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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교실, 뒤바뀐 선생님
‘창의예술학교’ 역량강화워크숍 〈하루예술학교〉
글 : 윤여란 / 북구문화의집 운영팀장
지금, 우리의 ‘창의예술학교’를 실험하는 우리만의 역량강화 워크숍
‘창의예술학교’가 시작되고 십사 년이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단체가 참여했다. 개별 단체 지원에 익숙한 이들은 단체와 기관이 여럿 모여 만든 이 낯선 학교를 이해하기 어렵다. “창의예술학교가 뭔가요?”라고 물었을 때 “이런 걸 하는 학교예요”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기관·단체 담당자와 기획자가 모이는 월례회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북구문화의집’ 정민룡 관장은 지금까지 계~속 참여 단체가 바뀔 때마다 그런 이야길 해왔다고 했지만, 사실은 ‘창의예술학교’에 참여하는 실무자로서 나부터 좀 알자 싶어서 ‘창의예술학교’에 대해 말하는 자리를 다시 만들고 싶었다. 포럼, 라운드 테이블, 연구 등에서 나온 자료를 탈탈 털어도 2017년 이후 것을 찾기 힘들기도 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우리끼리 ‘창의예술학교’를 다시 한번 논의해도 되지 않을까? 해보고 싶은데!
애송이 실무자로서 ‘창의예술학교’에 대해 “학교 밖 학교”, “삶의 경험 학교”라고 귀동냥으로 듣곤 했다. 창의성, 호기심, 새로움을 추구한다는데 왜 굳이 다시 ‘학교’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이해한 대로 ‘창의예술학교’를 말해보면, 매일 반복되고 무료한 학교, 직장, 일상에서 벗어나 일주일에 한 번 비일상을 경험하는 예술학교다. 비일상 덕분에 일상을 살아갈 힘을 찾는 학교이다. ‘재밌고 좋으면 매일 자주 하지’ 싶지만, 예술은 비일상적 활동이다. 그래서 ‘창의예술학교’는 일주일에 한 번만 열리고 방학처럼 쉬어가는 주간도 있다.

매일 반복되고 무료한 학교, 직장, 일상에서 벗어나 일주일에 한 번 비일상을 경험하는 예술학교다. 비일상 덕분에 일상을 살아갈 힘을 찾는 학교이다. ⓒ청춘기획라이브온
재밌는 점은 학교 간 네트워크다. 운영 초기엔 ‘삶과 예술 배움청’이라는 교육 공동체가 존재했다. 운영 주체가 여러 번 바뀌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지금은 이끄는 역할을 맡은 단체가 사무국, 그러니까 교무실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자매학교가 있고 교환학생이 있는 것처럼 학교 간 의리와 결속을 다지고 있다. 학교 의례로서 입학식과 졸업식과 소풍, 운동회를 함께한다. 교차 수업을 열어 학생들은 각기 다른 수업을 경험하기도 한다. 방학이 되면 기획자와 강사를 위한 역량 강화 워크숍도 한다.
올해 마침 나와 같은 애송이가 ‘창의예술학교’ 사무국의 실무자가 된 김에 역량 강화 워크숍을 새롭고 재밌게, 뻔-하지 않게 꾸려보고 싶었다. 다행히 모두 뜻이 통해 전문가를 초청하지 않고 우리끼리 하는 워크숍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딱 오늘 하루만 〈하루예술학교〉, 뒤바뀐 선생님과 교실
〈하루예술학교〉라는 이름은 월례회에서 워크숍 방향이 잡힌 순간 곧바로 나왔다. 콘셉트는 ‘딱 하루만 우리끼리 하는 예술학교’다. 어떻게 창의적이고 새로운 걸 보여줄까? 우리끼리 융합을 어떻게 보여줄까? 융합에 대한 정의가 필요했다. 그냥 학교별 수업을 섞기보다는 우리 안에서 융합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진행했다. ‘바퀴달린학교’, ‘태이움직임학교’, ‘푸른길 음악학교’ 주축으로 본인 영역(장르)을 넘어 대장 선생님과 짝꿍 선생님으로 팀을 이루어 접점을 찾고 영감을 얻고자 했다. 그래서 무용 선생이 미술 선생을 만나 미술을 가르치고, 음악 선생이 무용 선생을 만나 무용을 가르치고, 목수가 음악 선생을 만나 음악을 가르치는 ‘뒤바뀐 선생님, 뒤바뀐 교실’이 만들어졌다.
안 해본 장르에 도전하는 선생님, 뒤바뀐 선생님을 만나는 학생을 위해 교실 공간도 새로워야 했다. 교실이라면 응당 있어야 할 태극기와 급훈, 그리고 학교의 얼굴인 교문 현판과 쉬는 시간을 책임져 줄 매점까지 마련하면서 학생을 맞이할 뒤바뀐 교실을 준비했다.
이름 따라 학교답게 운영됐다. 배동환 교장의 훈화와, 정민룡 담임의 조회로 시작했다. ‘바퀴달린학교, 태이움직임학교, 푸른길 음악학교, 아슬아슬 모험학교’의 기획자, 강사진과 ‘창의예술학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뒤바뀐 교실은 북적거리면서도 신학기 교실 풍경처럼 아는 사람들끼리 소곤거리고 힐끗거리며 풋풋하기도 했다.

ⓒ청춘기획라이브온
1교시는 아이스 브레이킹 겸 무용 선생님이 알려주는 미술 수업을 했다. 등교할 때 나눠준 색색 양말을 신고 발끝으로 허공과 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그러면서 마주치며 만나고 벽면에 별명을 쓰고 음악에 맞춰 선으로 덧대어 그리기도 했다. 선들이 중첩하며 우연하게 나타난 그림을 가지고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모두의 생각이 모여 이야기 한 편을 만들어냈다.
2교시는 음악 선생님이 알려주는 무용수업. 가곡 ‘나 하나 꽃 피어’ 가사에 맞게 손과 몸으로 꽃을 피워 냈다. 혼자 만드는 꽃과 여럿이 만드는 꽃을 반복하며 어느새 낯선 공기는 사라지고 있었다. 처음엔 가슴팍에서 손으로 작게 표현하던 꽃이 머리 위로 손을 높게 뻗으며 커지기도 했고, 무릎을 꿇고 앉아 낮은 키의 꽃까지 만들어내며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몸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자기 장르를 내려놓은 선생님들의 좌충우돌 융합수업
아마도 모두가 기다렸을 중간 놀이 시간. 매점이 열렸다. 여러 컵라면과 과자, 추억의 매점 빵을 잔뜩 준비해 두었더니 미리 책상 밖으로 발 빼고 있다가 수업 종이 울리면 뛰쳐나가는 학생들처럼 우리도 종이 울리자 빠르게 매점 앞에 모였다. 나눠 먹으며 낯선 교실에서 누르고 있던 수다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그 기분을 나도 알기에 중간 놀이는 수업 사이 쉬는 시간보다 더 길게 준비하기도 했다.
매점 빵의 힘으로 3교시를 시작할 땐 제법 시끌시끌해서 떠드는 소리가 바깥으로 새어 나가는 교실이 되었다. 목수 선생님이 알려주는 음악 교실. 목재를 활용해 칼림바 몸통을 만들고 키를 조립해 조율까지 했다. 짝꿍인 음악 선생님과 합주할 땐 “우와~” 소리와 함께 모두가 조용히 집중했는데 교실 안 모두가 진짜 학생이 되어 수업에 빠져든 기분이었다. 학창 시절 음악 시간을 떠올리면, 악기가 준비물인 날엔 난타에 가까운 합주로 이어져 힘들곤 했다. 모두가 어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 조율하고 뚱땅거리다 음악 시간을 다 보냈다.
여섯 선생님이 자기 영역을 내려놓고 새롭게 도전했다. 방식도 낯설고, 평소보다 더 긴장한 채로 뜻대로 진행되지 않아 고군분투하는 하루를 보냈다.


뒤바뀐 교실의 급훈 “창의력은 즐기는 지능”
방과 후 수업으로 ‘방과 후 토크’를 했다. 오늘의 소회를 나누는 자리였다. 감사하게도 처음 참여한 모두가 마지막까지 남아있어 이야기를 다 들어 볼 수 있었다.
“‘예술시민배움터’ 참여자입니다. ‘창의예술학교’가 굉장히 길게 운영되는데, 오늘 해보니 사업의 긴 호흡을 이끌어오는 강사의 수고로움이 보여요. 모든 과정이 매끄럽게 숨 쉬듯 자연스럽게 녹아듦을 느꼈습니다.”
“첫 시간부터 부끄러움에 자신을 내려놓지 못해 아쉬웠어요. 남은 시간은 나를 내려놓고 창의롭게 살고 싶어요.”
“오십 분 안에 마쳐야 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힘들었어요. 무용 수업만 하다가 뒤바뀐 교실로 미술과 함께하니까 준비물도 많아지고, 앞으로 수업과 나에게 어떤 변화가 있을까 새롭게 보게 된 계기가 됐어요.”
마지막까지 학교라는 콘셉트를 놓고 싶지 않아, 마무리를 담임선생님의 종례로 준비했다. “‘하루예술학교’라는 새로운 걸 시작한 판입니다. 어렵고 불안해요.” 짧은 한마디와 종례가 끝났다.
어렵고 불안하다는 건 하루, 그것도 반나절 동안에 ‘창의예술학교’를 다 보여줄 순 없었다는 뜻일 테다
‘창의예술학교’의 짧은 찰나를 보여주고자 했다. 융합 수업 실험을 위해 각자 다른 장르를 담당하던 선생을 뒤바꾸고 수업도 바꿨다. 장르가 바뀐 선생도, 수업을 듣는 학생도 익숙하지 않고 어색한 수업에서 설레고 기대하며 재미를 느끼길 바랐다.

이런 시도가 여러 번 쌓이다 보면 하나의 방향쯤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하루 정도는 환경도, 사람도 바꿔서 경험해 보면 어떨까?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 종종 일상생활 중에서 ‘그때 그랬지’ 하면서 작은 웃음 터지는 기억 하나로 일상을 지키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이날의 급훈인 “창의력은 즐기는 지능”을 마음에 새기고, 즐기는 마음으로 ‘창의예술학교’를 꾸준히 굴려 나가고 싶다.


