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뜨르릉]✉아마 배롱나무 꽃을 닮았을 것이다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5-08-01


2025년 7월호(vol.132)
배롱나무에 북실북실하게 핫핑크 꽃이 폈다. 시골 어른이 "저게 세 번 피고 지면 쌀밥 먹을 수 있제"라고 했던 말이 꽃을 볼 때마다 무조건 반사로 떠오른다. 세 번째로 핀 꽃이 질 때와 추수 때가 들어맞는다는 뜻이다. 밥을 부르는 꽃이라니, 현실과 낭만이 찰떡같이 들러붙어있다. 
 
그림농사꾼과 타샤가 만났다. 담양 수북면에 살면서 그림을 그리고, 〈땅과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과 땅에서 놀며 쉬며 그려보자 북돋우는 그림농사꾼 박문종 화가를 김수옥 작가가 만났다. 그녀는 정원을 가꾸고 동화를 그렸던 '타샤 튜더'처럼 살고 싶어서 고향인 장성 동화면에서 〈꼬마마녀 앤과 바람의 아이들〉로 어린이들을 꾸준히 맞이하고 있다. 땅과 생명에서 점 선 면과 아름다움을 찾아 세상에 알리는 둘도 배롱나무 꽃을 닮았다.

'식물 그림 학교'에 찾아갔다. 두려움이 설렘을 압도하는 나이인 마흔과 쉰을 지나는 여성들과 나를 닮은 식물을 그리는 최지연 대표는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고 전환점을 지나고 언젠가 사라지는 지속과 소멸의 리듬을 들여다보는 일이 문화예술교육"이라고 말했다. 나를 살피고 살리는 예술을 염원하는 그녀도 저 꽃을 닮았다. 

그리고 이세진 프로듀서가 추천한 첫 영화 〈절해고도〉를 보았다. 인테리어 업자로 살고 있는 조각가 아빠와 붓을 놓고 스님이 된 화가 지망생 딸의 복잡한 듯 고요한 이야기다. 밥과 꽃, 생계와 꿈, 삶과 예술은 징하게도 딱 붙어있다는 진리를 눈치챈 예술가들을 기꺼이 소개한다. 그리고 아마 요걸 읽고 있는 당신도 배롱나무 꽃을 쏙 빼닮았을 것이다.

예술이라는 길 위에서 오래도록 묵묵히 걸어야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 있습니다. 박문종 작가는 그 길 위에서 느릿한 걸음으로 그러나 단단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법을 말해주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오래 붙들고 가는 것’ 생태예술이란 어쩌면 이 단순하고도 깊은 말을 실천하는 삶일지도 모릅니다.

젊음이라는 계절이 지나고, 멈춘 듯한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말 없는 식물에게 배운다. 나이 듦을 품는 자세, 아름답게 시드는 법, 두려움을 안는 용기, 기다리는 지혜, 그리고 다시 피어날 것이라는 믿음까지.

‘절해고도’는 사전적 의미로 육지에서 떨어진 먼바다의 외딴섬이라는 뜻으로 심리적인 고립감을 나타내는 문학적 표현이다. 영화에는 ‘윤철’과 ‘지나’ 외에도 윤철이 사랑에 빠지는 ‘영지’, 지나가 수행하는 곳의 주지 ‘금우 스님’ 등의 여러 인물이 각자가 선택한 삶을 살아가며 서로에게 영향을 끼친다.
광주광역시 남구 천변좌로 388번길 7 빛고을시민문화관
TEL : 062) 670-7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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