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을 통한 소통체험!'라온제나 흙날'>_김다령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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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05-10 조회수 1,391

마켓을 통한 소통체험! ‘라온제나 흙날’

-무등현대미술관 라온제나 흙날-​

글_김다령 통신원

 

   봄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무등산 언저리에 위치한 무등 현대미술관. 컨테이너박스로 소박하게 꾸며진 1층 교육관에서 아이들을 위한 마켓체험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4월부터 12월까지 3분기로 나뉘어져 진행되는 ‘라온제나 흙날’의 오늘의 주제는 ‘헌 옷, 새 옷 만들기!’ 재질과 색깔 모두 다른 옷으로 준비해온 아이들은 신이 나는지 저마다 색연필을 들고 선생님을 초롱초롱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혼자서 하기!

 

 


  둥글게 둘러앉은 아이들이 각자 가져온 준비물을 책상 위에 꺼내기 시작했다. 청바지부터 스웨터, 반팔, 손수건 등 꾸밀 수 있는 것이라면 부랴부랴 다 싸온 듯 그 종류가 참 다양했다. 아이들 앞에 옷들이 준비되자, 강사님의 설명이 시작됐다.
  “오늘은 자신의 헌 옷에 그림을 그리고 꾸며서 다른 친구들에게 파는 활동을 할 거에요~” 강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의 대답이 우렁차게 울린다.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곧바로 색연필, 사인펜을 찾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어머님들이 아이의 그림에 대해 조언을 하자, 강사가 이를 저지하였다. 오늘 활동은 아이들 혼자 힘으로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강사는 어머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아이들이 혼자의 힘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마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말에 우는 아이도 있었지만, 강사의 도움으로 이내 진정하고 친구들과 같이 그림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어떤 틀이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말에 따라 생각의 틀을 만들어놓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수업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강사는 말했다. 항상 뒤에서 보호해주고 지시해주는 부모님 없이 오직 아이들의 생각만으로 옷을 꾸미고 가격을 매겨보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활동에서부터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혼자 해나갈 수 있는 힘을 키워내고자 하는 것이 오늘 수업의 목표이기도 하다.

 나만의 옷 만들기 
 

 

  수업이 한창 진행될 때 즈음, 수업현장을 둘러보니 청바지에 흰색 색연필로 글씨를 쓰는 친구, 옷에 만화를 그리는 친구,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친구 등 그 내용과 형식이 가지각색이었다. 그 중 눈에 띈 친구는 열심히 한자를 쓰고 있던 친구다. 갑자기 핸드폰으로 ‘물 맑을 영’ 을 검색해서 보여 달라고 하더니 열심히 보고 쓰는 모습이 참 진지했다. 열심히 한자를 다 쓰고 나서,
 “제 이름 ‘정영운’이에요!” 라며 자랑스럽게 자신의 반팔을 들어올렸다. 한자로 쓴 자신의 이름을 티에 꼭 넣고 싶었는지 자랑스럽게 펼쳐 보이고는 백만 원에 판매할 것이라고 한다. 
  

 

 

  또 한 친구는 아직 일곱살로, 가장 어림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진지하게 그림에 열중하고 있었다. 마치 본인의 작업실에 있는 것처럼 아무 말 없이 그림에만 열중하는 모습이 도저히 일곱 살이라는 어린나이로 느껴지지 않았다. 대단한 집중력에 강사님도 혀를 내두르실 정도. 다른 아이들은 그림을 그릴 때 선생님의 도움을 요청하기 바빴는데, 유일하게 혼자 묵묵히 자신의 그림만 그렸던 친구다. 이런 집중력은 어른들도 배워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또 이 친구가 그린 그림은 오만원에 판매한다 하니, 아이들 중 가장 현실성 있는 가격이었던 것 같다.
  이어서, 아이들이 완성한 옷을 강사님이 소개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강사님이 한 옷을 고르면, 그 옷을 그린 친구가 나와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앞에 나와 다른 친구들에게 설명해주는 시간이다.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던 아이들도 점차 자신있게 이야기를 시작했고, 한 명도 빠짐없이 각자 자신이 만든 옷에 대한 이야기를 마칠 수 있었다. 조금 서툴었지만, 남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한 것은 분명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강사님은 아이들의 옷과 발표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백만 원이든 오만 원이든 스스로 창조하고 그것에 가치를 매기는 연습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에 아주 좋은 훈련이 된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내 가치를 앎과 동시에 다른 친구들의 생각도 들어봄으로써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 인터뷰 - 윤형주(정유석학생 학부모)>


 Q. '라온제나 흙날‘은 어떻게 알고 신청하셨나요?
 A. 작년 토요문화학교를 신청했었는데 아이한테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서 올해도 또 신청하게 되었어요.
 Q. 오늘 활동으로 아이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A. 다양하고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 ‘라온제나 흙날’에 앞으로 바라시는 점이 있다면?
 A. 너무 좋은 프로그램이에요. 저희 아이가 저학년이다 보니까 미술 뿐 아니라 조금 더 다양한 활동을 접목시켜서 친환경적인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했으면 좋겠어요. 야외에서 진행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참여학생 인터뷰 - 장은빈 학생 >


 Q. 오늘 헌 옷을 새 옷으로 만들어보는 활동을 했는데, 어땠나요?
 A. 정말 재밌었어요! 친구들이랑 다 같이 하니까 어렵지 않고 좋았어요.
 Q.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A. 바느질하는 거요. 바늘을 잡는 데 힘이 안 들어가서 무서웠어요(웃음)
 Q. 그럼 가장 재밌었던 건 무엇인가요?
 A. 옷에 그림 그리는 게 제일 재밌었어요! 옷에 그리니까 더 재밌어요

 

 

<강사 인터뷰-윤윤덕 강사님>


Q. ‘라온제나 흙날’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꼬마예술마켓을 하기 때문에 ‘마켓’에 의미를 실어서 내가 조형적으로 만들어 낸 것을 판매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Q. 오늘은 헌 옷을 새 옷으로 만들어보는 활동을 했는데요, 강사님이 보시기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 있나요?
A. 일단 준비물이 좋아야 해요. 근데 오늘 준비물 전달이 제대로 안되어 마카로 그려지기   힘든 옷들이 많았어요. 그 이야기를 먼저 해버리면 아이들이 실망할까봐 말하지 않고 마음껏 그리라고 했는데 아이들이 불만 없이 마음껏 그려줘서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다들 열심  히 참여해준 덕에 전체적으로 다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요.
Q. 그럼 오늘 수업 중에 어려우셨던 부분이 있나요?
A. 연령층이 다양하게 섞이다 보니 수준을 맞추기에 좀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강사님이 ‘라온제나 흙날’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마켓’의 의미를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옛날에는 통신시설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 에 장에 오면 다들 반가워했고 장이라는 공간이 서로 소식을 전하고 받는 교류의 역할을 했죠. 하지만 지금은 장이란 상품을 진열하고, 사고 파는 공간에 지나지 않아요. 요즘 외동으로 자라는 아이들은 서로 협력하는 일을 접하기 쉽지 않죠. 그래서 옷을 새 옷으로 만들고 사고파는 활동을 통해 공동생활의 나눔, 협력, 배려심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Q. '라온제나 흙날'의 활동들을 보니 우리 것에 대한 이해와 나눔에 포인트를 둔 프로그램이 많았습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A. 요즘은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아이들마저도 정보 속에 떠밀려 사는 것 같습니다. 새 옷을 만들고 나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짐으로서, 물음표를 던지고 반문할 수 있는 아이들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내 옷에 대한 이해와 나눔도 이런 과정 속에 실천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여유로운 토요일 오후.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질문이 작은 컨테이너 교실 안에서 쉬지않고 울려퍼졌다. 오늘의 새 옷을 만드는 활동은 단순히 옷을 재탄생시키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다 같이 둘러앉아 서로 이야기하고 도우며 ‘나눔’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새로 알게 된 친구들과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이 봄바람처럼 산뜻하다. 무등 현대미술관에서는 이렇게 작지만 따뜻한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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