짚고 넘어간다. 그리고 족자가 무엇인지, 어떤 용도인지 알려주고 문방사우(붓, 먹, 벼루, 화선지)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그리고 콜라주(찢거나 잘라서 붙이는) 기법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며 아이들이 어떤 활동을 하게 될지 목표에 대해서 정확하고 쉽게 이해하게끔 도왔다.

 

 

우리는 꼬마 한국화가

  쉽고 자세한 설명과 아이들과의 소통 시간이 끝나고 바로 족자 만들기에 돌입했다. 두꺼운 종이에 방망이를 말아 붙이고, 위아래 테두리를 장식할 고운 색의 한지를 붙이고, 농도가 다른 먹물로 염색된 여러 종류의 한지를 찢어 붙이며 자신이 원하는,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종이를 구겨 붙여 입체적으로 표현해내는 친구들도 있다. 작업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선생님이 주신 얇은 붓과 먹물을 이용하여 자기만의 하나뿐인 작품을 만든다.
  옆 친구와 장난을 치며 떠들다가도 자신의 작품을 만들 때는 사뭇 진지한 예술가가 되어 본다. 단순히 자르고 찢고 붙이는 작업만이 아니다. 종이 끝 부분을 돌돌 말아 작품의 틀을 만드는 작업, 머리를 땋는 듯 줄을 꼬는 작업, 종이를 가늘게 자르고 끝을 이어 붙이는 나름의 세밀하고 꼼꼼한 작업들이 필요하다. 눈으로 봤을 때는 쉬운 작업 같으나 직접 해 보면 그렇지 않다. 게다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라 더더욱 그럴 것이다. 작품을 만드는 중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는 보조강사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세심히 챙기고 못 따라오는 친구들이 없도록 중간중간 체크하며 아이들의 창의성을 보존하는 선에서 최대한의 발판이 되어 주신다. 그리고 설박 선생님은 저학년 아이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 작업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간략히 설명하고 시범을 보여 모든 아이들이 예쁜 족자를 만들어 집에 가져가서 방 한 켠에 장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작업을 하면서는 가위 사용을 지양하였다. 그 이유는 한지가 찢어진 단면의 멋스러움과 자연스러움을 아이들에게 느끼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나싶다. 작품을 완성한 아이들은 남은 재료를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서로 도우며 ‘우리는 함께 한다는 것’ 즉 협동을 무의식적으로 습득하게 된다.

학교 현장에서 많이 다루지 않았던 한국화 그리고 민화에 대하여 아이들이 생각하고 창작할 시간을 줌으로써 우리 전통을 사랑하고 계승할 수 있는 작은 힘을 불어넣는 값진 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콜라주와 수묵의 조화를 보여주어 전통예술과 현대 예술은 별개가 아니라 공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손으로 직접 만들며 느낄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강사 인터뷰 - 한국화가 설박 선생님>


 


  수업을 시작하기 전, 한국화가 설박 선생님과의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젊고 세련된 이미지의 센스있는 선생님이었다.

Q. 수묵과 콜라주를 접목시킨 것이 아주 독특합니다. 어디서 어떤 계기로 아이디어를 얻으    셨는지 궁금해요.
A. 대학교 졸업 후에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는 전통적인 기법으로만 수묵화를 해 오다가 졸업하고 나서 재미있게 현대적인 기법과 전통을 결합해 보자는 고민을 하며 여러 가지를 실험을 해 보다가 우연히 이 기법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Q. 오늘 아이들이 이 워크숍 활동을 통하여 어떤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A. 한국화나 수묵화를 아이들이 현장에서 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미술시간에 다  루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기회가 많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학교 밖 수업을 통해서 아이들이 자기가 자라고 있는 한국에서 옛날부터 그려져 왔던 한국화 수묵화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직접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우리 전통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여 학생 인터뷰 - 송태현(2학년)>

  15명 친구들 중에 가장 대답도 열심히 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송태현 학생이다. 작품을 가장 먼저 완성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 볼 기회가 있었다.

Q. 여기에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오늘 수업 재미있었나요?
A. 엄마가 알아보고 소개해주셨어요. 저는 족자가 뭔지도 모르고 수묵, 문방사우가 뭔지도 잘 몰랐어요.
Q. 작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해 주세요.
A. 작품 제목은 산이에요. 왼쪽은 큰 나무고요 대나무에요. 이건 제가 얇은 붓으로 그렸어요. 그 옆에 작은 것은 난초고 이것도 제가 그린 거. 잘 그렸죠? 가운데에는 작은 나무에요. 나무 잎 달려있는 데는 찢었고 나무기둥은 가위로 잘랐어요. 그리고 뒤에는 큰 산이고 뒤에 희미하게 보이는 것은 구름이에요. 구름은 연한 걸로 했어요. 그리고 오른쪽에 만세 하는 것은 안경잡이 태현이. 대나무 잎사귀랑 난초만 그린거고 나머지는 오늘 배운 콜라주 기법을 썼어요.
Q. 평소에 학교에서 이런 거 만들어본 적 있어요? 한국화에 대해서는 배우나요?
A. 학교에서는 항상 미술시간에 물감하고 크레파스로 그림 그려요. 만들기만 하구요. 한국화는 처음이에요. 오늘 여기서 한건 찢고 오리고 붙이는 것도 쉽고 재미있어요. 방에다가 못 박아서 걸어 둘 거예요.

  수업이 진행되는 중에 15명 아이들의 작품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아이들의 개성과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난다. 정성들여 만든 완성작을 돌돌 말아 소중하게 팔에 끼우고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애틋하다. 먼 훗날 아이들이 오늘을 기억할까?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긴다.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아이들이 우리 전통을 사랑해 주었으면 한다는 설박 선생님의 마음이 아이들에게 와 닿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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