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내나는 ‘훈’이오빠의 자전거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광주 에코바이크 ‘훈이오빠’와 떠나는 광주탐험
글_ 박영수 통신원
‘훈내 가득한 훈이 오빠가 주말마다 자전거를 끌고 출몰 한다’는 제보를 받고 찾아간 곳은 문화전당 앞 분수대 광장. 이른 아침부터 그 이름답게 여기저기 문화예술의 열기가 가득하다.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청춘이 될 법한 기분 좋은 아침기운에, 일기예보와 달리 먹구름마저 주춤하는 듯하다. |
과연 소문대로, 그 와중에 훈훈함을 풀풀 뿜어내고 있는 훈이오빠들이 있어 종종걸음으로 달려가보았다. 도달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그 누가보아도 한눈에 사로잡는 세발자전거 네 대. 앞 모습은 영락없는 세발자전거이지만, 뒷바퀴 사이에 길고 폭신한 안장의자가 있고, 위에 햇볕을 가려주는 덮개가 씌여있다. 훈이오빠만의 ‘자전거인듯 자전거아닌 자전거같은’ 아기자기한 이모티콘 로고가 인상적이다.
훈이오빠의 오늘 손님들은 엄마와 함께 온 어린이친구들이다. 흰티에 밀짚모자를 쓴 멋진 오빠, 형들과 카우보이 삼촌의 비주얼, 신기하고 재밌어 보이는 세발자전거 탈 생각에, 그리고 오늘의 해설자인 훈이오빠가 달아주는 무선 이어폰의 낯선 감촉에, 아이들은 시작부터 까르르거리며 난리도 아니다. 이제 이들은 우리가 몸을 담고 있는 광주 시내를 구석구석 누비며 특별한 교육과 특별한 미션을 받게 될 것이다.
이윽고 자전거 네 대가 광장을 가르며 출발한다. 가만히 않아서 느낄 수 있는 살랑바람은 물론이고 쉽게 볼 수 없는 이색적인 광경에 행인들의 유쾌한 시선을 사로잡는 건 덤이다. 중간중간 예쁜 풍경들을 마주할 때면, 자전거를 세우고 아이들이 직접 포토타임을 가질 수 있게도 해준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자전거 지도사 자격증에 광주시 문화해설사 교육 이수를 갖춘 훈이오빠가 지나가는 족족 유익하고 재미있는 길거리 해설을 쏙쏙 무선이어폰으로 전달해준다는 점이다. 우리가 평소에 그냥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거리에 대한 설명을 들어본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자라나는 새싹인 아이들에게 ‘우리의 광주’가 큰 자랑거리가 될 수 있길 또는 자랑스러운 광주에서 아이들이 바르게 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훈이오빠의 생생한 광주거리 해설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훈이오빠만의 이색적이고 다채로운 문화예술교육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잠깐 스쳐지나가는 미술시간, 음악시간에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과,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풍경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하루 종일 미소가 떠나가지 않는다. 광주 폴리를 지나 구시청 도로, 인쇄골목 등을 지나가며 우리 광주의 골목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것은 정말이지 유익하고 흥미로운 체험이었다.
드디어 병무청을 지나, 오늘의 메인 스팟인 남광주시장과 푸른길공원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훈이오빠의 해설을 들으며 광주시내의 역사적인 공간들에 대한 교육을 받아왔다면, 이제 직접 시장과 공원을 발로 뛰며 조사해보고 인터뷰해보는 시간이다. 그야말로 현장실습교육인 셈이다. 미션을 받고 친구에 뒤질세라 재빠르게 출발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문득 조그마한 전율을 느꼈다.
갓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조차도 스마트폰과 게임에 빠져, 소통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지금의 세대. 그들에게도 이런 건강한 문화예술교육의 봄바람이 곳곳에서 분다면 얼마나 좋을까. 봄나물 파는 할머니의 주름진 세월을 인터뷰하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어떤 친구들보다 순수하고 생기 가득했으며 호기심 가득한 질문들을 던지고 사투리 섞인 어르신들의 재미있는 농담에 까르르 웃는 모습은 너무나도 보기가 좋았다. 어른은 아이들에게는 삶의 지혜를 전해주는 선생님이고,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순수함을 일깨워주는 선생님이 된다. 그 말이 딱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그 인터뷰 시간이 지나고 푸른길공원에서 전문가를 통해 작지만 아름다운 광주의 역사를 수첩에 열심히 적고 색칠하고 사진을 찍는 등 제방법대로 기록하는 아이들의 손놀림은 또래 어떤 친구들보다 열정적이었다. 지역역사와 문화예술이 한데 모인 뜻 깊은 교육의 현장을 마주하며, 시장과 공원 사이사이를 누비고 있는 저 아이들에게서 새삼스레 작은 소망을 보았다.
어느새 하루일과의 마지막 활동이다. 오늘 진행되었던 교육, 그리고 마주했던 풍경들을 지도로 표현해보는 시간이다. 한때 다큐PD로 활동하며 전문적으로 사진 작업까지 섭렵했던 멋진 훈이오빠는, 오늘도 아이들의 모습을 차곡차곡 카메라에 담았다. 아이들은 오늘 받았던 교육을 떠올리며, 사진들을 여기저기 오려 붙이고 포스트잇으로 오늘의 추억들을 지도에 아로새긴다. 그렇게 지도그리기 작업이 한참일 동안, 그윽하게 아이들의 지도를 바라보고 있는 오늘의 훈이오빠, 최성욱 홍보팀장과의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Q. 오늘 훈이오빠의 하루일과를 보면서, 자전거와 문화예술교육이 이정도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놀라웠어요! 비결이 뭘까요?
A. 기획할 때에 이건 무조건 인기있는 프로그램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게 결합되어있으니까요. 자전거 하면 보통 두발자전거를 생각하니까,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눈으로 담으며 스토리텔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교육은 굉장히 생소하거든요. 또한 사진 찍고 취재하는 것과 더불어 복합적인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의 역할도 하고 있구요. 보시다시피 어린이들도 정말 좋아하고 재밌어하죠. 광주라는 도시에 대한 색다른 인상을 남겨서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훈이오빠가 아이들에게 인기 많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첫 번째, 익숙하고 많이 가봤던 곳이라도 본인들이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새로운 정보, 숨어있던 이야기들로 교육이 진행되니까 좋아하더라고요. 두 번째는 음... 누군가가 자신을 태워주고 보이는 것들을 재미있게 이야기로 풀어주는 것에 저희의 인기비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예를 들어 푸른길공원 같은 곳은 어른들이 많이 데려갈 수 있지만,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는 없다는 거죠. 세 번째로 사진, 지도그리기, 취재, 이런 다채롭고 복합적인 교육 및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입니다.
Q. 훈이오빠를 진행해오시면서 어려운 점이 있으셨다면?
A. 지금은 4월 중순이라 괜찮지만 5월만 되도 땡볕이 굉장히 강해요. 아침 아홉시 반에 나와서 오후 네시 반까지 운영을 하는데, 그 시간동안 햇볕을 피할 곳은 전혀 없어요. 그래서 광주시에 훈이오빠 대기소를 겸한 자전거, 스케이트보드, 전동휠 등 바퀴를 굴리는 레저스포츠 휴게소를 요청했는데, 광주시는 여전히 미온적이예요. 또, 천천히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여러 문화적 자원들을 해설하는 것이 저희의 목적이예요. 그런데 느리게 가다보니 차량들이 왜 안 비키냐는 식으로 빵빵거려요. 자전거가 도로로 나오면 차량과 똑같은 지위를 법적으로 가져요. 그렇기 때문에 당당하게 도로를 이용할 권리가 있고, 오히려 인도로 가면 불법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량들이 느리게 간다고 뒤에서 수군대는 것, 그건 시민의식, 교통의식과 관련된 문제거든요. 빨리 변화되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어렵죠.
Q. 앞으로의 목표와 방향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작년 한 해 동안 운영을 해보니, 특히 어린이를 데리고 오시는 부모님, 즉 가족 간에 오시는 분들이 굉장히 만족도가 높더라고요. 어른들은 본인들도 잘 모르는 광주시의 매력포인트를 교육해 준다는 점에 만족해 하시구요, 어린이들은 부모님과 같이 오는 것 자체로 좋아하는 걸 보고, 2016년도에는 청소년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을 아예 넣어서 진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었어요. 그래서 내년에는 이걸 좀 더 확대시킬 수 있도록 더 많은 아이디어들과 콘텐츠를 구성해서 알차게 확장해보고 싶네요. 또한 지금은 특화된 코스들로 교육사업을 진행하지만, 앞으로는 정해진 코스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루트 또한 개발해서 푸른길 루트를 간다던지, 폐선 기차길을 타고 간다던지 하는 새로운 운영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