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어우러져 노는 아이들의 꿈다락
-마을도서관 다락 ‘마법의 숲, 지혜의 숲’ -
글_ 전경화 통신원
매주 토요일마다 아이들이 모여들어요. 아이들은 어디로 가는 지 쉿! 아직은 말해줄 수 없대요. 뭔가 재미난 곳을 가는 것 같은데, 쉽게 알려주지 않고 궁금하면 4월 23일 토요일 아홉 시 반까지 금오동 병천사로 오면 된대요. 어디를 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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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꽃들과 나뭇잎들을 따서 손바닥에 올려놓았어요. 그걸 ‘루페’라는 렌즈를 통해 살펴보았어요. 그런데요, 신기한 건 아이들은 꽃잎과 나뭇잎을 딸 때 하는 말이 있었어요.
“미안해. 고마워”
아이들을 이끌어주는 숲 선생님들 두 분이 아이들에게 알려준 말이었어요. 그냥 꽃이나 잎을 따지 말고 항상 저런 말은 먼저 하게 했어요. 아이들은 벌써 익숙해진 말이 된 거구요. 자연과 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어요.
우리는 구불구불 골목길을 통해 숲으로 향했어요. 가는 길목마다 그냥 지나쳤던 꽃과 잎들을 보면서 멈추고, 이야기했어요. 그 중에 한 친구가 갑자기 쓱 하고 손을 내밀었어요. “노란 꽃물로 매니큐어 발랐어요~” 봉숭아 꽃물만 알았는데, 이런 노란 꽃물도 너무 예뻤어요. 돌담 사이로 피어난 노오란 꽃들, 누군가의 담벼락 너머의 꽃나무들이 아이들이 가는 길을 더욱 향기 나게 만들어줬어요. 고약한 미세먼지에 흐릿한 하늘도 용서해줄 수 있을 정도로 아이들의 마음은 즐거움과 기대로 가득 찼어요. 날벌레들도 날아들고 벌집 허물도 보고 저번 주와 다르게 새순이 돋은 나뭇가지의 변화도 알아챌 수 있었어요. 아이들의 눈은 숲에서 더욱 빛이 났어요.
동생반은 유아숲지도사인 김상희 선생님이, 형님반은 산림교육전문가이면서 산림치유지도사인 김명선 선생님이 대장이었어요. 선생님들은 척척 박사였어요. 꽃 이름도 척척, 풀이름도 척척, 나무 이름도 척척! 이렇게 척척 아이들에게 알려주었지요.
드디어 아이들은 백석산의 품에 안겼어요. 돗자리를 깔고 앉아 광목 천 위에 올려놓은 채집한 식물들을 다시 한 번 더 자세히 관찰하기로 했어요. 씨앗을 품은 모양도 관찰했지요. 아 참, 오다가 만난 거미 친구도 둥근 플라스틱 통에 잠시 들어가게 해줬는데, 그 친구도 가까이 보았어요. 무섭다고 뒤로 빼는가 싶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자세히 들여다보았어요. 거미 친구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아이들의 눈을 보고 움찔거렸데요. 하지만 해치려는 게 아니라 반갑고 또 신기하게도 쳐다보는 눈빛에 ‘친구하자는 건가?’싶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대요. 맛있는 간식도 냠냠하고 게임도 했지요. 그 사이 궁금해졌어요. 아이들에게 숲에 오니까 어떠냐고 물었어요.
“깨끗한 공기를 들이킬 수 있어서 숲 체험활동이 좋아요.
걷는 것이 좋아요. 숲도 많이 알게 되고 식물도 여러 가지 알게 됐어요.
소나무 노란 꽃가루가 예뻐요.
자주괴불주머니의 씨앗이 톡 터지는 게 망원경처럼 보여요.
벌집이 허물 벗어놓은 게 꼭 벌레 같아요.”
드디어 미션의 순간, 다양한 봄을 닮은 식물과 꽃을 찾아 붙이는 거예요. 부드러운 봄, 향기 나는 봄, 애벌레가 먹고 간 흔적, 털이 많은 봄, 생명의 봄, 우리 가족, 사랑스러운 봄 등 많은 ‘봄’들을 찾아보는 미션이지요. 아이들은 숲 사이사이를 찾고 선생님의 설명도 들으면서 미션을 채워갔어요. 시간이 다 되어 다시 모여 앉았어요.
광목천위에 미션지를 올려놓고 서로의 것을 보았어요. 비슷한 모양도 있고 다르게 표현한 것도 있었어요. 꽃봉오리를 붙인 친구는 마치 그 모습이 가족 같다고 했어요. 또 어떤 친구는 나뭇잎을 네 잎 나란히 붙여놓고 우리 가족이라고 했지요. 가족은 서로 사랑하니까 하트로 나뭇잎을 표현한 친구도 있었어요.
정말 다양한 표현이 나오지요? 마법의 숲, 지혜의 숲이 정말 맞나 봐요. 미션을 완성하고 아이들이 했던 말 중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요.
“모두 개성 있고 아름다운 생명이었다. 내가 찾은 봄이 참 멋지다. 봄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 자연은 소중하고 좋은 거라고 느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정숙희 선생님은 아이들이 지금 이 골목길, 이 숲길을 훗날 어른이 되어 내가 그 때 거기서 그렇게 놀았구나~ 하며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희망했어요.
아이들은 분명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할 거예요. 숲에서 자연놀이 했던 것들을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알려줄지도 몰라요. 기억을 나누고 추억을 나누는 거겠죠?
정숙희 선생님은 추억을 ‘미각’으로도 나눠주었어요. 풀잎대의 껍질을 벗겨 먹어보라고 줬거든요. 처음엔 무슨 맛이나 날까 싶었는데, 점점 씹을수록 상큼했어요.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꽃과 잎을 선생님이 알려줘서 맛보기도 했어요. 이미 여러 번 맛보았는지 제법 능숙하게 “이번엔 별로 안달아” 말하기도 했어요.
생태적 주기에 따라 변하는 다양한 생명들을 오감으로 경험하며, 계절의 경험과 느낌을 살리는 표현을 하고 만들기도 하고 재미난 것들이 더욱 많대요.
궁금하다면 ‘마법의 숲, 지혜의 숲’으로 가보세요. 숲이 알려주는 마법과 지혜를 통해 우리 아이들은 배려도 배우고, 협력도 배우고 생명의 소중함도 알아가요. 정말 근사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