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밤, 거지가 마을에 들어섭니다. 배고프고 춥다며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지만 없는 체하거나 꺼지라며 그를 쫓아냅니다. 가까스로 예배당에서 몸을 녹인 거지는 자기 코트에 달린 단추 다섯 개를 떼어낸 뒤 예배당 지기에게 말합니다. "단추가 하나만 더 있으면 수프를 끓일 수 있을 텐데." 가난한 마을이라 우리끼리도 나눌 것이 없다며 퉁명스럽던 예배당 지기는 기적을 보고 싶어서 양복장이 집에 달려가 단추 하나를 얻어옵니다.
그림책 〈단추 수프〉(글 오브리 데이비스, 그림 듀산 페트릭) 이야기예요. 거지는 기적을 일으켰을까요. 빨갛고 커다란 냄비에 물과 단추를 넣고 끓이던 그는 설탕, 소금, 후추가 있다면 맛이 좀 나아지겠다며 혼잣말로 중얼거리죠.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하나씩,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집에 있는 것들을 들고 와요. 마늘, 당근, 무, 양파, 콩, 양배추로 끓인 수프를 접시에 담고 있자니 빵, 삶은 감자, 구운 닭, 포도주도 어느새 상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배가 부르자 누군가는 아코디언과 바이올린을 가져와 연주를 했고 사람들은 춤추고 노래했습니다. 집집마다 거지를 초대하는 바람에 그는 여러 날 머물렀고, 떠날 땐 단추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혹은 삶이라는 현장에서 당신이 나눈, 말도 안 되게 작은 것들을 떠올려보세요. 보이거나 들리지 않더라도 그것이 일으킨 기적을 찰떡같이 믿어보고요. 그리고 기꺼이 당신 단추를 툭 떼어내 냄비에 퐁당 빠뜨려 준 필자, 인터뷰 참여자, 독자 여러분께 절절 끓는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