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와 콩나물, 찬거리 몇 가지를 주렁주렁 들고 담을 데가 없어 마트 앞에서 쩔쩔 매고 있는 할머니에게 빈 상자 모아둔 곳을 가르쳐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알아야 면장을 허제. 고맙소."라며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떴습니다. 오랜만에 듣는, 기억하고 싶은 재밌는 말이라 뒤돌아가는 길에 따라 읊었습니다.
옛날 시골에서 면장은 눈앞에 보이는 권력자라서 대통령 보다 높아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뭐든 알고 있는 배운 사람으로 면장을 치켜세우면서, 무식하고 약한 존재로 자기를 낮추는 표현 같아 짠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풀이하면 딱 맞는 말입니다. 자기를 알고, 이웃을 알고, 동네를 아는 사람이 대표가 되어야 마땅하니까요.
새마을호 기관사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로 올랐다고 하네요. 노동자가 노동장관이 되는 마땅한 소식 덕분에 마트에서 만난 할머니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유월에 부치는 우리 편지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춤을 추다가 춤을 알리게 된 신희흥, 참여자로 시작해 문화예술교육 단체를 차린 소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는 그림책 작가 최서영. 나와 이웃과 예술을 알고 좋아하는 마음이 흘러넘쳐 낭만과 낭패 사이에서 기꺼이 문화예술교육하는 세 사람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