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뜨르릉] 나는 영화배우입니다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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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 입니다"



나는 영화배우입니다

문화예술교육 하다가 까지 열었습니다


이순학 / 문화콘텐츠그룹 잇다 대표



'광산구장애인복지관'에서 만든 영화 〈우리의 자리〉 상영 후 관객과 대화 중인 배우 추진실(왼쪽), 장예원(오른쪽) ⓒ발달장애인 안녕! 영화제



"제가 출연한 작품이 작년 개막작이 되서 너무 기뻤어요. 발달장애인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 는 그래서 저한테 내년이 기대되는 영화제입니다. 여러분도 모두 주인공이 될 수 있어요!”
-장예원 님 소감 중에서-


씨앗을 심다 : 발달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의 시작

2013년부터 발달장애인 당사자들과 함께 미디어를 활용한 시각예술과 서사가 있는 영화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했다. 카메라 앞에서 한 장의 사진을 찍고 엽서에 인쇄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작은 경험은 예상보다 큰 변화를 일으켰다. 사진 속 자신의 표정과 자세, 그리고 그걸 보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발달장애인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새로운 언어가 되었다. 카메라와 십이 년을 동행한 ‘광주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광산구지부’는, ‘잇다’와 함께한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을 시작으로 이제는 발달장애인 영화문화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베테랑 예술그룹이 되었다.

미디어는 발달장애인들에게 자신을 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사진과 영상은 그들에게 자아를 발견하고 시각적으로 자기를 표현하게 하는 중요한 일상 도구였다. 촬영 후 자신이 만든 영상을 다시 함께 보며 발달장애인들은 다양한 표현 방법을 눈으로 확인하고 그 경험을 즐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풀어가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을 갖는다.


서로의 튼튼한 뿌리가 되기 : 협업과 공동체의 가치를 배우는 영화 만들기

미디어를 활용한 시각예술과 서사가 있는 영화 장르 문화예술교육에서 발달장애인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협업하는 가치를 배우게 된다. 영화는 여러 역할이 맞물려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작업이다. 기획, 촬영, 조명, 연기, 편집 등 수많은 역할을 나누며 그들은 각자 맡은 역할에 책임감을 느끼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함께 만든다는 것은 공동체에서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경험하게 한다. 역할을 나누고 협업하며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경험하게 된다. 발달장애인들은 함께 만드는 예술로 타인과 함께 창작하는 협력의 가치를 배워나갔다.

미디어는 발달장애인들에게 자신을 발견하고 시각적으로 자기를 표현하게 하는 중요한 일상 도구였다. 
또한, 함께 만든다는 것은 공동체에서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경험하게 한다 ⓒ문화콘텐츠그룹 잇다



창의력이라는 꽃을 피우다 : 남다르게 바라보고 집중하기

다른 장애 분야보다 발달장애인은 특히 시각예술에 있어 집중력이 우수하다. 그림, 애니메이션, 스톱모션 영상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통해 발달장애인은 빠른 속도로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미술 도구나 영상 장비를 활용할 때 두 시간을 예상하고 수업을 준비하면 늘 이십 분만에 끝나곤 했다. 발달장애인들은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표현 수단을 만나면 즉각적으로 집중하며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그들은 창의적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을 세상에 드러냈고, 촬영할 때 접하는 네모난 프레임은 발달장애인이 집중력 있게 다양성을 발휘할 수 있는 도화지가 되었다. 특히 동식물이나 일상 공간 등을 새로운 관점에서 풀어내며 특별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런 작품은 세상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한 번도 고민해보지 못한 주제에 대해 소통하고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지역사회로 확장하는 서사의 숲을 이루다 : ‘발달장애인 안녕! 영화제’

십 년 가까이 문화예술교육을 하면서 ‘광주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광산구지부’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영화제까지 만들었다. 〈발달장애인 안녕! 영화제〉는 단지 결과를 선보이는 무대가 아니다. 여러 해 동안 문화예술교육과 미디어 교육을 기반으로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광산구장애인복지관, 광산구와 협업해 문화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었다. 또한 광주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주인공이 되어 작품을 만들고 소개하고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영화제의 가장 큰 의미라 하겠다. 올해까지 영화제는 다섯 번 열렸는데 처음엔 발달장애인 관련 작품이 부족해서 이미 개봉한 영화를 다수 상영했다면 이제는 광주 곳곳에서 발달장애인을 주제로 만든 신작을 상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장애인의 날이 있는 4월에 개최하게 됐고, “함께, 봄”이라는 슬로건처럼 더 많은 광주지역 장애인과 발달장애를 주제로 한 배리어프리 영화를 선보였다. 이번 영화제는 4월 17일에 열렸고 영화를 보러 온 여러 발달장애 관객들은 “우리와 영화를 만들어보자.”라는 주연 배우의 제안에 “나도 해보고 싶다.”라고 화답하며 번쩍 손을 들었다. 이런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영화제는 나이테를 늘려왔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자전거 순례에 도전한 개막작 〈두 바퀴로 시작한 10년의 도전〉과 〈보통의 청춘〉, 〈해피〉, 〈서아에게〉, 〈우리의 자리〉, 〈현피〉까지 모두 여섯 편을 상영했다. ⓒ발달장애인 안녕! 영화제



일상에서 주고받는 “안녕” :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상호 배움

송정1동이라는 작은 동네에 심은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씨앗은 광산구에서 광주 곳곳으로 퍼졌고 조용히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배움의 여정은 발달장애인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지역 주민 모두의 삶에 스며드는 공동의 성장 경험이 되어가고 있다. 동네에서, 골목으로 광산문화예술회관을 무대로 한 예술 공간으로 자라나는 배움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일상을 느린 속도로 아주 오랜 시간 학습하는 기회가 된다.

나는 발달장애인과 처음 만나서 문화예술교육을 할 때,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내는 데 삼십 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와 동년배인 발달장애인들의 일상 속에서 아주 느리게 천천히 배웠다. 어느덧 십이 년이 지났고 덕분에 복합 장애 등 여러 장애 분야를, 경험하지 못했던 못한 일상을 익히게 되었다. 송정1동에서 청년기부터 중년을 시작하는 지금까지, 이들과 함께라서 내 인생은 다양하게 깊어지고, 넓어졌다.

처음엔 적었지만, 이제는 발달장애인 영화 창작자와 문화예술교육 활동가가 많아져서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진다. 영화제에서 새롭게 만나게 되는 예술가와 문화예술교육 활동가도 많아졌다. 이분들은 광주에 있는 다섯 개 구 특성에 따라 확장되는 발달장애인 영화문화를 만드는 귀한 토대가 된다. 예술가는 교육자로서만이 아니라 동료 창작자로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서 발달장애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발달장애인은 자기 속도대로 일상을 표현하고, 예술가는 느림 속에 숨어있는 감각과 의미를 되묻는다. 이것은 단순한 교육이 아닌, 서로의 일상과 감각을 나누며 만들어가는 상호 배움의 문화예술교육으로 확장된다.

동네에서 틔운 예술의 싹이 광산구를 넘어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도시문화로 퍼지기까지 십 년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느려서 오래 걸렸을까? 아니다. 서로 만나 창작하는 재미가 좋아서 오래 했다.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이 만든 특별한 기회가 예술창작을 일상 속 재미로 만들었다. 이제 우리는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만들 거야?”라는 호기심으로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넨다. 이것은 내일 새로이 만나자는 신호탄이며, ‘안녕’이라는 작지만 또렷한 씨앗에서 시작한 숲에서 이야기는 다채롭게 그리고 쉬지 않고 싹틀 것이다. 내년 봄을 또다시 기대하며, 나는 이들의 영화를 더 많은 광주 이웃들과 함께 보고 싶다.
 





이순학 / 문화콘텐츠그룹 잇다 대표
‘오늘도 당신과 세상을 잇다’를 외치는 문화콘텐츠그룹 잇다의 대표로, 지역을 기반으로 상상하며 문화기획하는 것을 좋아하고,
광주극장, 광주독립영화관 GIFT, 광주독립영화제, 광주여성영화제 등 다양성 있는 광주영화문화를 사랑합니다.
일상을 함께하는 이들과 배우고, 교류하고, 창작하는 삶을 살면서, 문화예술교육으로 실험적 도전을 하는 기회들이 너무 설레고, 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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